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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33·34대 총무원장 자승 스님 ②

‘자성과 쇄신 5대결사’로 한국불교 체질개선·위상제고 매진

화쟁위원회 발족…봉은사 직영·4대강사업 등 갈등 중재 역할
예산 삭감 등 정부여당 불교홀대에 강경대응…내부결속 다져
백양사 도박사건 파동으로 총무원장 취임 후 최대 위기 직면

조계종은 2011년 1월1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족문화수호를 위한 1080배 정진법회’를 개최해 이명박 정부를 규탄했다. 법보신문자료사진
조계종은 2011년 1월1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족문화수호를 위한 1080배 정진법회’를 개최해 이명박 정부를 규탄했다. 법보신문자료사진

2010년 3월 서울 봉은사 직영전환의 후폭풍은 예상보다 컸다. “봉은사 직영전환에 여당 대표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한 명진 스님은 일요법회 때마다 거친 발언을 이어가면서 논란을 키웠다. 정치권은 그해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봉은사 직영’을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조계종 혼란은 가중됐다.

봉은사 직영전환 혼란은 총무원 집행부가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었다. “수도권 포교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더라도 봉은사를 직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공청회 등 대중에게 이해를 구하는 작업들이 선행됐어야 했다. 그러나 총무원 집행부가 이런 절차를 꼼꼼히 밟지 않고 봉은사 직영전환을 추진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말았다. 모든 계파를 아우르는 연합집행부의 과도한 의욕이 부른 결과일 수 있었다. 봉은사 직영전환 논란은 두 달 넘도록 지속됐다. 

이런 가운데 5월31일 조계종에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날 경북 군위 지보사에서 수행하던 문수 스님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공사를 반대한다’는 유서를 남긴 채 인근 하천에서 온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소신공양했다. 스님은 유서에서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포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

자신의 몸을 태워 4대강 사업의 부당함을 일깨운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으로 불교계는 4대강 사업의 반대 입장을 굳혔다. 불교계 단체들은 6월5일 서울 조계사에서 ‘문수 스님 국민추모재’를 개최해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계종 총무원도 대대적인 추모법회를 열어 “문수 스님의 유지를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이 뛰어들면서 4대강 사업은 종단 현안이 됐다. 

조계종은 6월8일 화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화쟁사상을 바탕으로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갈등을 중재하고 풀어나가겠다는 취지였다. 조계종이 사회 갈등 현안에 대한 중재기구를 발족시킨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화쟁위원회는 봉은사 직영과 4대강 사업을 첫 의제로 설정했다. 두 사안 모두  찬반이 첨예해 종단안팎에서 큰 쟁점이 되고 있었다. 화쟁위는 “이해당사자의 관점에서 벗어나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면서 사태해결을 위한 중재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봉은사 문제와 관련해 조계종 직영제도의 순기능과 역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권고안을 내기로 했다. 4대강 사업은 정부와 여·야 정치권,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4대강 국민논의기구’ 출범을 제안했다. 

화쟁위 활동은 성과를 냈다. 봉은사 직영논란과 관련해 화쟁위는 그해 10월12일 “직영전환은 인정하되, 향후 재산관리인 임명 및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 한다” 등의 중재안을 제시했다. 총무원은 즉각 수용키로 했다. 명진 스님도 자신의 임기만료와 함께 당시 봉은사 총무국장 진화 스님을 주지로 추천한 뒤 떠나면서 사실상 중재안을 수용했다.

자승 스님이 11월10일 봉은사 첫 재산관리인으로 진화 스님을 임명하면서 8개월여 간 이어진 봉은사 직영논란은  마무리됐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화쟁위의 ‘4대강 국민논의기구’ 구성 제안을 수용했다. 이후 화쟁위는 4대강 사업의 지속여부를 결정짓는 핵심기구로 자리매김했다. 

자승 스님은 봉은사·4대강 논란 속에서도 종단 변화를 위한 공약이행에 매진했다. 그해 7월 종단사상 처음으로 직할교구 공찰주지에 대한 인사평가를 실시했고, 9월에는 한국불교세계화를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해 현지인들에게 전통사찰음식을 소개했다. 반기문 UN사무총장과 만나 2013년 서울에서 세계종교지도자 포럼을 개최해 조계종이 종교간 갈등과 대립의 중재자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11월10일 전국선원수좌회가 발간한 ‘선원청규’를 봉정했으며, 11월22일에는 승가교육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종단 체질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개혁안도 내놓았다. 

봉은사 문제가 해결되면서 조계종 33대 집행부의 행보도 순조로웠다. 그러나 12월8일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을 단독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교계 템플스테이 예산을 대폭 삭감해 큰 논란이 일었다. 템플스테이는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민족문화유산을 체험하고 부족한 숙박시설을 대체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민족문화유산의 보고로 일컬어지는 전통사찰은 숙박 및 관광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전통사찰에 시설개선을 위한 예산을 매년 지원해왔다.

그러나 그해 정부와 한나라당이 4대강 사업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템플스테이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이 과정에서 개신교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화쟁위를 중심으로 국민논의기구가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상태에서 4대강 사업 예산처리를 강행한 것은 불교계의 중재노력을 외면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조계종은 강하게 반발했다. 종단 내부에서 “정부여당이 템플스테이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한 것은 불교계를 무시한 것이자 민족문화를 말살하려는 것”이라는 공분이 확산됐다. 

봉은사 사태로 수세에 몰려 있던 자승 스님은 정부여당을 향해 승부수를 던졌다. 스님은 12월17일 긴급 교구본사주지회의를 소집해 “더 이상 정부예산에 발목 잡혀 끌려 다니지 않겠다”며 ‘정부여당과의 소통거부’를 선언했다. “불교관련 예산 전액 반납” “정부여당 관계자의 사찰출입금지” “이명박 정부 규탄 전국 동시법회” “불교규제 법령 철폐” 등을 결의했다. ‘민족문화수호위원회’를 결성하고 종교적 사명과 사회적 역할 증진에도 매진하기로 했다. 

자승 스님은 한발 더 나아가 2011년 1월26일 “자성과 쇄신 결사로 자립·자존의 길을 걷겠다”고 밝혔다. 수행·문화·생명·나눔·평화의 5대 결사를 진행해 “국민과 함께하는 불교, 사회와 함께하는 불교, 시대정신을 부여안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한국불교가 되겠다”는 취지였다. 이때부터 ‘자성과 쇄신 결사’는 조계종 33대 집행부의 중심 화두가 됐다. 정부여당을 향한 강경한 자세도 한동안 지속됐다. 

다급해진 정부여당은 불교계와의 소통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한나라당은 그해 2월9일 자체적으로 ‘전통문화발전 특위’를 구성해 불교계 현안파악에 착수했고, 4월1일 청와대·정부·한나라당은 불교관계 개선을 위한 TF팀을 구성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4월8일 국가브랜드위원회 회의에서 ‘불교문화 등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4월29일 동국대에서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불교계에 환심을 사려 애썼다. 한나라당 전통문화발전특위는 5월2일 “정부여당의 전통문화 인식에 문제가 있었다”며 특위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전통사찰의 각종 규제완화와 전통문화보존예산 확대” 등을 약속했다. 정부여당의 거듭된 화해 제스처에 조계종의 대정부 강경분위기도 점차 누그러들었다.

자승 스님은 6월7일 담화문을 내고 “정부여당과의 긴장관계를 풀겠다”고 밝혔다. “차단과 제한의 방편 대신 (정부여당과) 적극적인 만남과 대화를 통해 전통문화 정책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해 나가겠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자성과 쇄신 5대 결사’는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템플스테이 예산삭감’으로 촉발된 조계종의 대정부 강경기조는 6개월여 만에 일단락됐다. 일각에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조계종의 ‘대정부 강경기조’는 종단 내부를 결속시키고, 전통문화에 대한 정부여당의 인식을 개선시키는 효과로 나타났다.  

이후 자승 스님은 ‘자성과 쇄신 결사’를 종단 운영의 중심에 뒀다. 그해 7월5일 자성과 쇄신 결사본부를 발족해 수행·문화·생명·나눔·평화의 5대 결사를 전담하도록 했다. 

종단 내실을 다지는 사업도 추진했다. 10월4일 스님들의 노후 복지를 전담할 승려복지회를 출범시켰으며 10월21일에는 매각 위기에 놓인 흥천사에 정념(금곡) 스님을 새 주지로 임명해 토지매각 없이 사찰을 정상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했다. 전통사찰의 화재 및 도난을 예방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전통사찰에 방재예측시스템 구축 사업도 진행하기로 했다. 2012년 들어 낭보도 날아들었다. 그해 4월6일 문화재청은 조계종의 숙원이었던 연등회를 중요무형문화재 122호로 지정했다. 이는 연등회가 전통문화로서의 역사성과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불교무형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숙원사업이 속속 성과로 이어지면서 조계종은 다시 활력을 찾았다. 그러나 그해 5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불거진 백양사 도박사건으로 심각한 혼란에 직면했다. 몰래카메라로 촬영된 스님들의 비승가적 모습이 방송과 신문지상에 여과 없이 보도되면서 세간의 비판이 쏟아졌다. 조계종이 자성과 쇄신결사로 쌓아놓은 신뢰와 위상도 한순간에 무너졌다. 비판의 화살은 종단 집행부로 향했다. 사태수습에 나서야 할 총무원 부실장들이 일제히 사표를 던지고 물러났다.

자승 스님으로서는 취임 이후 최대 위기였다. 스님은 5월15일 대국민참회문을 발표하고 “관련자 엄중 문책, 사찰재정관리 개선” 등을 약속하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종단 쇄신을 위해 100일간 108배 참회정진을 진행키로 했다. 그러나 종단 내부에서 총무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전국선원수좌회도 나서 종책모임 해산과 총무원장 퇴진을 요구했다.

스님은 5월25일 서울 조계사서 교구본사주지들과 108배 참회정진을 진행하면서 “재임에 관심 없으며, 남은 임기에도 연연하지 않겠다”고 처음으로 거취표명을 했다. 이어 6월7일 종단 쇄신과 관련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사찰재정공개’ ‘승단청규를 마련해 청정풍토 구현’ ‘사찰운영위 설치’ 등을 약속하고 “이미 밝힌 대로 재임에 대한 생각도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재차 밝혔다. 그러나 “재임에 관심 없다”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다소 모호한 표현은 훗날 34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논란의 불씨가 됐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57호 / 2020년 10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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