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말이 청정해지려면

기자명 이병두

1980년대 말부터 오랜 동안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인기를 누리며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최진실씨가 2008년 가을, 마흔 살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에 그를 모함하는 루머와 인터넷상의 악성 댓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었다. 최진실씨처럼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들뿐 아니라 숱한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일로 심한 우울증을 앓거나 사회생활을 두려워하고, 더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까지 이르면 자살을 하고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런 일은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나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순간에도 다른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말과 글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어지럽게 춤을 추고 있어서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렵다.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졸지에 부모를 잃은 어린 자식에게 “본인이 잘못해서 그런 일을 당한 것이 아니냐?”며 비아냥대고 욕설을 퍼붓는다. 전혀 근거 없는 유언비어와 비방하는 말을 퍼뜨리면서도 아무런 죄의식도 없다.

이런 무자비한 말과 글을 쏟아내는 사람들의 대열에는 진보‧보수나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많은 정치인들, 지식인들과 활동가들도 빠지지 않는다. 때로는 일부 종교인들도 남에게 상처만 주는 거친 말과 욕설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한다.

어느 때 사리불 존자가 감격하여 부처님께 고백하였다. “세존께서 하시는 말씀은 부드럽고 때를 잃지 않으며 말을 헛되이 하지 않으시니, 이런 것을 말의 청정이라고 합니다.”(‘장아함경’ ‘자환희경自歡喜經’) 세상 사람들이 안락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모두가 부처님처럼 말이 청정해져야 한다.

그런데 말이 청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처님 말씀을 다시 들어보자. “진실인지 아닌지 따져보고 진실이 아니면 말하지 마시오. 진실하다고 판단될지라도, 그것이 듣는 이에게 이로운지 아닌지 따져보고 이롭지 않으면 말하지 마시오. 내 말이 진실하고 듣는 이에게 이롭다고 판단될지라도, 내 말을 상대방이 받아들여줄지 아닐지 따져보고 상대가 내 말을 받아들일 것 같으면 말을 하시오. 상대가 내 말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 받아들여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을 하시오.”(‘맛지마니까야’ ‘톱의 비유경Kakacūpama-Sutta’)

세상 사람들 모두가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면 좋을 터인데, 솔직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겉으로는 “파사현정(破邪顯正), 삿된 것을 깨고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며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우지만 때로는 ‘자기 과시(誇示)’나 개인감정 때문에 말과 글의 날을 세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말하는 방식이 불필요한 고통을 일으킨다면 그것은 바른 말이 아닙니다. 진실은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제시되어야 합니다. 해를 입히거나 파괴하는 말은 바른 말이 아닙니다. 말을 하기 전에, 여러분의 말을 듣고 있는 사람을 이해하십시오. 어떤 말을 하기 전에 각각의 말을 조심스럽게 생각하십시오.” “고요하게 말할 수 없다면, 그날은 말하지 마십시오.…오직 여러분이 고요하고 자애로운 말을 쓸 수 있다고 확신할 때만 입을 열고 말을 하십시오. 여러분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켜야 합니다.”(‘틱낫한 불교: 붓다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가장 순수한 방법’) 틱낫한 스님의 말씀을 따라, 고요하고 자애로운 말을 쓸 수 있는 자기 훈련과 수행에 힘써 보자.

‘유마경’에서는 “마음이 청정해야 세상이 청정하다[心淸淨 國土淸淨]”고 했다. 그런데 ‘마음이 청정하면 말이 청정하고[心淸淨 言淸淨], 말이 청정하면 세상이 청정해진다[言淸淨 國土淸淨].’ 말이 깨끗하지 못한 세상이 청정국토가 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맹자(孟子)가 말했듯이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고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556호 / 2020년 10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