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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선원, 부산 마지막 위안부 피해자 故 이막달 할머니 49재

  • 교계
  • 입력 2020.09.25 20:43
  • 호수 1555
  • 댓글 0

9월25일, 부산 안국선원 법당
유족·신도 등 참석해 고인 추모
수불 스님, 5년 전 약속 지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부산의 마지막 생존자였던 故 이막달 할머니가 지난 8월29일 별세한 가운데 할머니를 위한 49재가 부산 안국선원에서 봉행됐다.

안국선원(선원장 수불 스님)은 9월25일 선원 내 4층 법당에서 ‘이막달 할머니 49재’를 봉행했다. 특히 이번 추모재는 지난 2015년 12월 안국선원장이며 당시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로 재직 중이던 수불 스님이 나눔의집에 대원상 포교대상 상금 일부를 쾌척한 데 이어 부산의 마지막 위안부 피해 생존자였던 이막달 할머니를 직접 찾아가 위문한 일이 계기가 됐다. 당시 스님은 “훗날 할머니께서 세연을 다하시게 되면 49재를 지내드리고 싶다”고 발원했고 이날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추모재에는 할머니의 유족들과 선원 신도들이 동참해 고인을 추모했다.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은 “5년 전 할머니를 찾아뵈었을 때 깊은 신심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 할머니를 지극하게 모시는 가족들의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할머니의 49재를 지내드리겠다는 약속을 늘 염두해 왔는데 가족분들께서 저의 약속을 기억해주시고 할머니의 별세 후 먼저 선원으로 연락을 주셔서 더욱 인연의 소중함을 절감하게 된다”고 취지를 전했다. 이어 스님은 “나라를 잃은 슬픔으로 인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셔야 했던 할머니들께서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이 갈등이 하루속히 해결되어서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실 수 있길 염원한다”고 밝혔다.

수불 스님은 지난 2015년 11월13일 대한불교진흥원이 시상하는 제13회 대원상 포교대상을 수상했다. 특히 스님은 12월2일 나눔의집을 방문, 상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500만 원을 보시하고 할머니들을 위문했다. 스님은 나머지 상금 역시 조계종 성역화불사 기금으로 회향했다. 이 자리에서 스님은 부산에도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이막달 할머니가 유일하게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같은 달 21일 동래 복천동에 소재한 할머니의 집을 방문했다. 불교 신자였던 이막달 할머니는 스님의 방문을 무척 반가워했고, 이듬해인 2016년 5월에는 가족들과 함께 안국선원을 직접 참배하는 등 스님과의 인연을 소중히 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도 수불 스님은 2016년 초 나눔의집 할머니들의 그림 및 엽서 전시회를 안국선원교육관에서 마련하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규명 활동을 후원한 바 있다.

2016년 5월 가족과 함께 안국선원을 찾은 이막달 할머니와 선원장 수불 스님. 사진제공=안국선원
2016년 5월 가족과 함께 안국선원을 찾은 이막달 할머니와 선원장 수불 스님. 사진제공=안국선원

이막달 할머니는 1923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17세였던 1940년 즈음 “좋은 곳에 취직시켜 주겠다”며 동행을 강요하는 일본인 2명을 따라갔다가 대만의 위안소에서 일본군 성노예로 극심한 피해를 겪어야 했다. 해방 후 부산으로 귀국한 이 할머니는 2005년 정부에 피해자로 정식 신고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에 참여했으며 해외에서도 피해를 증언하는 활동에 동참했다. 이후 줄곧 부산에 머물며 불교 신자로 여생을 보낸 이 할머니는 최근 건강 악화로 수술 후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지난 8월29일 세연을 마무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와 유족의 요청으로 장례식은 가족장으로 진행됐다.

한편 이 할머니의 별세까지 올해 들어 네 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유명을 달리했다. 한국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17명에서 16명으로 줄었다.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555호 / 2020년 9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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