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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으로 떠난 여든넷 할머니의 기도순례기

  • 문화
  • 입력 2020.09.16 16:04
  • 수정 2020.09.16 16:06
  • 호수 1554
  • 댓글 0

로드무비 ‘카일라스 가는 길’
이춘숙 할머니 2만km 여정
뜻밖의 인연이 전하는 감동

티베트 남서부에 위치한 카일라스는 불교적 우주관에서 세상의 중심이자 우주의 근원인 ‘수미산’으로 일컫는 성산이자 불교성지다. 해발 6714m의 카일라스에는 성산의 신성함에 기대 현생의 죄업을 씻고 내세의 안녕을 기원하고자 삼보일배로 순례하는 불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영화 ‘카일라스 가는 길’은 84살 이춘숙 할머니와 아들 48살 정형민 감독의 카일라스 순례여정을 담은 로드무비다.

주인공 이춘숙 할머니는 일찍 남편과 사별한 후 자녀들을 키우기 위해 자신의 꿈을 잠시 잊고 살아온 평범한 한국의 어머니다. 어린 자녀들이 장성한 후에는 경북 봉화 산골마을에서 평온한 노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먹도록 세상을 위해 한 일이 없다며 지나온 삶에 대해 후회도 하고, 또 ‘세계테마기행’ ‘걸어서 세계속으로’ 등 방송을 통해 오지에 사는 사람들을 보며 뭉클한 마음을 느끼기도 했다.

2014년 히말라야에 다녀온 정형민 감독이 까그베니마을의 오래된 절 이야기를 하자 할머니는 함께 순례를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전한다. 이전까지 할머니는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었다. 아들인 정 감독이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에 가자고 수차례 권유했지만 한결 같이 거절했었다. 그런 할머니가 먼저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밝힌 것이다.

이춘숙 할머니의 여정은 2017년 봄 바이칼 호수를 다녀온 후 같은 해 9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다시 시작해 몽골을 종단하고 고비사막을 거쳐 알타이산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알타이산맥에서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을 거쳐 파미르고원을 넘어 다시 중국의 신장 자치구를 건너 타클라마칸 사막과 티베트고원을 지나 목적지인 카일라스에 도착한다. 여든넷 할머니는 3개월 간 2만km의 여정을 완주했다.

영화 ‘카일라스 가는 길’ 스틸컷. (주)영화사 진진 제공.

“언제 또 이곳에 올수 있을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할망구입니다. 순례를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세상에 밥 굶는 사람들 없게 해 달라고 부처님께 기도 많이 올렸어요. 우리가 조금씩만 아껴서 그 사람들을 도와주면 세끼 밥 굶는 사람은 없지 않겠어요.”

중년의 아들과 노년의 어머니가 함께 한 순례여정은 ‘간절한 기도를 올리러 떠나는 순례의 길’로 연결돼 여정의 완성으로 쌓아온 감정을 감동을 바꾼다. 또한 인생의 굴곡을 닮은 길과 뜻밖의 인연들이 연결되면서 삶을 되짚어보게 하며, 포기하지 않으면 언제나 청춘인 인생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영화 ‘카일라스 가는 길’는 서울 메가박스를 비롯해 전국 25개 상영관에서 만날 수 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54호 / 2020년 9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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