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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들 비보사상은 한양설계에 어떻게 기여했나

  • 교학
  • 입력 2020.10.30 19:07
  • 수정 2020.11.02 15:31
  • 호수 1559
  • 댓글 0

서울 호압사, 11월7일 ‘한양천도와 도시철학’ 학술대회
고영섭·황인규·장지연 교수…한양천도 당시 불교계 역할 재조명
최원석·김승호·김일권 교수…도시설계에 담긴 다양한 철학 소개

호암산 호압사는 1394년 태조 이성계가 삼성산 호랑이 기운을 누르기 위해 창건한 비보사찰이다.

조선 한양천도 당시 불교계 역할을 새롭게 조명하고 도시 설계에 담긴 세계관을 되짚어볼 학술대회가 열려 관심을 모은다.

서울 호암산 호압사(주지 우봉 스님)가 11월7일 경내에서 ‘2020 호압사 한양천도 기념 문화제’을 개최한다. 주지 우봉 스님 인사말로 시작하는 이날 행사에는 유성훈 금천구청장, 박준희 관악구청장, 최기상 국회의원, 정태호 국회의원, 서울시의회 불자회 등 정관계 인사가 다수 참석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 방역 지침도 철저히 준수하며 진행된다.

먼저 고영섭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는 ‘국가 비보사상과 한양 비보사찰’ 발표를 통해 비보사상의 원류를 밝힌다. 고 교수는 “신라의 도선, 고려의 여철·의천·태고, 조선의 무학 등 수많은 고승들이 비보사상에 의해 개성과 한양의 전도와 천도의 기반을 놓았다”고 보았다. 이어 “한양을 둘러싼 내사산과 외사산의 일부 사찰은 비보사상에 의해 창건·보존됐으며 이 원류는 육신과 국토가 둘이 아니라는 신토불이설과 밀교 경론에 의한 제교 포섭사상으로부터 왔다”고 파악했다. 토론은 동국대 불교학술원 문광 스님이 맡는다.

조선건국에 기여한 무학 스님 역할을 새롭게 조명하는 연구도 소개된다. 황인규 동국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무학대사와 한양천도’를 주제로 당시 재편된 불교계 흐름을 심층 조명한다. 황 교수는 이날 발표될 논문에서 “왕사였던 무학 스님이 한양천도에 관여한 것은 풍수·도참에 정통했다거나 태조 이성계와의 친밀한 인연으로 조선 건국 국도 건설 사업에 참여했다기보다 한양을 중심으로 불교계를 재편하려는 의도가 강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학 스님은 불교계 국가비보사상 발현에 맞춰 시책을 도왔다”며 “무학 스님이 여말선초 불교계를 재건하려 했던 주체적 역할들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는 김상영 중앙승가대 불교학과 교수가 나선다.

국도 풍수론을 정치적 측면에서 접근한 연구도 소개된다. 장지연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정치이념의 측면에서 ‘국도 풍수론과 한양천도’를 접근한다. 장 교수는 “고려 국왕들도 태조왕건의 유훈에 기대 왕권을 현창하고자 했다”며 “이에 맞춰 고려 불교계는 태고 보우스님을 위시해 천도 논의를 적극 제시했고 ‘도선밀기’로 대표되는 다양한 국도풍수 지식을 해석하며 필요한 논리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태조왕건 유훈의 강렬한 아우라는 아이러니하게도 조선 태조 이성계에게도 작용했다”며 “고려 국도풍수가 도참으로 축소됐으나 막후엔 상당한 요소로 반영돼 한양천도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양혜원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토론을 맡았다.

고려 개성과 조선 한양을 비교해 풍수비보 특징을 체계화한 논문도 흥미롭다. 최원석 경상대 교수는 ‘한양의 국도 풍수비보’ 논문을 통해 “조선 한양의 풍수는 고려에 비해 지리적 인식이 심화되고 비보 대상·형태·기능이 체계화 됐으며 공간 범위도 광역화됐다”고 밝혔다. 이어 “고려가 불교적 비보책을 썼다면 조선은 풍수적 비보책을 썼다”며 “불교적 비보책은 점차 미약하게 지속됐으나 풍수적 비보책은 조선 후기까지 국도 궁성경관에 널리 적용되고 운용됐다”고 밝혔다. 김일림 상명대 교양교육원 교수가 토론자로 나선다.

한양천도의 특성을 읽어볼 시간도 마련된다. 김승호 동국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는 ‘한양천도 전승담의 종교 이념적 맥락과 의미’를 발표해 한양천도 전승담에 담긴 종교·이념적 성격을 밝히고자 했다. 김 교수는 “한양정도지 탐색담에는 무학 스님 외에도 불가·유가·민속신앙 등 종교 이념을 대변하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며 “풍수 우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승 집단 간의 충돌 양상도 볼 수 있고 종교·이념적 편파성도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가운데서도 무학 스님은 단순한 풍수가로 머물지 않고 천도 역사에서 불교계가 핵심축이 됐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토론은 이대형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가 맡는다.

천문학적 접근으로 조선 건국에 담긴 우주관도 살펴본다. 김일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한양도성의 중심점 원각사와 불천(佛天)의 천문사상’을 발표한다. 김 교수는 조선 세조가 1467년에 건립한 원각사 십층석탑(국보 제2호)을 한양도성 중심점으로 보고 방위론적 의의를 살폈다. 김 교수는 “한양도성 중심점에 위치한 원각사 구성을 살펴보면 십층석탑은 토중(土中), 택중(宅中), 국중(國中)이라고 일컫는 땅의 중심 상징론과, 불교 우주관 중심축인 수미산 제석천, 도리천 등 수직적 삼계(三界) 28범천론, 6합 구형 입방체공간론 일환으로서 불교적 세계관이 투영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조 11년(1465)에 주조된 원각사 범종이 한양도성에 울려퍼졌던 의미를 불천(佛天) 사상으로 새롭게 밝혀낼 예정이다. 민순의 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이 토론자로 참여한다.

마지막으로 김상영 중앙승가대 불교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종합토론이 이어져 발표자와 토론자 간의 담론이 펼쳐질 예정이다.

호압사 주지 우봉 스님은 “우리 절은 조선 왕조 때 수도 한양의 안녕과 번영을 염원해 온 사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선건국 당시 경복궁을 위협하는 호랑이 기운을 누르기 위해 창건한 사찰에서 주지 소임을 살고 있으니 무한한 책임감을 가지고 서울에 담긴 인문학·생태학 등 도시철학이 온전히 전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학술대회가 끝난 후에는 트로트 가수 설하윤, 쌍둥이 트로트 가수인 윙크, 신인 걸그룹 러스티(LUSTY) 공연과 의왕도시공사 난타공연팀 ‘타투’의 무대가 펼쳐진다. 02-803-4779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59호 / 2020년 11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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