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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박태현의 ‘우리 집에 양말 도깨비가 산다’

기자명 신현득

할머니에게 도깨비 이야기 전해 듣고
도깨비가 양말 훔쳤다고 생각한 동심

며칠째 양말이 한 짝씩 없어져
도깨비의 장난이라 생각하고
짝짝이인 채로 신고 학교 다녀
알고 보니 반려견 흰둥이 장난

순이네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 얘기에는 도깨비 이야기가 많다. 도깨비는 요술을 부린다 했다. 요술의 힘으로 황소를 번쩍 들어 지붕 위에 올려놓는단다. 요술 힘으로 쇠솥 뚜껑을 오그려서, 솥 안에 집어넣는단다. 굉장한 힘이다. 산을 번쩍 들어서 옮기고, 산같이 큰 바위를 쉽게 굴리고 다닌다 했다. 그러면서 짓궂은 장난을 많이 한단다.

그런가 하면 사람을 홀리게 한다. 어떤 사람이 밤길을 가다가 도깨비를 만났는데 물이라 해서 옷을 걷었더니 가시밭이어서 가시에 찔려 피가 났다. 가시밭이라 해서 걷었던 옷을 내렸더니 물이더란다. 그래서 옷을 버리게 됐다는 이야기다. 도깨비는 다리가 하나 밖에 없다고 했다. 독각귀(獨脚鬼)라는 말이 변해서 ‘도깨비’가 되었는데 ‘독각귀’는 다리가 하나뿐인 귀신이란 말이란다. 그래도 외다리인 도깨비는 요술의 힘으로 잘 걸어 다닌다고 했다. 그러나 다리가 하나인 도깨비는 아랫도리가 약한 것은 틀림이 없었다. 

“밤길을 가다가 도깨비를 만나거든, 씨름을 하자고 해서 다리걸이로 넘어뜨려 놓고 도망을 쳐라!” 이 모두가 할머니께 들은 이야기다. 그래서 ‘도깨비는 방망이로 쫓고, 귀신은 경으로 쫓는다’는 말이 생겨났단다. 아랫도리가 허약한 도깨비는 몽둥이를 제일 겁내고, 귀신은 부처님의 다라니를 제일 겁낸다는 말이다. 그러나 귀신의 하나인 도깨비도 다라니를 무서워 할 수밖에 없다. 도깨비를 내용으로 한 동시 한 편을 맛보기로 할까?

 

우리 집에 양말 도깨비가 산다 / 박태현

그거 알아?
우리 집에 
도깨비가 살아.

양말 도깨비.

학교 갈 때 
양말을 찾으면
꼭 한 짝이 없어진단 말이야!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서 오늘도
짝짝이 양말 신고

누가 볼까봐
꾸깃꾸깃 바짓단을 자꾸 내렸거든.

이런 나를 보고 어디선가
양말도깨비 깔깔대며 웃었겠지?

그게, 우리 집 말썽쟁이 
흰둥이라는 걸 나만 여태 몰랐었다니까.

박태현 동시집 ‘내 몸에 들어 온 딸꾹새’(2020)

 

할머니로부터 도깨비 이야기를 들은 이튿날 아침, 순이가 학교를 가려는데 양말 한 짝이 또 없어졌다. 도깨비 이야기를 들은 다음이라서, 순이는 ‘도깨비 장난이구나’ 했다. 

양말을 찾다가 안 되니 짝짝이 양말을 신고 학교에 나선 것이다. 한 짝은 빨강, 한 짝은 파랑이었다. 반 동무들이 보면 웃을 게 틀림없다. 그래서 바짓단을 자꾸 내려서 짝짝이 양말을 감추려 했다. 

그러나 장난꾸러기 양말 도깨비는 제가 한 짓이니까 숨어서 보고 깔깔대고 있겠지 했다. 그런데 그게 도깨비 장난이 아닌 순이가 집안에서 안고 다니는 흰둥이 장난이라는 게 들통 났다. 학교서 돌아와 양말을 벗다가 짝짝이 양말을 엄마께 들킨 것이다. 

“얘가 왜 짝짝이 양말을 신고 다녀?” 엄마가 놀라며 묻는다. 
“도깨비 장난인가봐. 며칠째 양말이 한 짝씩 없어졌어.”
“도깨비는 무슨 도깨비냐, 흰둥이가 물고 간 게지!”

엄마는 방을 뒤져서 흰둥이가 물어다 모아둔 양말을 찾아내셨단다.

“흰둥이가 너를 좋아해서 그랬던 거야.”

흰둥이 버릇을 나만 몰랐던 것.

시를 지은 박태현 시인은 전북 장수 출신으로 강원도에서 창작활동을 해 오고 있다. ‘아동문예’지 신인상에 동시로 등단했으며, 한국 미술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57호 / 2020년 10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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