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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날들…불교중흥 주인공은 사부대중”

자비순례 결사대중, 10월26일 봉은사서 자자
500km 여정 돌아보며 참회·감사·희망·발원 나눠

만행결사 자비순례 21일 500km 대장정의 마무리를 하루 앞두고 마침내 봉은사에 도착한 결사대중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은 ‘감사’였다.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도전을 끝까지 함께 해준 도반에 대한 감사, 결사대중을 위해 묵묵히 봉사해준 외호대중에 대한 감사, 그리고 다시 만나기 힘든 기회를 만들어준 회주 자승 스님에 대한 감사였다. 10월21일 만행결사 20일째를 맞이해 오전 10시경 마침내 최종 목적지인 봉은사에 도착한 결사대중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보우당에 모여 지난 20일의 발걸음을 돌아보며 자자의 시간을 가졌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참회하며 대중의 용서를 구하는 자자에 임해 비구·비구니·우바이·우바새는 모두 한 자리에서 자신의 허물에 용서를 구하고 그동안 품어왔던 500km 대장정의 소회를 풀어놨다.

고불암 감원이자 종회의원 심우 스님은 “혼자였으면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함께 한 대중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고 상주 연수암 주지이자 초심호계위원인 태허 스님도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가려면 대중이 함께 가라고 했다”며 “오직 대중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길”이라고 대중께 감사의 뜻을 전했다. 외호대중에 대한 인사도 이어졌다. 정수사 주지이자 종회의원인 도림 스님은 “몇 달 전부터 일정을 준비해준 진행본부 관계자들과 매 끼니 보약 같은 공양을 제공해준 공양팀, 24시간 대기해준 의료진 등 모든 외호대중에게 감사하다”고 머리 숙여 인사했다. 무엇보다 대중들은 상월선원 만행결사에 이어 자비순례를 기획, 대중과 함께 이를 실현한 상월선원 회주 자승 스님에 대한 특별한 감사의 마음이 이어졌다. 호압사 주지이자 종회의원은 우봉 스님은 “처음 시작은 국난극복, 불교중흥을 위해 시작한 순례였지만 지나고 보니 그 은덕을 가장 많이 입은 것은 결국 우리자신이 아니었나 싶다”며 “불교계에 큰 선물을 주신 회주스님에게 감사드린다”며 소감을 대신했다.

문수사 주지이지 중앙선거관리위원인 태성 스님도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런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회주스님이 가장 앞에서 걸으시는 모습으로 보면 묵묵히 따르다보니 여기에 이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천 죽림사 주지 선지 스님도 “회주스님 본인도 몸이 많이 불편해 보였는데도 숙영지에서 절뚝거리는 제게 무릎이 괜찮냐고 걱정해주신 것이 이 여정을 완주할 수 있는 힘이 되었던 것 같다”는 말로, 국제선센터 교무국장 탄우 스님도 “회주스님은 가장 앞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대중을 이끌어주셨고 모든 위험과 어려움을 먼저 고민하고 점검하셨다”며 회주 자승 스님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20여일 함께하며 미처 말하지 못한 허물을 털어놓으며 대중의 용서를 구하는 참회도 이어졌다. “나름 텐트생활도 많이 해봤다고 자부했고 걷는 것도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의 걸음은 소풍이었다”며 자만했던 마음을 드러낸 묘적사 주지 환풍 스님을 비롯해 “108염주를 손에 들지 못하고 핫팩을 들었다”고 고백한 전 봉은사 교육국장 밀엄 스님, “5조 조장으로 선두를 맡았을 때 대중의 속도를 생각하지 못해 순례를 극기체험장으로 만들었다”는 성불사 주지 유승 스님, “몸이 힘들다보니 앞사람 걸음 하나 몸짓 하나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야영지의 텐트의 위치를 보고도 좋고 싫음이 있었다”고 마음속 허물을 드러낸 만경산사 총무 스님 등 지난 20일간 벌어졌던 소소한 일상의 실수와 반성에 대한 참회를 들으며 대중들은 마직막까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다.

결사대중들 중에는 이번 순례를 통해 일생의 전환점을 이루었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내 가방의 무게가 내 욕심의 무게였음을 알게 됐으며 수행하는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다”며 수행자로서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는 봉선사 호법국장 법정 스님, “가는 곳마다 결사대중을 환영해준 신도님과 매일 대중에게 전해진 공양물을 보며 느낀 감사의 마음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는 전 중앙종회의원 설도 스님, “이화령을 넘을 때 보았던 신도님들의 눈물을 평생 잊지 않고 부끄럽지 않는 수행자로 살겠다”는 용연사 주지 설암 스님, “지금까지 남이 차려준 밥상을 먹기만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남을 위해 밥상을 차리고 나눠주는 수행자가 돼겠다”고 발원한 전 무암사 주지 현해 스님 등 이번 순례 기간 동안 각자 느낀 감회와 각오가 평생 수행의 버팀목이 될 것임을 다짐했다.

하지만 대중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말은 극난극복과 불교중흥에 대한 확신과 희망의 다짐이었다. 혜광사 부주지 대우 스님은 “우리 모두가 주어진 자리에서 할 일에 최선을 다할 때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확신했다. “성을 쌓는 자 망할 것이고 길을 만드는 자 흥할 것이라는 옛 말이 있다”고 운을 띤 중앙종회 부의장 법원 스님은 “길을 만드는 이는 소통하고 변화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것이며 자비순례단은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낸 것”이라며 한국불교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것임을 기대했다. 보현사 주지 지우 스님은 “사부대중이 함께 하는 걸음의 힘을 보았다. 그 힘이 정적인 불교에서 동적인 불교로, 나아가 불교중흥으로 이어지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고, 안산 다보사 도선 스님도 “코로나시대 자비순례는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수행이었으며 대중들 모두는 화엄만다라를 만들어가는 한 알의 염주였다”며 불교중흥의 희망을 이야기했다.

이번 자비순례에는 29명의 우바이·우바새도 결사대중으로 동참했다. 최고령 동참대중이었던 이채순 불자는 “이제 기도도 수행도 그만하고 쉬어야 될 때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순례를 통해 여전히 해야 할 기도와 수행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더욱 정진하는 불자가 될 것임을 다짐했다. 특히 암투병 중인 최용수 불자와 친구로 함께 한 김정숙 불자는 서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해 대중들에게 뭉클한 울림을 주기도 했다. 유아정 불자는 “지난 20여일 들어온 목탁소리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오늘 새벽엔 무척 아쉬웠다”는 말로 그동안의 여정에 대한 감회를 대신했고, 이태경 불자는 “만행결사를 통해 불교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타종교인에도 차별 없이 기회를 주신 스님들과 대중들에게 감사하다”며 특별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앞으로 살면서 힘들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내면에 채운 것 같다”는 성계순 불자, “모두가 평등한 자리에서 걷고, 먹고, 잠자며 진정한 사부대중의 의미를 느꼈다”는 홍현지 불자, “대불련 중앙회장으로서 청년불자의 저력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윤정은 불자, “중앙신도회장으로서 불교중흥은 결국 사부대중이 함께 해야 할 우리의 몫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주윤식 불자, “동화사까지 3시간 걸려 내려간 길을 21일 걸려 되돌아온 뜻은 결국 모든 일이 우리 스스로 한땀 한땀 이룩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기 위함이었으며 불교언론인으로서 이를 실천하는데 더욱 정진하겠다”는 김형규 불자, “작게는 이렇게 많은 스님과 함께 하고, 일정 동안 한 번도 비가 안온 것부터 크게는 소극적이던 나 자신이 적극적으로 바뀌는 모습이 그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고 밝힌 이재완 불자까지 모두가 20여일 동안 느낀 소회는 달라지만 그 속에서는 한국불교중흥에 대한 희망과 함께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기꺼이 감당해 내겠다는 평등한 주인의식이 짙게 배어나고 있었다.

자비순례의 지객소임을 맡은 조계사 부주지 원명 스님은 “도둑을 따라가면 도둑이 되고 부처를 따라가면 부처가 된다고 했다”며 “한 스님의 원력이 아홉스님의 원력으로, 다시 80여명의 원력으로 늘었고 이제 수만 수십만의 원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국난극복과 불교중흥의 원력을 다시 한 번 다졌다.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도 “한국불교 역사에 앞으로 이런 수행과 결사가 다시 있을까 싶다”며 “그 자리에 조그만 힘이나마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 영광스럽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호계원장 무상 스님도 “출가자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사부대중의 정진력을 보면서 일당백, 일당천의 불교가 될 수 있음을 확신했다”고 강조했고, 종회의장 범해 스님은 “이번 자비순례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새로운 삶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며 국난극복의 계기가 될 것임을 다짐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558호 / 2020년 10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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