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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잠 줄이며 일했지만 남은 건 빚과 뇌출혈”

  • 상생
  • 입력 2020.10.30 19:28
  • 수정 2020.11.01 15:31
  • 호수 1559
  • 댓글 3

2015년 한국 찾아온 태국 출신 바폰씨 부부

작고 좁은 농장 컨테이너에 살며 가족 행복 위해 쉬지 않고 일해와
뇌출혈 후유증으로 거동 불편…매일 눈물로 부처님 가피 염원하며 버텨

'코리아 드림'을 갖고 한국으로 온 태국 출신 바폰(40)씨와 아내 르왕짜이(42)씨.
'코리아 드림'을 갖고 한국으로 온 태국 출신 바폰(40)씨와 아내 르왕짜이(42)씨.

한때 세계 제일의 쌀 생산지로 이름이 드높았지만, 지금은 최악의 빈부격차로 유명한 태국. 바폰(40)씨와 르왕짜이(42)씨 부부는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이역만리 한국으로 찾아왔다.

처음에는 파프리카 농장에서 일했다. 춥고 좁은 컨테이너에서 먹고 잤다. 고된 일상이었지만 부부는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하루 12시간씩 일했지만 부부가 받는 월급은 250만원에 불과했다. 월급 대부분은 태국에서 지내고 있는 노부모와 아이들의 생활비로 쓰였다. 17살 딸과 11살 아들의 행복한 모습을 상상하며 부부는 웃을 수 있었다. 고되지만 순탄하게 일이 흘러가는 듯했다.

농장에 일이 없을 때는 돈을 벌 수 없었다. 부양해야할 가족이 있기에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닥치는 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참외농장, 양계장, 오이농장, 공장 등을 전전했다. 공장에서 일할 때는 사장이 45일치 임금을 주지 않아 부부가 배를 곯기도 했다. 그러나 태국에 있는 노부모와 아이들의 생활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염원하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 바폰씨가 쓰러졌다. 10월4일 일요일 밤 8시경이었다. 쓰러진 바폰 씨는 약 15분가량 경련을 일으키며 움직이지 못했다. 옆에 있던 아내 르왕짜이씨는 놀란 마음에 손이 떨려 핸드폰을 잡을 수도 없었다.

병원검사결과는 뇌출혈이었다. 한국어를 못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던 르왕짜이씨에게 의사는 급히 수술이 필요하다며 수술동의서를 내밀었다. 르왕짜이씨는 서명했고 곧바로 수술이 이뤄졌다. 목숨은 건졌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후유증으로 오른쪽 눈의 시력이 저하되고 중심을 잡지 못하는 등 거동이 불편해졌다. 발병하기 전 부부는 아파트 청소일로 각각 일당 5만원씩을 받고 있었다. 주기적으로 아파트 청소 일을 하며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예기치 못한 불행에 충격과 상실감이 몰려왔다.

그러나 부부에게는 더 큰 문제가 남아있었다. 수술비와 약값을 포함한 병원비였다. 태국에 있는 가족들과 지인들이 은행 대출과 금을 팔아 모은 1500여만원, 청소업체 사장님이 선뜻 보태준 300만원, 월급 가불 330만원으로 가까스로 병원비는 갚았지만 태국에서 진 빚을 갚기 위해 한국으로 온 부부의 태국 빚은 오히려 늘어나 버렸다. 바폰씨의 회복을 위한 통원치료비, 약값도 큰 부담이었다. 비싼 재활치료는 엄두조차 못 낸다. 미래의 행복을 얻고자 낯선 나라에 온 부부는 오히려 암울한 미래에 갇혔다.

습기로 곰팡이가 가득하고 난방이 안 돼 차디찬 반지하 집에서 온풍기로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가는 바폰씨 부부. 아내 르왕짜이씨가 더 열심히 일하겠다지만, 그것만으로는 태국에 있는 가족을 부양하기도 벅차다. ‘한국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 태국에서 작은 트랙터를 구입해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부부의 간절한 꿈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매일 밤 부처님께 올리는 르왕짜이씨의 기도와 눈물은 밤 깊도록 그칠 줄 모른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0

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1559호 / 2020년 11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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