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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포교 길 위에서 쓴 향기로운 치유 언어

  • 불서
  • 입력 2020.10.19 14:21
  • 호수 1557
  • 댓글 0

‘오늘의 발끝을 내려다본다’ / 주석 스님 지음 / 담앤북스

‘오늘의 발끝을 내려다본다’

적당한 굵기로 원두를 갈아 물 온도를 맞추고 느린 시간 천천히 내려야 비로소 한 잔이 완성되는 핸드드립 커피. 신맛, 쓴맛, 과일 맛, 견과류 맛, 초콜릿 맛 등 온갖 맛과 향이 어우러진 이 커피 한 잔만으로도 잔뜩 힘 들어간 어깨를 내리게 되고 푹 숙인 고개를 들어보게 되고 누군가가 아닌 자신을 향해 미소 짓게 된다. 

가지가지 맛을 오묘하게 담아낸 핸드드립 커피를 비롯해 문화의 다양한 영역을 통해 수행과 전법의 가치를 펼치는 스님이 있다. 부산 송정해수욕장 구덕포 카페거리의 유명 맛집, 멋집 사이 당당하게 자리한 복합문화공간 쿠무다(KUmuda) 이사장 주석 스님이다. 최상급 원두를 선별해 로스팅을 거쳐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 그리고 마카롱과 케이크, 작은 쿠키에 멋과 정성을 담아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 온 스님이 수행과 전법의 삶을 오롯이 담은 에세이를 한 권의 책으로 냈다. 

책에는 교계 신문을 비롯해 지역 일간지 등 스님이 그동안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연재해 온 글과 쿠무다 밴드에 꾸준히 써온 글이 모였다. 연재 글에는 스님의 수행 기도, 문화 포교 전반에서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스님의 시선과 언어로 담겼다. 책의 곳곳에는 글 색을 달리해 짧은 글도 여러 편 실렸다. 일본 선사의 하이쿠 같은 짧은 이 글은 대부분 스님이 밴드에 쓴 것으로 수행자가 바라본 일상의 가치가 오롯이 녹아있다. 

책은 들고 다니며 가볍게 펼칠 수 있을 만큼 작고, 글은 길지 않은 적당한 길이에 페이지마다 여백을 두어 쉽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스님의 글을 모으기만 한 게 아니다. “평생 책을 내지 않겠다”는 스님을 출판사에서 끈질기게 설득했고, 대신 글의 주제별 배치는 물론 크기, 색, 표지의 질감까지 스님과 출판사가 오랜 소통을 통해 독자에게 가장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그래서일까.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나 술술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표현 하나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 내용은 묵직하고 여운이 깊다. 두 번, 세 번 내면의 퇴고를 거친 뒤 비로소 글로 옮겼다는 스님은 “세상으로 한 걸음 다가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만물의 이치를 하나둘 배워가려는 작은 노력들”이라며 스님의 일상이 곧 수행의 길임을 밝힌다.
 

쿠무다 이사장 주석 스님이 수행자 관점으로 일상을 녹여 낸 이야기를 담아 한 권 책으로 엮었다.

주석 스님은 1988년 법주사 수정암에서 승일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현재 부산 대운사 주지와 문화예술법인 쿠무다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송정해수욕장 바다가 바라보이는 곳에 지하2층, 지상 8층의 신축 쿠무다 불사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또 불교방송에서 ‘주석 스님의 마음대로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으며, 방송 및 기고 활동 외에도 쿠무다 밴드를 통해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있다.

책에는 또 하나의 선물이 함께 한다. 스님이 직접 글을 낭독해주는 것이다. 책 표지 안쪽 QR코드에 접속하면 스님의 목소리로 글을 들을 수 있다. 나지막한 스님의 목소리로 만나는 책은 그대로 힐링과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한 번에 모든 글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님은 조금씩 꾸준히 낭독을 통해 책을 읽어갈 예정이다. 

“문득 걸어온 발자취가 그리워질 때도 지워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그 때 그 상황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때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하지만 그 때 그 상황이, 그 때 그 사람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것일 수도 있겠지./ 오늘의 발끝을 내려다본다.” - ‘오늘의 발끝을 내려다본다’ 

다정하게 토닥이듯 이어지는 스님의 낭독은 자연스레 다시 책을 펼치게 만든다. 깊어가는 가을, 자신을 위해 또 누군가를 위해 정성스럽게 따뜻한 차 한 잔, 커피 한 잔을 내리며 책을 펼치고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이다. 1만4000원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557호 / 2020년 10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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