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신 절대시하는 바라문
37. 신 절대시하는 바라문
  • ​​​​​​​이필원 교수
  • 승인 2020.10.12 13:52
  • 호수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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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말이 터무니없음 일깨워

신을 보지도 알지도 못하고
아는 것처럼 말하는 건 기만
그들 방식으로는 해탈은커녕
하늘나라 가는 것도 불가능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종교는 절대자 신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신에 대한 헌신과 봉사를 의무로 받아들이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 가운데는 그들이 믿는 신의 가르침을 현실의 삶에서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삶속에서도 사회봉사 등의 방법을 통해 신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고대 인도인들 역시 이 세계의 창조주인 절대자를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최상위 계층에 있는 바라문들이다. ‘디가니까야’ 13번 경이 ‘Tevijjasutta(떼윗자숫따)’이다. 한역에서는 이를 ‘삼명경(三明經)'으로 번역한다. 여기에 부처님과 바라문 와셋타(Vāseṭṭha)와의 대화가 수록되어 있다.

[와셋타] 이와 같이 존자 고따마시여, 여러 바라문들은 어떠한 다양한 길을 시설하더라도, 그 모든 길은 해탈로 인도하는 것이고, 그대로 실천하면 하느님과 함께 사는 것입니다.
[붓다] 와셋타여, 그대는 인도한다고 말합니까?
[와셋타] 존자 고따마시여, 인도한다고 말합니다.
[붓다] 와셋타여, 세 가지 베다에 능통한 바라문 가운데 어떠한 한 바라문이라도 하느님을 자신의 눈으로 본 자가 있습니까?
[와셋타] 없습니다.

와셋타는 바라문들이 당연히 해탈의 길을 알고, 하늘에 태어나는 방법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부처님은 당신이 말하는 바라문 중에 자신이 직접 하느님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묻고 있다. 그러자 와셋타는 없다고 말한다. 부처님은 그 바라문들의 스승들 중에서, 나아가 7대 선조들에 이르기까지 직접 눈으로 하느님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와셋타는 없다고 답한다. 이에 부처님은 당시 유명한 바라문들을 언급하면서 그들 또한 “어디에 하느님이 있는지, 어떻게 하느님이 있는지, 어느 곳에 하느님이 있는지, 나는 그것을 알고 그것을 본다”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다른 바라문들이 해탈로 인도하고, 하느님과 함께 사는 길을 알려준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말을 한 것이 아닌가 묻는다. 이에 와셋타는 ‘그렇습니다’라고 답한다.

부처님은 이러한 대화를 이어가면서 “보지도 못한 신(하느님)을 말하면서 해탈의 길을 말하고, 하느님과 같이 살고 있다 말하는 것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미인을 그리워하는 것과 같으며, 존재하지도 않는 이층집에 오를 사다리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말하신다. 미인을 본 사람이 미인을 그리워하는 것이고, 이층집을 짓는 사람이 계단을 만들고 사다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즉 부처님의 이 말씀은 알지 못하는 자들이 자신들은 알고 있다고 사람들을 기만하는 것이며, 그들이 말하는 방식으로는 해탈은 물론 하느님의 세계에 태어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간다.

[붓다] 그대들의 스승이 말할 때, 하느님은 소유, 원한, 분노, 마음의 오염을 여읜 자입니까, 여의지 못한 자입니까?
[와셋타] 여읜 자입니다.
[붓다] 자재한 자입니까, 자재하지 못한 자입니까?
[와셋타] 자재한 자입니다.
[붓다] 그럼 해탈을 말하고 하느님의 세계를 말하는 바라문들은 그처럼 소유, 원한, 분노, 마음의 오염을 여의고, 자재한 자들입니까?
[와셋타]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신을 보는 것은 둘째 치고, 분노에 차있고 소유에 속박되어 있으면서, 마음이 오염된 상태에서 하느님을 말하고, 하느님의 세계를 말하는 자들이 많다. 그들이 어떻게 올바른 길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부처님은 묻고 계신 것이다. 이러한 가르침을 통해 부처님은 소유를 버리고, 분노와 원한과 오염을 버린 자가 해탈하는 자이고, 하느님의 나라에 태어날 수 있음을 말씀하신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56호 / 2020년 10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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