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찰 자부담 20% 걷어내야 한다
정부, 사찰 자부담 20% 걷어내야 한다
  • 법보
  • 승인 2020.10.12 10:40
  • 호수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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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보고 전통사찰
국민 자긍·문화강국 고취
법적근거 없는 관례로
더 이상 정재유출 안돼

사찰은 스님들이 생활하고 정진하는 공간이자 재가불자들의 신심을 증득하는 도량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전통사찰’로 지정됐다면 특별한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거나 깊은 역사가 배인 사찰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시대적 특색을 뚜렷하게 지니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찰, 한국 고유의 불교·문화·예술 및 건축사(建築史)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찰, 한국 문화의 생성과 변화를 고찰할 때 전형적인 모형이 되는 사찰을 전통사찰로 지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통사찰은 우리 문화의 정수를 간직한 문화재의 보고다. 일례로 속리산 법주사 경내에 들어서는 순간 팔상전, 석련지, 쌍사자석등을 만날 수 있는데 모두 국보다. 조금만 더 걸음하면 대웅보전, 원통보전, 목조관음보살좌상 등의 보물 13점을 감상할 수 있다. 전체 국가지정 문화재에서 불교문화재가 35%인데 그 중 조계종 소유는 35%다. 국보·보물만 놓고 보면 불교문화재는 60%이고 조계종 소유는 30%에 이른다. 박물관과 미술관이 상당수의 국보·보물급 불교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수치는 결코 낮은 게 아니다.

전통사찰들은 오랜 세월 자연경관을 보존하는 기능을 수행해 왔다. 전각 하나도 주변과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했고, 나무 한 그루도 함부로 베지 않았다. 금강산 유점사, 가야산 해인사, 조계산 송광사, 영축산 통도사처럼 산과 이름을 함께 불러왔는데 여기에는 절과 산이 하나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자연 속 미물까지도 귀하게 여겨온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화와 자연을 올곧이 품고 있는 전통사찰은 우리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불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휴식처로도 손색없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기에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찾게 하는 주요 관광지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그러기에 전통사찰은 승·재가와 내·외국인, 인간과 자연이 한 공간에서 호흡하며 새로운 정신문화를 끊임없이 창출하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불린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통도사를 비롯한 7군데 사찰이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등재된 연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고 보면 전통사찰을 보존하는 건 불교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정부와 지자체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는 1997년 기존의 전통사찰보존법을 개정해 전통사찰 보수정비 사업에 국고 및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반영하도록 했다. 역사적 의의와 문화적 가치가 높은 민족문화유산이라는 점을 인정해 국가와 지자체가 보존·관리에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가 담겨있었다. 불교계로서는 마다할 일이 아니었다. 물론 규제도 뒤따랐다. 사찰 주지는 전통사찰보존지에서 건조물을 신축·증축·개축·재축·이축 또는 철거하는 행위를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는 할 수 없었다. 이 규제는 지금도 유효하기에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전통사찰 보수정비 사업을 진행할 경우 정부와 지자체의 부담률은 어느 정도였는가. 각각 40%씩 이었고 나머지 20%는 사찰이 부담했다. 정부가 임의로 정한 방침에 따라 지금까지도 관례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사찰 자부담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법령에 없는 자의적 판단에 따라 정해졌다는 얘기다. 낡은 전각을 보수하거나 단청을 할 때마다 부담하지 않아도 될 돈을 지불한 셈이다.

통탄해마지 않을 수 없는 건 그 동안 전통사찰의 다른 국고보조금 지원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됐다는 사실이다. 템플스테이 시설 건립사업과 전통사찰의 방화나 문화재 도난 예방으로 2008년부터 10여년 동안 진행된 ‘전통사찰 방재시스템 구축사업’에도 ‘40:40:20’기준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상식선에 비춰 보아도 이건 말이 안 된다.

조계종 총무원의 관계자가 지적했듯이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전통사찰에 과도한 자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뒤늦었지만 전통사찰 보수정비 사업과 관련한 사찰 자부담은 없어져야 마땅하다.

 

[1556호 / 2020년 10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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