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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변해 보렵니다

기자명 희유 스님

변하는 세상 맞춰 빠른 대처 필요
스스로 경계하려고 명상 하기도
자신 일에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어느덧 하늘은 높고 푸르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가을임을 느끼게 합니다. 어제는 우리 복지관의 가을맞이 축제를 시작했습니다. 예년 같으면 어르신들이 북적북적한 축제가 되었을 텐데, 올해는 코로나19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인지라 온라인 축제로 개막했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에게는 온라인이라는 매체가 익숙하고 편하게 사용하기보다는 배우고 익혀서 활용해야 하는, 조금은 어려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 복지관에 키오스크를 들여 놓아 어르신들이 직접 체험을 해보고 사용할 수 있도록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바로 어제 교육용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어르신들이 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익숙하게 하기 위한 기다림의 시간…. 결코 쉬운 일은 아닌 듯 하지만 가야하는 길이니 뚜벅뚜벅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우리의 수행도 이와 같지 않을까 싶어집니다. 처음 출가해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하느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생활하던 그 시절, 서슬퍼런 칼날에 본의 아니게 상처를 입고 아파 한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그 칼날을 무디게 하지 않기 위한 자신의 노력이 또한 힘겹기도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른스님께서 경계를 해야 한다며 일러주시던 ‘중노릇을 하다보면 장판 때가 끼이니 그렇지 않도록 늘 자신을 경계 해야한다’는 그 말씀의 의미를 어렴풋이 짐작만 했는데 많은 세월이 흐른 뒤인 지금 돌아보니 가슴에 두고두고 새겨야할 말임을 새삼 느끼며, 수행이 생활이고 일상임을 알아가는 시간들입니다. 아마도 우리 복지관에 나오는 어르신들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배우고 익히며 세상에 발맞춰 살아가고자 노력하듯이 우리도 변화하는 세상에 맞추어 수행 풍토도 변화하고 그에 따른 발 빠른 대처를 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아갑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나도 변화해야 하는데 그리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어쩌면 실천현장에 있다는 핑계로 스스로 장판 때를 덕지덕지 묻혀두고 있는 것이 아닌지, 스스로를 경계해보지만 가끔은 해태한 생각이 슬금슬금 올라오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을 다잡고자 직원들과 알아차림 명상을 시작해봅니다만 그간 녹이 슬어 그런지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 것에 속상해 하면서 도반이 보내준 경전 속의 한 구절에 다시 힘을 내어 봅니다.

“탐욕을 벗어나려면 자기 자신의 욕심을 깨달아야 하고 분노를 벗어나려면 진리에 눈을 떠야 한다. 사견에서 벗어나려면 부지런히 수행을 해야 하고, 세상일에 매달리지 않으려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희유 스님

‘아함경’의 구절이 오늘 따라 유난히 가슴에 와 닿습니다. 나와 인연 닿는 사람들에겐 탐욕을 버려야 한다면서 정작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자책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일에 매달리지 않으려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기쁨을 느껴야 한다는 말에 다시 위안을 얻고 사견에 얽매이지 않기 위한 나만의 수행처인 복지현장에서 오늘도 열심히 지금에 충실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희유 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 시설장 mudra99@hanmail.net

 

[1555호 / 2020년 9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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