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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자기주장 안 굽히는 비구 아릿타

그대는 잘못 해석해 왜곡하는구나

부처님 가르침 잘못 이해하고
그것을 참된 가르침이라 고집
부처님, 아릿타 잘못 지적하며
‘뱀에 대한 비유의 경’ 설해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그 말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곤 한다. 그런데 간혹 그 사람의 이야기를 잘못 이해하여, 잘못 전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사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올바르게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보통은 자기 생각으로 미리 짐작해서 판단하거나, 자신이 듣고 싶은 부분만 기억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잘못하면 말을 전한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그 말을 했던 사람까지도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경전에 보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보게 된다. 대표적으로 ‘맛지마니까야’에 나오는 ‘알라갓두빠마숫따(Alagaddūpamasutta, 뱀에 대한 비유의 경)’를 들 수 있다. 이 경은 출가 전에 독수리 조련사였던 아릿타(Ariṭṭha)가 스승이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못 이해하고는 그것을 참된 것이라고 고집하는 것을 다른 비구스님들이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아릿타 비구가 끝내 자신이 옳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자, 부처님께 이 일을 알리면서 부처님과 아릿타 비구의 대화가 시작된다.

[붓다] 아릿타여, 그대에게 ‘내가 세존께서 가르치신 진리를 이해하기로는 세존께서 장애라고 설한 것들도 그것들을 수용하는 자에게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라는 잘못된 견해가 생겨났다는 것이 사실인가?

[아릿타]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제가 세존께서 가르치신 진리를 이해하기로는 세존께서 장애라고 설한 것들도 그것들을 수용하는 자에게는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들은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그 욕망을 번뇌라고도 한다. 오늘날 명상 혹은 심리상담 가운데에는 ‘수용’이란 용어가 많이 사용된다. 그런데 이러한 수용을 잘못 이해하게 되면 부정적인 것들을 수용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다. 부처님이 아릿타 비구를 불러 말씀 하신 것은 바로 이러한 것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붓다] 어리석은 자여, 누구에게 내가 그러한 가르침을 설했다고 했는가? 여러 가지 법문으로써 나는 장애가 되는 것들이 어떻게 장애가 되는가와 그것들을 수용하는 자에게도 어떻게 장애가 되는가를 설했다. 나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에는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이 많고 근심이 많으며 위험은 더욱 많다고 설했다. … 그러나 어리석은 자여, 그대는 스스로 잘못 해석하여 오히려 우리를 왜곡하고 자신을 파괴하고 많은 해악을 쌓는다. 어리석은 자여, 그것은 실로 그대를 오랜 세월 불이익과 고통으로 이끌 것이다.

흔히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단점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 아니다. 단점을 단점으로 바로 알고, 그것이 자신에게 미친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바르게 아는 것을 말한다. 그러할 때, 자신을 향상시키고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릿타 비구는 부처님이 장애로서 설한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에 대해 그것을 수용하게 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잘못 이해한 것이다. 일설에 따르면 아릿타 비구는 “만약 비구들이 여인과 성적인 관계를 맺도록 허락되었다면, 그것은 장애가 될 수 없었을 텐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는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감각적 쾌락은 허용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들의 고통을 증가시키는 것들이다.

이처럼 부처님 당시에도 가르침을 잘못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었는데, 오늘날은 어떠할까. 불교를 배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새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부처님은 이러한 아릿타 비구의 잘못된 견해를 바르게 이끄시기 위해 “그대는 잘못된 견해에 대해 깨닫게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뱀에 대한 비유의 경’을 설하셨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58호 / 2020년 10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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