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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부정적 편향과 명상

부정 편향된 뇌에 균형 되찾으면 더 행복한 삶

긴 진화의 역사 속 생존위한 유전자
위협 알아차림 0.1초도 걸리지 않아
마음챙김 뇌의 균형 되찾는 데 기여
즐거움 알아차림·뇌 네트워크도 강화

인류의 뇌는 살아남기 위해 생명과 직결된 부정적 정보에 초점이 맞추어지도록 진화되었다. 즐거운 경험을 놓쳐도 내일이면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오지만, 부정적인 것을 발견하지 못하면 오늘 죽기 때문에 내일의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당근을 얻는 기회는 자주 놓치는 한이 있어도 무슨 수를 써서든지 채찍은 일단 피하고 봐야 하는 강박 관념이 생겼고, 이 과정에서 강력한 ‘부정적 편향’이 우리의 뇌에 내장되게 되었다. 어쨌거나 우리가 겪는 괴로움 중 상당 부분은 자연이 수백만년에 걸쳐 진화하는 동안 우리 안에 새겨 넣은 본능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다. 이는 부정적인 경험이 긍정적인 경험보다 생존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생존이 행복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붓다 브레인’의 저자며 신경생리학자인 릭 핸슨 교수는 뇌가 ‘부정적인 경험에는 벨크로(Velcro)를, 긍정적인 경험에는 테프론(Teflon)을 가지고 있다’고 묘사했다. 실제 우리 경험은 대개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뇌는 부정적인 경험에 대해서는 찰싹 잘 달라붙고, 긍정적인 경험에 대해서는 프라이팬처럼 미끄러져 잘 달라붙지 않는다는 소리다. 

또 다른 신경과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의 뇌는 위협을 알아차리는 데 10분의 1초도 걸리지 않지만, 즐거운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그보다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위협이 거의 즉각적으로 반사작용을 일으키고, 또 곧장 기억으로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그곳에서는 수많은 기억이 즉각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를 수 있도록 일촉즉발의 자세로 대기 중이다. 반면 긍정적인 경험이 스며드는 데는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 뇌의 활성을 영상으로 촬영해 보면 부정적 경험은 강력한 활성을 만들어내는 반면, 즐거운 경험은 같은 강도임에도 훨씬 적은 활성을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긴 진화의 역사 속에서 살아남아 우리에게 유전자를 물려준 개체들은 부정적 경험에 대한 엄청난 주의를 유전자에 심어 놓았다. 비록 부정적인 경험을 잊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뇌에는 지워지지 않는 자국이 남는다. 부정적 경향은 불쾌한 감정들, 즉 분노, 슬픔, 우울, 죄책감, 수치심 등을 더욱 강화시킨다. 지나간 상실과 실패를 강조하고, 현재의 가능성을 폄하하며, 미래의 장애를 과장한다. 그 결과 우리의 마음은 계속해서 사람의 성격, 행동, 가능성에 대해 부당한 평가를 내리는 경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부정 편향된 뇌의 네트워크를 부드럽게 달래 주고, 진정시키면 인생의 즐거움을 알아차리고 감사하는 뇌 회로가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부정 편향되었던 뇌가 균형을 되찾으면 사물을 더욱 분명하게 바라보고, 더 효율적으로 행동하며, 정신이 산만해지거나 난처한 처지에 빠지는 일도 줄어든다. 그리고 마음이 열리면서 아주 어렸을 적 경험했던 평온해지는 느낌을 만들어 줄 수 있다. 평온하고 고요함의 느낌이 쌓이다 보면 통증과 괴로움이 훨씬 더 줄어들면서 불안, 스트레스, 불행, 탈진 등의 느낌은 해소된다. 이러한 것이 가능한 것은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적응하며 자신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풍부한 가소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뇌의 풍부한 가소성 덕분에 마음챙김 명상으로 우리 뇌를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마음챙김을 뇌 수술에 비유하기도 한다. 우리는 물려받은 뇌 안에 그대로 갇혀 있지 않고 이렇게 변할 수 있다. 일상에서의 마음챙김을 통해 우리에게 과도하게 괴로움을 주는 부정편향에서 균형을 되찾아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신진욱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buddhist108@hanmail.net

 

[1556호 / 2020년 10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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