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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보살님이 서원한 것도 차별 없는 세상이죠”

  • 교계
  • 입력 2020.09.25 17:21
  • 수정 2020.09.26 15:59
  • 호수 1555
  • 댓글 1

차별금지법 발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 인터뷰

차별 가능성 있다는 건 공동체 위기와 직결된 문제
차별금지법은 차별 않도록 인식 개선에 초점 맞춰
불자들도 평등 정신으로 법제정 의미에 공감하길

법보신문은 9월23일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만났다.
법보신문은 9월23일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만났다.

차별금지법이 국회 법제위원회에 상정되면서 법제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정부 발의로 첫 상정된 후 6차례 입법 시도가 이어졌지만 일부 보수 및 개신교계의 반대로 번번히 무산됐다. 특히 20대 국회에서는 발의조차 못됐던 차별금지법이 7년 만인 올해 6월29일 정의당을 주축으로 다시 발의됐다. 법보신문은 9월23일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만났다. 장 의원은 “차별금지법은 차별에 대한 시민들의 성찰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모든 지옥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지장보살의 차별 없는 원력과도 다르지 않은 만큼 불교계의 많은 관심이 우리사회를 변화시키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차별금지법 발의를 위해선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정치를 시작한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 살면서 느꼈던 소중한 가치를 알리고 싶었다. 한 살 어린 동생이 중증발달장애를 갖고 있다. 어린나이부터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지내며 늘 차별에 노출되는 삶을 살았던 동생을 지켜봐야 했다. 2년 전 동생의 일상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차별에 대한 세상의 인식이 어느 정도는 바뀔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했던 만큼의 변화는 없었고,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도 제한적이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내 자식보다 하루 더 살고 싶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사회가 이 아이들을 돌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은 이들이 사회를 믿고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겪는 불행을 ‘운이 나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분명 장애·성별·성적지향·종교 등은 죄가 아닌 개인의 특성일 뿐이다. 특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인권의 가이드라인(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면 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차별금지법 제정만으로 가능할까.

“우리의 삶은 모두와 연결돼 있다. 한 사람이 차별받고 있다는 것은 그 누구라도 차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회에서 단 한사람이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에 부당한 일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공동체의 위기로 이어진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차별과 혐오는 방역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배웠다. 이태원발 코로나 확진자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심해졌다. 성소수자들은 차별의 강도가 심해질수록 숨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곧 공동체의 위기로 직결됐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함으로써 차별에 대한 시민들의 성찰을 이끌어내고 차별로 인한 부당함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장혜영 의원은 6월16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오체투지'에 동참했다.
장혜영 의원은 6월16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오체투지'에 동참했다.

▶국회 법사위에 상정된 차별금지법이 포괄적이고 선언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사안을 규정할 수 없기 때문에 우선은 포괄적인 법이 필요하다. 특히 복합차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장애인이라서 받는 차별인지, 성별에 의한 차별인지를 구분할 수 없어 어떤 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혼선이 생긴다. 차별 사례가 나오고 나서 그에 맞는 개별법을 만드는 것도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차별금지법은 포괄적인 모호한 법이 아니라 포괄적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또 ‘나쁜 행동을 하면 벌을 줘야한다’고 하지만 벌만 준다고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내가 이런 행동을 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처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애초에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그 인식을 일깨우는 시작점이다.”

▶‘표현의 자유를 빼앗는다’ ‘동성애를 조장한다’ ‘역차별이 생겨난다’ 등의 목소리도 있다.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일부 보수단체와 기독교의 반대가 끊임없이 있어왔다. 하지만 조금씩 법을 이해하고 현실에 가까워지는 변화도 있다. 예전에는 ‘동성애는 지옥에 갈 일이다’라는 원색적인 비판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법안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편견과 고정관념이 만들어낸 색안경을 벗고, 법을 있는 그대로 대면하길 바란다.”

▶구체적인 여론의 변화기류가 있나.

“아직 시기상조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이 적기라고 말하는 사람도 늘었다. 차별금지법이 2006년 인권위 권고를 통해 우리 사회에 처음 제안됐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법보신문이 불교계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는 여론은 80%를 넘었다는 점도 희망적이다. 지나온 역사를 보면 사회를 한걸음 진전시켰던 변화들은 완벽한 사회적 합의를 거친 것만은 아니었다.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과정도 당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의 대립을 피할 수 없었다. 차별금지법도 인권을 위한 명확한 이견이 있다면 토론을 통해 충분히 돌파해 나갈 수 있는 사안이라 생각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실어준 단체는 있나.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가장 큰 우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는 장애·노동·종교 등 각 분야에서 138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적극적인 활동 덕분인지 그 어느 때보다 언론과 시민들의 반응도 우호적이다. 연내 차별금지법 제정을 목표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같이 목소리를 내주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든든하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진행했던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오체투지’의 성과는 무엇인가.

“조계종 사회노동위의 오체투지는 세월호 사건 직후 처음 알게 됐다. 스님들이 온몸을 바닥에 던지면서까지 호소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해답은 6월16일 국회에서 진행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오체투지에 처음 동참하면서 깨닫게 됐다. 다섯 걸음마다 한 번씩 팔꿈치와 이마, 양 무릎을 바닥에 던졌다. 그 걸음에 지금껏 차별받으면서 살아왔던 사람들의 아픔이 떠올랐고, 내 자신을 한없이 낮춰 그 아픔을 공감했다. 또 불현듯 광주 증심사에 있는 500나한이 떠올랐다. 500나한은 각기 표정도 달랐고 보는 곳도 다 다르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깨달은 분들이다. 아직까지 사회에서 차별금지법이 얼마나 필요한지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 있겠지만, 간절한 마음을 담은 오체투지가 많은 사람에게 법의 취지에 공감하고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불교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차별금지법에 대한 불교계의 지속적인 지지와 응원은 큰 힘이 된다. 불교는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평등과 자비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당해서는 안 된다는 차별금지법의 의미를 일반 불자들도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든 중생을 구제할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는 지장보살님의 원력이야말로 차별 없는 세상을 제시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 가르침을 되새긴다면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55호 / 2020년 9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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