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내 앞의 사랑스러운 복덩이

기자명 금해 스님

풍요로운 생 위해 공덕 지어야
부처님도 공덕짓기 즐거워해
청정한 베풂은 아름다운 행위

인도 순례를 갔을 때, 곤혹스러운 일 가운데 하나가 우리들을 쫓아다니던 거지들이었습니다.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손을 내밀면서 바짝 붙어 다녔습니다. 때로는 가방 안까지 들여다보며 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옆에서 가이드들이 쫓아내지만, 그들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는 없습니다.

현지 가이드들은 거지 숫자만 계속 늘어난다며 베푸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더더구나 그들은 감사한 마음도 갖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나에게 베풀어서 복을 짓게 해 주었으니, 당신은 나에게 감사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구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상대에게 고맙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당당하게 손을 내밀며 “내게 고마워해라”라고 말한다니 놀라운 사고방식입니다. 우리는 참으로 그럴듯하다며 웃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복(福)이란 무척 중요합니다. 재물이나 명예, 수명 등의 큰 복에서부터 치아가 튼튼한 것도 복이라고 말할 정도이니, 큰 것에서 작은 것 까지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이 다 복으로 통합니다. 인연이나 재능도 복입니다. 일이 원만하게 잘 성취된 사람에게 ‘자네, 참 복이 많다’고 칭찬하는 것도 복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지요.

현재와 다음 생을 좀 더 행복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 우리는 복, 즉 공덕(功德)을 지어야 합니다. 복 주머니를 채울수 있게 선업(善業)을 지을 기회를 찾고, 실천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리고 생명을 구하거나, 큰 재물을 보시하거나, 불사를 짓는데 동참하려 하고, 큰 돈을 벌면 큰 보시를 하리라 마음 먹습니다. 그러면서 작고 작은 공덕이 모여 큰 복을 이룬다는 것을 잊어버립니다.

여름 날, 시내에 볼일을 보러 지하철을 몇 번 타고 왔다갔다 했더니 땀에 흠뻑 젖었습니다. 땀을 닦는데, 보살님 한 분이 제 손에 만원을 주었습니다.

“스님, 냉면 한 그릇 사 드세요.”

답을 하기도 전에 후다닥 멀어지니, 뒷모습만 기억 납니다.

식사 때를 지나, 오후에 겨우 작은 식당에서 국수 한 그릇을 시켰습니다. 손님은 저와 라면을 시킨 할아버지 둘 뿐입니다. 그래서 그 만원으로 국수와 할아버지의 라면 값까지 계산을 했습니다.

보살님의 보시로 두 사람이 행복하게 점심 공양을 했습니다. 만원을 베풀어 준 보살님은 이미 잊어버렸을 것이고, 그것이 복이 되리라는 생각도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소한 베풂이 두 몫의 복이 되었습니다.

눈 앞의 작은 베풂이 어떻게, 얼마나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지 상상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많은 복이 우리 앞에 물 흐르듯 지나갑니다. 

수행하다 육신의 눈을 잃고 천안(天眼)을 얻은 아나율 존자는 남의 도움 없이는 일상 생활이 불가능했습니다. 어느 날, 보이지 않는 눈으로 낡아 헤진 가사를 꿰매기 위해 실과 바늘을 들고 당황하고 있을 때 부처님께서 말씀 하셨습니다.

“그 실과 바늘을 나에게 다오. 그래서 내게 공덕을 짓게 해다오. 세상에 나보다 공덕 짓는 것을 즐거워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깨달음을 성취하고 완전한 자비와 지혜를 갖추신 부처님께서 공덕 짓는 것을 즐겨하는 모습에 모두 머리를 숙였습니다.

베풂의 공덕은 이야기를 듣고 같이 찬탄하는 것만으로도 또 공덕이 됩니다. 청정한 베풂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행위입니다.

멀리 생각하지 말고, 내 앞에 있는 ‘그’를 보세요. 그가 내게 복 밭입니다. 꽃 한 송이든, 책상이든, 사람이든 지금 내 앞에 있는 그가 나의 복덩이입니다.

꽃에게 물을 주는 것도, 책상을 아껴 쓰는 것도, 내 앞의 사람이 즐겁고 행복하도록 베푸는 것도 모두 공덕을 짓는 일입니다. 
 

금해 스님

우리 시선 닿는 곳마다, 발 딛는 곳마다 모두 복 밭입니다. 이삭을 줍듯, 차곡차곡 복을 주워 담으시길 바랍니다.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556호 / 2020년 10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