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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무설법문에 감동·도반 의미 깊게 생각”

[결사대중 인터뷰] 법보신문 김형규 대표

“21일간의 자비순례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불교중흥이라는 목표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걷는 내내 스스로를 돌아보고 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좋은 수행이었습니다. 특히 가을로 접어든 자연이 주는 무설법문은 어떤 가르침보다 큰 깨우침을 주었습니다.”

불교계언론사 대표로는 유일하게 자비순례에 참여한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는 걷는 걸음걸음이 힘겨움 속에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삶에 대한 좋은 교훈들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자비순례의 첫 출발지였던 대구 동화사는 서울에서 버스로 3시간 안팎의 길이었습니다. 그 길을 21일에 걸쳐 걸어서 되짚어 가고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오던 길은 지금 생각하면 그냥 지도였습니다. 발로 힘겹게 되짚어가는 과정에서 비로소 길이 되었습니다. 비록 불자라고 하지만 우리의 수행이나 신행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지도를 보고 우리는 길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우리의 수행이나 신행이 바로 이런 착각 속에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됐습니다. 한발 한발 직접 체험해가는 그런 수행이 아니라면 우리는 영원히 지도를 보면서 스스로 길을 가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게 될 것입니다.”

법보신문사 김형규 대표

김 대표는 “처음에는 선이던 길이 어느덧 점이 되고, 걷는 일이 익숙해지자 비로소 길이 보이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을로 접어든 우리국토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순례를 시작할 때는 들판마다 가득 익은 벼들이 즐비하더니, 조금씩 시간이 지나자 수확이 끝난 텅 빈 들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도 아름다웠지만 텅 빈 들판에서 느끼는 허허로움이 주는 감동도 컸습니다. 말끔하게 비워진 들판에서 비움이나 무소유에 대한 무설법문을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로하는 국난극복 순례인 만큼 첫 출발지가 대구 동화사 약사여래부처님 앞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고 말했다. 특히 자비순례가 도로를 따라 이뤄진 것은 한국불교가 이제는 소극적이고 운둔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세상으로 들어가 세상의 중심이 되겠다는 상징적인 선언이라고 생각했다.

“한국불교는 억압받던 조선시대의 편견에서 아직 자유롭지 않습니다. 절은 산 속에 있어야 하고 스님들은 세속으로 나오면 안 된다는 왜곡된 시각이 여전합니다. 비판에 성역은 없어야겠지만 유독 불교에 과도한 비판이 집중되는 것은 이런 편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자비순례가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역동적 불교의 첫 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 대표는 지위와 나이 구분 없이 각자 텐트에서 자고 스스로의 발로 걷는 자비순례의 여정에서 도반과 평등이라는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82명의 순례대중이 함께 걸었지만 그 걸음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었다는 점에서 모두 개인의 삶이며 수행이었습니다. 반면 대중이 함께 가지 않고 홀로 갔다면 가지 못했을 길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부대중이 함께 하는 불교를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을 겁니다.”

김 대표는 “이번 자비순례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불교중흥을 이루는 토대가 되길 바란다”며 “또한 개개인의 삶에도 보석 같은 열매로 맺어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58호 / 2020년 10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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