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 충주의 새벽은 안개로 가득했다.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짙은 안개는 충주의 가을 풍광을 꼭꼭 숨긴 채 날이 개고 해가 떠도 좀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흐린 시야에 그나마 선명한 것은 곧게 뻗은 도로의 경계선뿐. 결사대중은 그길 따라 앞선 이들의 발걸음을 부지런히 좇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10월20일 14일차 일정은 안개 속에서 진행됐다. 결사대중은 이날 짙은 안개 덕에 깊은 내면의 세계와 마주하며 수행에 전념할 수 있었다. 27km를 걸으며 화두를 들거나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거나 진언을 외우는 등 각자의 방법으로 묵언정진했다. 안개는 행선을 시작한지 5시간이 지난 오전 9시를 넘겨서야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결사대중이 지금까지 이동한 거리는 350km로 회향까지는 7일 150km가 남았다.
서울 국제선센터 주지 법원 스님은 안개 속을 걸으며 화두를 들었다고 했다. “‘이 몸이 어디서부터 왔는가, 지금 묻는 그 자리에서 왔다.’ 이 화두 하나 가지고 걸었습니다. 안개로 인해 고요하면서 정적인 분위기라 수행하기에 더없이 좋았습니다.”
안산 다보사 주지 도선 스님은 “자욱한 안개로 마치 인도 바라나시를 걷는 것 같았다”고 했다. 스님은 “평소 마음챙김을 통해 본성과 일어나는 생각과의 차이를 알아차리기 위해 집중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 1월 15년간 일해 온 복지관에서 물러나며 다른 나라로 수행을 가려고 했으나 코로나로 계획이 취소돼 자비순례에 동참하게 됐다”며 “나를 돌아보고 마음에 집중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덕순 불자도 ”안개에 경관이 가려져 아쉽기도 했지만 오히려 집중하기에 좋았다. ‘반야심경’을 독경하고 ‘지장보살’을 염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걸었다”며 “자비순례 회향의 공덕으로 국난이 극복되고 당초 계획한 것처럼 인도 만행결사가 이뤄져 함께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결사대중은 10월21일 충주 순례를 마치고 여주에 도착, 경기도 순례를 진행한다.
충주=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58호 / 2020년 10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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