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물들어가는 숲속을 따라 나아갔다.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결사대중이 10월17일 험준한 문경새재 이화령을 넘어 충청북도 괴산에 도착했다.
숙영지를 출발해 13km를 걸어 문경새재 초입에 도착한 결사대중은 아침공양과 휴식을 취하며 해발 548km 이화령을 넘기 위한 각오를 다졌다. 아침공양 장소에서 이화령 정상까지는 6km에 불과하지만 고개가 험준해 날던 새도 쉬어간다고 할 만큼 쉽지 않은 길이다. 이날 자비순례는 비구니스님들이 선두에 서서 결사대중을 이끌었다. 도착 예정시간은 오전 11시. 그러나 행선 11일째를 맞이한 결사대중의 체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두 차례 휴식을 취하고도 예정보다 1시간 빠른 오전 10시, 결사대중은 두 발로 이화령 정상을 밟았다.
이화령 정상에는 동화사 사부대중이 대구·경북 순례를 마치고 충청 순례를 시작하는 결사대중을 합장반배로 맞이했다. 동화사 신도 송순덕(송림화) 보살은 연신 감격의 눈물을 훔치며 “감사합니다”를 반복했다. 송 보살은 "불교와 나라를 위해 험난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스님과 불자들을 보니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남은 기간 건강히 회향해 코로나가 종식되고 불교가 우리 국민과 사회를 위해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선두에서 결사대중을 이끈 유승 스님은 “만행결사 소식을 듣고 매일 1만보를, 일주일에 한번은 20km 이상을 걸었다. 불교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이화령 정상에 도착해 있었다. 서울 봉은사에 도착하면 불교중흥을 위해 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답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웃었다.
공주 태화산 순례에 이어 자비순례에 동참한 백준엽군은 “입재할 때만해도 제 체력으로 이화령을 넘을 수 있을지 걱정됐다”며 “정상에 와보니 정말 많은 길을 걸어왔다는 게 실감난다. 회향 때까지 걸음걸음마다 간절함으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총도감 호산 스님은 입재식부터 11일간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은 동화사 사부대중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동화사 주지 능종 스님은 “결사대중 모두 무탈하고 건강하게 회향하길 기도하겠다. 21일간 함께하지 못한 게 오히려 송구하다”고 인사했다.
이화령을 넘어 충청북도 괴산에 들어선 순례대중은 11km를 걸어 숙영지인 나무야나무야캠핑장에 도착했다. 총 이동거리는 268km로 전체 일정의 절반을 넘어섰다. 서울 봉은사까지는 이제 232km가 남았다.
입재식에 이어 동국대 구성원 30여명과 자비순례에 일일 동참한 윤성이 동국대 총장은 “힘들고 어려운 길을 사부대중이 앞장서 이끌어주니 즐겁고 행복하게 따라갈 수 있었다”며 “동국대는 불교중흥과 국난극복을 위한 자비순례가 회향할 때까지 적극적인 동참은 물론 필요한 지원도 아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괴산=김현태 기자 meopit@beopo.com
[1557호 / 2020년 10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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