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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차별을 떠난 화합의 승가

기자명 법장 스님

불교는 탄생‧생활‧수행까지 평등한 종교

범부중생 모였기에 문제 발생
사견에 의한 공양은 화합 해쳐
차별 멀리함은 공동행복 위함
상대 불편함 없어야 좋은 행동

차별 금지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인종에 대한 차별, 남녀에 대한 차별, 나라에 대한 차별 등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은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적응된 채 살아가고 있다. 우리들 역시 자기도 모르는 새에 누군가를 차별하며 고정관념을 만든다. 길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고, 스님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으면 놀랍게 쳐다보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는 다양한 차별을 받고, 차별을 한다. 별뜻없이 하는 행동이라도 상대가 불쾌함을 느꼈다면 이는 분명 바르지 않은 행동이다. 불교는 `차별'에 대해 특별히 주의를 시키고 있다. 불교는 2500여년 전 인도에서 `신분' '성별' 을 극복하고 모두에게 출가를 허락했다. 누구든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인정한 종교는 불교가 유일하다. 또 이러한 가르침을 펼친 석가모니 부처님이야 말로 참된 인권 평등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출가 입문 단계에서부터 신분, 성별, 직위를 구별하지 않았던 불교는 수행공동체인 승가에서도 `탁발' 시스템을 뒀다. 모든 이가 거리로 나가 발우에 음식을 받아오고, 그것을 자신만의 음식으로 하는게 아니라 모두가 공평하게 배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불교는 발생한 순간부터 생활, 수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이 평등하게 지낼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성된 종교다.

하지만 불교 내에서도 점차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출자가와 재가자가 함께 수행하고 인연을 가지다보니, 자연스레 그 안에서 특정스님만 챙기거나 특정신도만 만나는 등의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에 의해 만들어진 불교지만 그 안에 머무는 구성원들은 아직 평범한 범부중생이기에 이러한 문제는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다. 여러 계율을 제정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차별 문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범망경’ 제28경계인 ‘자별청승계(自別請僧戒)’에서는 한 승가 내에서 특정스님에게만 공양하거나 보시물을 주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시키고 있다. 불교에 귀의해 수행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또 좋은 스승을 만나 가르침을 받고 정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사찰 내에 여러 스님들이 있음에도 오직 한 스님에게만 별청을 하는 것은 오히려 스님을 난처하게 만들고 승가화합을 깨뜨릴 수 있는 행동이 될 수 있다. 공동체는 모든 것을 공유하고 수행해나간다. 그러나 이러한 사견(邪見)에 의한 공양이 허용되고, 또 그 공양을 오직 자신의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이미 화합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은 누구나 조금 더 좋은 것과 맛있는 것을 원한다. 지극히 당연한 본능이다. 하지만 불교에 귀의했다면 근본욕망인 오욕(五欲)과 탐진치 삼독(三毒)을 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오욕과 삼독에 집착하고 행동한다면, 이는 불교도라고 부를 수 없다. 차별을 멀리하는 것은 화합해 모두 함께 행복을 누리려는 것이다. `화합'을 말하는 것은 쉬울 수 있다. 하지만 `화합'을 행동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주변을 위해 자신이 가진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할 성스러운 행동이다. 좋은 마음으로 행동한 사소한 일일지라도 혹시 그것이 그 사람이나 그 사람 주변에 불편함을 주는 일은 아닌지, 보다 넓은 생각과 마음으로 바라보고 포용해야 한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학감 buddhastory@naver.com

 

[1556호 / 2020년 10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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