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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로 가는 생태위기 속, 불교가 내놓을 답은?

  • 불서
  • 입력 2020.09.21 13:59
  • 호수 1554
  • 댓글 0

‘과학이 우리를 구원하지 못할 때 불교가 할 수 있는 것’ / 데이비드 로이 지음·민정희 옮김 / 불광출판사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근래 들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형 산불을 기후변화 대재앙의 시작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출처=언스플래시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지 않다. 종말은 지구의 주요 부분에 이미 도달해 있다. 우리가 믿을 수 없는 특권과 사회적 단절의 거품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종말의 예측이라는 사치를 누리고 있을 뿐이다.”(테렌스 맥케나, 식물학자)

종말이 있을까? 과거라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했겠지만 이제는 인류의 종말을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종교적인 신념에 사로잡혀 하는 이야기야 유사 이래로 반복되는 이야기이니, 웃고 넘기면 될 일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말이라면 다르다. 인류가 종말로 향해간다는 과학적인 증거들은 차고 넘친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과학적 데이터들이 무서운 실체로 모습을 드러내며 인류를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아 없어지고, 경험하지 못한 폭우와 무더위, 산불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코로나19라는 무서운 전염병의 팬데믹에 모두들 겁에 질려있다. 이것은 단순히 인류의 위기가 아니고 지구 생태계의 위기다. 그런데도 우리의 삶은 바뀌지 않고 있다. 여전히 환경을 훼손하고 강물을 더럽히고, 바다를 오염시키고, 화석연료를 태워 지구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과학이 우리를 구원하지 못할 때 불교가 할 수 있는 것’ 

과학이 발달할수록 종말이 앞당겨지는 이 아이러니 속에서 과연 불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책은 팬데믹과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적 생태위기에 불교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말하고 있다. 생태위기는 곧 인류의 위기다. 모든 것이 연기적으로 존재하는 세상에서 자연환경이 파괴되면 인류 또한 멸종될 수밖에 없다. 이런 위기 속에서 과연 불교의 선택은 무엇일까? 개인의 해탈과 깨달음에 맞춰진 지극히 개인적인 불교는 우리 모두의 고통, 즉 공업으로 벌어진 생태의 위기상황에서 어떤 의미도 갖기 힘들다. 저자는 선 수행자이자 사회적 참여불교 활동가로 서구에 잘 알려진 데이비드 로이로 현대 문명의 가치와 방향을 재설정해야 하는 시대적 부름에, 생태불교라는 불교행동철학을 제시하고 있다. 이른바 에코다르마(Ecodharma)로 명명된 생태불교의 핵심은 궁극의 깨달음은 사회적 실천에 있다는 인식의 전환과 행동의 변화다.

저자는 현재의 삶을 벗어나는 게 목표인 내세적 불교나 현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고자 하는 세속적 불교에 대해 비판적이다. 이 둘은 마치 남극과 북극처럼 다른 것 같지만 대동소이하다, 자아라는 개념을 해체함으로써 세상과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연기적 존재라는 점에서의 사회에 대한 참여, 또는 세상을 더욱 좋은 방향으로 이끌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초기불교의 사무량심, 대승불교의 육바라밀, 그리고 대승보살의 삶은 바로 개인의 수행과 사회의 변화가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자연으로까지 확장한다면 우리는 생태보살이라는 개념과 조우하게 된다. 결국 세상의 문제에 참여하는 것은 개인의 영적수행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의 핵심이며 완성임을 알게 된다는 의미다.

물론 현재의 생태계 파괴는 우리 노력과 관계없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하더라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불교행동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를지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보살의 길이다. 책은 생태위기의 원인에서 우리가 해야 할 실천방안까지 뛰어난 통찰로 제시하고 있다. 또 부록으로 수록된 기후변화에 대한 불교선언,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핵심불교원리 16가지, 생태보살의 서원 등은 불교가 기후변화의 시대에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1만9000원.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54호 / 2020년 9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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