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비구니 차별 극복해야 종단도 건강해져”
“비구·비구니 차별 극복해야 종단도 건강해져”
  • 법보
  • 승인 2020.10.07 19:09
  • 호수 155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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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장 진원 스님 기고 전문

종단 내에서 비구니는 늘 소수자
세상의 평등 흐름과는 동떨어져
비구니도 여성주의적 관점 필요
비구니 참종권 부여가 변화 시작

차별 없는 세상이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우리 종단도 주목하고 변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중 하나가 출가자의 평등 문제다. 사실 비구·비구니 성차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같은 차별은 가부장적인 제도를 운영하는 비구스님들만의 문제가 아닌 차별 받는다고 느끼는 비구니스님들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당사자인 비구니스님들이 문제점을 알고 개선할 의지가 필요하다. 당사자가 변해야 제도가 변하고 종단이 변한다.

종단 내 성 역할에 있어 비구·비구니의 입장차는 클 수밖에 없다. 수많은 비구니스님들이 각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평가조차 받기 힘든 게 현실이다. 종단 구성으로 보면 비구와 비구니스님들이 숫자적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비구니스님들은 늘 소수자라는 체감을 갖게 되는 것도 그 같은 이유에서다.

우리 사회는 직장은 물론 집안에서도 남녀의 구분과 역할이 없어지고 있는 추세다. 여성대통령. 여성장관. 여성CEO 등 수많은 사회 지도자들을 배출한지 오래다. 그럼에도 종단에서는 성별로 인한 차이가 여전히 견고하고, 비구니팔경계가 선택적으로 적용되면서 비구니가 배제됐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비구 중심의 제도적 관행은 종단 내 종헌종법으로 확고히 정착되었고, 중요사안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 자리가 비구니스님들에게는 말 그대로 ‘넘사벽’이다.

세상은 옛 관습과 제도를 넘어 모든 영역에서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게 보편적인 욕구와 가치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우리 종단도 비구·비구니스님 간의 격차를 줄여야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이고 불교를 현대화·대중화하는 일이다.

비구·비구니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세상에 전하는 동역자이다. 그런데 우리 종단은 아직도 가부장제적인 제도와 의사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구니스님들도 언제까지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변해야 한다. 어떻게 변해야 할까?

비구니스님들이 여성주의적인 관점과 정체성을 명확히 갖는 것이 중요하다. 비구와 비구니는 승가의 양대 축임에도 우리 종단의 축이 너무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상에 저절로 주어지거나 이뤄지는 것은 없다. 일반 사회에서 호주제를 바꾼다든지,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게 한다든지, 최근 정부의 성별영향을 평가한다든지 등등 여성들의 권익 향상도 불평등한 제도를 개선하려는 지속적인 사회 운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를 위해선 비구니스님들이 먼저 학문적 기초를 마련해야 한다. 초기 교단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비구니스님들의 역할과 위상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동시에 이를 공유하면서 운동성을 키워가야 한다. 최근 몇몇 비구니스님들을 중심으로 그런 모임이 시작되었다. 경전에 나타난 비구니스님들의 활동과 교단에 미친 영향 등을 사상적·역사적 맥락에서 파악하되 비구니스님의 관점에서 이해하자는 것이다. 불편하다고 하여 그냥 눈감고만 갈 수는 없다. 교단 내에 분란을 일으키느냐는 따가운 시선이 있더라도 누군가는 이 문제를 거론하고 지적해야만 한다. 그래야 변화가 시작된다.

우리 종단의 참종권에서도 비구니스님은 배제돼 있다. 종단의 행정부격인 총무원에도, 의회격인 중앙종회에도 비구니스님들이 진입하는 방법은 참으로 원시적이다. 5000명이라는 비구니스님들의 의사가 직접적으로 반영된 적이 없다. 비구니 종회의원의 경우 추천을 받는 형식일 뿐 직무역량평가를 받아 전문영역에 진출해 본 경험이 없다. 본사 주지선거와 종회의원 선거에서도 말사 주지를 맡고 있지 않으면 원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종회의원선거에는 말사주지조차도 참여할 수 없으니 비구니스님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원천적으로 막혀있는 셈이다.

뉴질랜드는 1893년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참정권이 주어졌고, 이것이 남녀평등으로 성차를 줄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경제·문화·예술·정치 등 다양한 방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장
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장

승가는 평등공동체이다. 성 차이를 극복하면 종단은 한층 더 평등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 성차를 줄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참종권에 있다. 비구니 참종권은 종단의 제도를 개선하는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 권리가 없는 의무로는 자발성이나 주인의식을 갖기 어렵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계기로 종단 내에서도 비구·비구니 차별에 대한 구체적인 담론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1556호 / 2020년 10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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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불자 2020-10-08 11:25:31
출가제자의 성평등뿐만 아니라 문중문화도 타파해야합니다.

오로지 출가시점으로 상ㆍ하 구분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보다 법납이 많은 조카상좌를 둘 수 있다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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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2020-10-08 10:11:28
지지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 2020-10-08 06:05:10
스님 말씀따나 비구니스님들 생각부터 바뀌어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