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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변화의 괴로움

기자명 성원 스님

변화를 수용못해 괴로운 것
관계에 따른 힘겨움도 존재
변화는 발전의 원동력인 셈

계절이 바뀌어 가을이 왔다. 매일 넘나드는 한라산정에는 제법 단풍이 물들어가고 있다.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 세월이 흘러가면서 우리들은 수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화엄경’에서는 ‘모든 것은 변화하고 우리들은 괴로워한다. 변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라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설한다. 계절이 바뀌어 행복해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시간이 흘러 힘겹고 괴로운 사람들이 많다. 존재 자체가 괴로움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고뇌는 시간에 실려 흘러가면서 발생하기 일쑤다. 궁극적으로 시간이 흘러 점점 죽음의 문턱으로 다가가는 노년기는 그야말로 시간의 흐름이 괴로움과 직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괴로움뿐만 아니라 우리들에게는 관계에 따른 힘겨움이 늘 존재한다. 물리적으로 시간을 멈출 수 없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관계에서 발생하는 괴로움은 우리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마음을 열고 지혜의 눈을 뜬다면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부터 장애인거주시설인 자광원의 원장소임을 다시 맡아 일하게 되었다. 예전 이용인과 종사자들이 대부분 그대로 머물며 서비스를 받고, 묵묵히 봉사를 실천하고 계셨다. 단절된 시간을 넘어 다시 만나 대화하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서로 떠나 있었던 긴 시간을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변화가 너무나 없었던 것이다. 쓸쓸하기도 했다. 지난날과 현재의 모습에서 발전은 고사하고 아무런 변화의 기미도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 대면한 자광원 이용인이 긴 세월 동안 아무런 발전이 없는 모습을 보면서 아쉬워하다가 돌이켜 생각해보니 발전적 변화가 없는 것은 그들뿐만 아니었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들과 헤어져 있었던 동안 무슨 능동적이고 발전적인 변화를 했을까? 

정말 무능할 정도로 멈춘 듯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큰 충격을 받았다. 변화는 자극을 유발하고 자극은 새로운 변화를 유발시켜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잠들지 않고 매일 매시간 깨어 있는 삶을 살고자 했는데 긴 시간을 두고 보니 완전히 멈춘 듯 살아가고 있었다니 참으로 슬픈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 지금까지 대부분 사람들이 그러하듯 세월이 흘러 변하는 것을 두려워했었는데 완전히 반대의 상황에 직면하고는 오히려 변화가 없는 상황 앞에서 당황해하는 자신이 또한 낯설게 느껴졌다.

변화와 함께 엄습해오는 괴로움을 우리들은 피해가고자 한다. 나이가 들수록 변화는 늘 수용하기가 만만찮고 두렵기까지 하다. 타인의 변화가 싫은 것도 생각해보니 사실은 변화한 지인을 스스로 수용하기가 힘들기 때문인 것 같다. 변화로 인해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산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세상의 변화는 점점 더 그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좋건 싫건 우리들은 엄청난 변화에 노출되어 살아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우리 스스로 자신의 생각에 경색되었기 때문이다. 불교적 용어로 표현하자면 아상(我相)이 더욱더 단단해져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일생을 두고 부수어 버려라 타이르고 가르치신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을 일생 내내 점점 더 강화만 했으니 이래서 일생을 살면서 업만 더욱 길렀다고 말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들은 현대의 빠른 변화를 불안해하지만 젊은이들은 더딘 변화에 대해 불평을 하며 오늘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성원 스님

변화 앞에서는 변화를 두려워하고 변화 없는 현실 앞에서는 한숨짓는 지금 이 순간 이 사람은 누구일까? 변화가 괴로운 것이 아니라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며 괴로워하는 우리들을 향한 부처님의 꾸짖음이 귓전에 더욱 쟁쟁하게 들리는 듯하다.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557호 / 2020년 10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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