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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장 바윗덩이, 뒤집어보니 1000년 전 불상

  • 성보
  • 입력 2020.09.15 14:22
  • 수정 2020.09.18 15:56
  • 호수 1554
  • 댓글 0

북한산 인수봉 인근 발굴조사 중
계곡서 몸통‧머리 분리된 채 발견
표정 분석결과 고려 초 제작 추정
다량 기와편 등 유물도 발견되면서
사찰 존재 가능성 큰 것으로 확인

9월12일 북한산 인수봉 아래 경기도 고양시 쪽 계곡에서 발견된 몸통과 머리가 분리된 석불입상 재단법인 수도문물연구원 제공.
9월12일 북한산 인수봉 아래 경기도 고양시 쪽 계곡에서 발견된 몸통과 머리가 분리된 석불입상. 재단법인 수도문물연구원 제공.

북한산 인수봉을 오고 가는 등산객들이 쉼터로 이용했던 야영지 바윗덩이가 1000년 전 조성된 석불입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석불입상과 함께 주변에서 다량의 기와편이 확인되면서 사찰이 존재했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추정돼 학계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는 9월14일 “문화재청 발굴 허가로 재단법인 수도문물연구원과 함께 북한산 지역 매장 및 비지정문화재를 발굴조사 하던 중 9월12일 북한산 인수봉 아래 경기도 고양시 쪽 계곡에서 몸통과 머리가 분리된 석불입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굴은 국립공원공단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가 올해부터 북한산 지역 매장 및 비지정문화재 발굴조사에 적극 나서면서 이뤄졌다. 9월12일 발굴조사 단 하루 만에 땅속에 묻혀있던 바위 아랫면에서 통견 차림의 불신(佛身) 모양이 나타나면서 완전한 불상 몸통이 모습을 드러냈다. 목은 부러져 있으나 몸통 문양이 온전하게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쓰러진 채 지표면 아래 반 정도가 땅속에 묻혀 있었기에 앞면이 깨끗하게 보존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몸체는 높이 2m, 폭 65cm 크기며 목은 엎어지면서 부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오른손은 가슴 부분에, 왼손은 허리춤에서 아래를 향하고 있다. 옷 주름이 휘날리듯 선명해 예술성도 갖추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9월12일 북한산 인수봉 아래 경기도 고양시 쪽 계곡에서 발견된 불두. 재단법인 수도문물연구원 제공.
9월12일 북한산 인수봉 아래 경기도 고양시 쪽 계곡에서 발견된 불두. 재단법인 수도문물연구원 제공.

불두(佛頭)는 바로 옆에 파묻혀 있었는데 얼굴은 짧은 코와 두툼한 입술 등 고려시대 특유의 부드러운 표정으로 표현됐다. 높이 60cm, 폭은 45cm 크기다. 전문가들은 짧은 코와 손의 위치, 옷차림 등을 분석한 결과 고려 초기 불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입상을 받쳤을 대좌와 머리 위 보개가 주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추가 발굴조사를 통해 정확한 제작 시기 확인이 필요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태조 왕건이 고려를 세운 918년 이후 1083년까지인 고려 초기 작품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고려 불교조각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불입상 발견뿐 아니라 발굴조사 중 주변에서 다량의 기와편 등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사지 존재 가능성이 매우 큰 점도 눈길을 끈다.

조사대상지역 전경. 재단법인 수도문물연구원 제공.

사지 존재 가능성은 2015년, 바위가 처음 발견됐을 때부터 제기돼온 것이다. 당시 현장자문을 맡았던 박찬문 불교문화재연구소 팀장은 “지표에서 확인되는 다양한 유물로 보아 일대에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절터가 유지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불상의 원래 자리를 찾는 것부터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며 유물 하나만 가지고 파악하기보다는 당시의 사회문화 등 종합적인 조사계획을 통한 정밀 발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불입상 발견 당시 모습. 재단법인 수도문물연구원 제공.

이번 발굴조사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7월, 국립공원공단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직원이 야영지 바위에 낀 이끼 속에서 일정한 무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고양시청으로부터 자문의뢰를 받은 박찬문 불교문화재연구소 팀장 등이 현장조사에 투입됐고 이는 단순한 바위가 아닌 불두가 유실된 석불입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불상이 쓰러지면서 앞면은 지표면 아래, 뒷면은 지표면 위로 나와 있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주변에서 다량의 기와편과 토기편 등의 유물이 깨지고 마모된 채 발견되면서 다단의 석축대지로 이뤄진 사지가 존재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확인됐다. 지표에서 확인되는 유물과 석불입상을 통해 사지는 통일신라시대 창건돼 고려시대까지 유지된 것으로 추정됐다. 야영장이 폐사지의 석축대지를 이용해 조선된 것으로 판단한 자문위원들은 사지 존재가 추정되는 만큼 유적의 유무 및 범위를 확정한 후 발굴조사 등 향후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매장문화재 보존 및 법률’ 제11조에 의거 조사지역에 대한 정밀지표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야영지 확인 유물 모습. 재단법인 수도문물연구원 제공.

[1554호 / 2020년 9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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