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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찻집과 카페

기자명 효탄 스님

“무슨 차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답은 커피, 녹차, 홍차, 대추차 등 다양하다. 영어로 “Would you like tea or coffee?"라고 물을 때, 보통 tea를 선택하면 홍차가, coffee를 선택하면 커피가 제공된다. 영어의 차(tea)에는 coffee가 포함되지 않는다. 차는 차나무 잎을 가공해 음료화 시킨 것을 의미한다. 마실 수 있는 모든 음료를 차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지만, 커피는 커피나무 열매를 가공해 만든 음료일 뿐 차라고 부르지 않는다. 차잎이 없으면 차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차를 마시는 곳을 ‘전통찻집’이라고 부르는 반면 커피를 내어주는 곳을 ‘카페’라고 부르고 있다. 요 근래 사찰이나 교회를 막론하고 전통 찻집이든 카페든 이런 공간을 두고 싶어 하는 것이 추세이다. 종교시설 안에 신도들의 휴게 및 담소 장소를 내어주고 있는 것이다. 덩달아 절집도 그 명칭을 ‘카페’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전통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은 사찰 아니면 인사동 쯤 가서야나 혹은 커피집 메뉴에서 애써 찾아야 만날 수 있는가 하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은 어렵지 않게 눈에 들어온다. 대한민국은 완전 커피, 카페천국이 아닌가 싶다. 

이런 현상은 불과 20년 쯤 되었지 싶다. 그만큼 급속히 퍼진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창업을 하려한다면 그 아이템으로 커피와 외식을 꼽는다고 한다. 왜 우리의 음료문화가 이렇게 변한 것일까? 우선 우리는 커피의 강렬한 향과 구수한 맛, 달달한 맛에 쉽게 빠져들게 되며 그 편의성과 대중성에 매료된다. 반면 ‘차’를 마신다면 격식을 갖추는 이른바 ‘다도’를 행하며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며 마신다는 생각이 앞선다. 이런 점이 일반인들이 ‘차’에 쉽게 다가가기 어렵게 한다. ‘차’를 기호음료로 삼는 데는 무리가 있는 것일까? 가정에선 여러 종류의 차를 만들어 마시는 것이 일상인데도 말이다.   

차는 ‘선덕여왕 때부터 있었지만 신라 흥덕왕 3년(828) 중국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겸이 들여온 때에 이르러 성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경우만 해도 유구한 역사가 있다. 그러나 수많은 격동기를 지나면서 차를 마시는 습관을 잃었던 것이 아닐까? 반면 우리의 커피 역사는 아관파천 당시 고종황제가 러시아 공사 베베르를 통해 최초로 커피를 마셨다고한다. 본격적으로는 해방 후 미군을 통해 인스턴트 커피를 알게 되었으며 1976년 동서식품에서 우리 입맛에 맞는 믹스커피를 개발하고 이어 최초로 커피자판기가 등장했다. 2011년에 가서는 우리나라의 커피전문점 수가 1만개가 넘는 거대산업으로 성장했다. ‘차’가 대중화되기도 전에 커피의 물량공세에 밀려난 것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프렌차이즈 체인점을 운영하는 ‘커피’의 대형 마케팅 전략 앞에 중소상인들에 의한 구멍가게식 운영인 ‘차’는 속수무책인 것이다. 그런데 차문화를 대중화시키지 못한데에 다인(茶人)들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이제는 동네 골목까지도 소규모의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차문화도 동양과 서양이라는 두 축과 같이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최근 남양주시 운길산 수종사에 다녀왔다. 수종사는 자그마하지만 왕실 발원 사찰로 다보석탑과 부도 내에서 출토된 많은 금동불상 일괄 유물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이번 참배는 말로만 듣던 전통차를 마실 수 있는 삼정헌(三鼎軒)의 방문이었다. 소문대로 삼정헌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 풍광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장관이었다. 신을 벗고 들어간 안에는 정갈하게 다구 세트가 갖춰져 있었다. 차는 조용히 마시며 생각을 가다듬을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는 무료로 제공된다. 이것이 또한 수종사를 친근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수종사의 무료작설차 한 잔을 마시며 작금의 커피 왕국 한국에서 희망의 빛을 보았다. 이런 작은 일에 사찰이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은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우리네 작설차 빛깔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며 빙긋 웃을 수 있었다.

효탄 스님 조계종 성보문화재위원 hyotan55@hanmail.net

 

[1558호 / 2020년 10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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