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순례, 불교중흥 ‘실천’에 있음 증명했다
자비순례, 불교중흥 ‘실천’에 있음 증명했다
  • 법보
  • 승인 2020.10.26 14:11
  • 호수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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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욕·정진·자비로 대장정 진행
위기의 한국불교에 새로운 전기
대응 여부에 따라 불교미래 결정
‘전국 사찰 재정 공영화’ 제안 눈길

10월7일 대구 동화사에서 첫발을 뗀 만행결사 자비순례가 500km 대장정의 성공적인 회향을 목전에 두고 있다. 급격한 일교차 속에서도 그동안 노천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난관을 지혜롭게 극복한 결과다.

돌이켜보면 인욕과 정진, 자비가 살아 숨 쉬는 현장이었다. 자비순례단은 새벽 3시 일어나 예불을 올린 후 4시 길을 떠났다. 걷는 중에도 스님들은 승복과 대가사를 수하고 염주를 쥔 채 정진했다. 묵언정진은 재가대중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새벽부터 오후까지 걷고 난 후 저녁 9시 몸을 뉘어야 할 곳은 따듯한 온기 가득한 방이 아니라 차가운 가을바람을 그대로 맞아야 하는 텐트가 대부분이었다. 인욕을 동반한 정진력을 발휘하지 않고는 감내할 수 없는 일정이었다. 길 떠나기 전 ‘우리가 내딛는 걸음걸음을 섣불리 고행이라 여기지 않고 한 걸음이 행원의 과정이요, 한 걸음마다 의지의 실천’으로 삼겠다는 결기를 끝까지 잃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울 조계사는 이번 순례에서 결사대중과 진행요원, 취재진 등 100여명의 짐을, 대구 동화사는 텐트 설치와 철수를, 서울 봉은사는 하루 세 번의 공양을 맡았다. 동국대 의료원에서 파견한 의료진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돌발 상황에 만전을 기했다. 안전을 책임질 자원봉사자도 있었다. 외호대중의 자비어린 손길이 만행결사가 원만히 진행되는 동력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자비순례단은 ‘부처님께서 열어주는 마음의 길을 따라 함께 걷고 그 길을 걸으며 나에게 묻고 나에게 답을 얻겠다’고 했다. 그러기에 산과 강, 들과 꽃, 새와 바람이 전하는 무설설법에 귀 기울였을 것이다. 조선시대 선사 설담 스님은 ‘산은 어진 사람에게 길을 열고, 물은 지혜로운 사람의 마음을 씻어’줄 것이라 했다. 대장정에 오르기 전보다 더 깊은 지혜가 충만 되었을 것이다. 

‘불교중흥’ 원력을 품고 떠난 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위기에 처한 조계종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조계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는 ‘한국불교 어디를 걷고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를 주제로 한 대중공사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일례로 출가자 감소 사안만 들어 보자.

올해 출가자수는 131명이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보여준 감소율을 감안하면 10년 후인 2030년이면 60명대로 떨어질 것이다. 출산율 감소와 맞물리고 있기에 상승곡선을 기대할 수도 없다. 승려의 연령 분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계종 소속 스님 중 50세 이상이 80%에 육박하고, 30세 이하의 스님은 200여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종단존립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를 통해 목도하고 있듯이 앞으로도 대규모 법회는 봉행하기 어렵다. ‘코로나 19’와 같은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출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작은 규모의 정기법회를 열기도 녹록치 않다는 결론에 이른다. 결국 사찰경제가 급속도로 약화될 건 분명한데 그 여파는 엄청나다. 재정부족으로 기본적인 승려복지마저 지속할 수 없으면 출가율의 하향곡선은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가난한 절을 지원할 수 없으면 사찰의 ‘빈익빈 부익부’는 더 심화된다. 전법을 포기한 승려들이 떠나면 남는 건 ‘폐사’뿐이다.

‘불교중흥의 길’은 ‘1994 조계종 개혁’ 직후부터 수없이 논의됐고 중장기 계획도 심도 있게 세웠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지금 실천에 옮겨져 완성된 대작불사는 그리 많지 않다. 자비순례단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좌복 위의 불교’를 넘어선 ‘길에서의 실천불교’일 것이다. 동화사에서 한 걸음씩 내딛어 봉은사에 닿았듯이, 논의·검토만 반복하지 말고 하나씩 명료하게 완성해 가자는 당부요 제안인 것이다.   

전국 사찰로 들어오는 모든 보시금을 중앙에서 관리하는 ‘재정 공영화’를 교육원장 진우 스님이 제안했다. 대부분의 주지 스님들이 난색을 표할 건 자명하다. 그러나 폐사를 막고 법등을 켜는 최선의 방책이 이것이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선택해야 한다. 조계종이 처한 상황이 의외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쇠퇴와 중흥의 기로에 선 조계종의 현실을 명료하게 인식 할 때다.
 

[1558호 / 2020년 10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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