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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중도 ①

기자명 박희택

용수의 중도논리는 삼법인 재확인

공의 가명으로 있을 뿐인 존재
유‧무 양극단 여의었기에 중도
제행무상‧제법무아‧일체개고의
붓다 세계관 다시 밝혀주는 것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주·객관의 화합(인연)으로 상의상관(연기)하면서 조건 지어져 있으므로 고정적 실체라고 할만한 것은 없다. ‘고정적 실체가 없음(無自性)’을 ‘공성(空性)’이라 하는데, 이것은 조건 지어져 있는 모든 존재의 연기성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이를 용수는 ‘중론’ 관사제품(觀四諦品) 제19송에서 아래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어떠한 존재도 인과 연의 화합으로 생겨나지 않는 것은 없네(未曾有一法 不從因縁生). 이런 까닭에 모든 존재는 공하지 않는 것이 없네(是故一切法 無不是空者).”

‘연기=공’이라는 명철한 논변이다. 그러면서 바로 앞 제18송에서는 ‘공=중도’라 전치하고 있다. 그러니까 용수는 총괄해서 ‘연기=공=중도’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제18송은 아래와 같은데, 가명(假名)은 속제의 눈으로 보아 갖는 명(名)으로서, 진제의 눈으로 보면 가(假)이기에 가명공(假名空)이라고도 한다.

“뭇 인연으로 생긴 존재를 나는 곧 무[空]라고 설한다네(衆因縁生法 我説即是無). 또한 이것을 가명이라고 하며 중도의 이치라고도 한다네(亦爲是假名 亦是中道義).”

그렇다면 공이 어떻게 중도인가? 이 점에 관해서 용수는 제19송에 이어서 네 가지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1)뭇 인연으로 생긴 존재를 공이라고 말하며(衆因縁生法 我説即是空), 존재는 뭇 인연에 귀속되는 것이기에 자성이 없다(是物屬衆因縁 故無自性). (2)자성이 없기에 공하고 공함도 또한 공하며, 단지 중생들을 인도하기 위하여 가명으로 말하는 것이다(無自性故空 空亦復空, 但爲引導衆生故 以假名説).

(3)공의 가명으로 있을 뿐인 존재는 유와 무의 양 극단을 여의었기에 중도라 하며, 진제의 눈으로 보면 자성이 없기에 유라고 말할 수도 없고, 또한 속제의 눈으로 보면 공이 아닌 듯하기에 무라고 말할 수 없다(離有無二邊故名爲中道, 是法無性故不得言有, 亦無空故不得言無). (4)만약 존재에 자성이 있다면 뭇 인연에 의존하지 않고서 있는 것이며, 만약 뭇 인연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존재가 없는 것이니, 이런 까닭에 공하지 않은 존재는 없다(若法有性相則不待衆縁而有, 若不待衆縁則無法, 是故無有不空法).

말하자면 (1)과 (2)의 연장선상에서 설파한 (3)에서 공의 가명으로 있을 뿐인 존재는 유와 무의 양 극단을 여의었기에 중도이며, 이것은 무와 유라는 양 극단의 변증법적 통일로서의 중도라는 것이다. (3)의 중도관에 입각할 때 모든 존재는 공함을 재인식시키는 설명이 (4)이다.

이제 ‘연기=공=중도’의 논지는 명료해졌다. 이것은 붓다의 핵심교설인 연기에 관한 용수의 해설적 심화일 뿐만이 아니라, 대승교학과 붓다교설을 긴밀히 연결 지은 참으로 의미 있는 작업이다. 무엇보다 용수의 중도논리는 삼법인의 재확인이라 할 수 있다. 연기이법의 토대 위에서 확립된 붓다의 세계관인 제행무상, 제법무아, 일체개고를 용수는 다시 밝혀 준다.

일체개고에는 팔고(八苦)와 같은 고통의 고(苦苦)는 물론이고, 무상하기에 느끼는 변화의 고(壞苦)와 무아에서 오는 형성의 고(行苦)를 포괄한다. 이렇게 보면 붓다의 세계관은 고(苦, duhkha)의 세계관이라 할 수 있다. 붓다의 고는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세계관적 개념인 것이다. 이 점을 용수는 중도철학으로 재확인하며, 자연스레 사성제로 연결한다.

용수는 ‘중론’ 관사제품 제21송에서 “고가 인연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고가 있겠는가? 무상한 것이 고의 의미이니 고정된 자성은 무상하지 않네(苦不從縁生 云何當有苦? 無常是苦義 定性無無常)”라 하여 고의 세계관을 재확인하였고, 이어서 제22송에서 “만약 고에 고정된 자성이 있다면 어찌하여 집착에서 발생하겠는가? 이런 까닭에 집제가 없으면 공성의 이치를 파괴하는 연고가 된다네(若苦有定性 何故從集生? 是故無有集 以破空義故)”라 하여 고의 중도성과 사성제를 연결 짓기 시작한다. 멸제와 도제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박희택 열린행복아카데미 원장 yebak26@naver.com

 

[1556호 / 2020년 10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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