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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법난 진상규명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0.11.02 13:16
  • 호수 1559
  • 댓글 0

5700 사찰 수색해 1900여명 연행
모멸·수치감 주며 파렴치 집단 매도
27년 후 국가권력 남용사건 인정 
사건 배후·관련자 처벌 아직 없어

불교계가 잊지 않는 사건 하나가 있다. 군홧발이 새벽 법당을 침탈한 10·27법난이다.

전두환 신군부 계엄사령관은 불교계 비리를 청산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불교계 정화수사계획’을 수립했다. 주요 표적은 조계종이었다. 계엄사령부의 합동수사단은 1980년 10월27일과 30일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군·경 합동작전으로 5700여곳의 사찰과 암자를 수색해 스님과 관련자 1900여명을 연행했다. 

원로 스님들을 포함한 스님들을 마당에 세워놓고 ‘구호’를 외치게 했으니 당시  스님들이 느꼈을 모멸감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투입된 군·경 병력만도 3만2000여명이었는데 결론적으로 형사 입건된 관련자는 34명에 불과했다. 더욱이 불교계 관련 수배자는 단 1명 검거했다. 불교를 길들이려는 신군부의 폭압이었음을 반증한다.

연행·구금 과정에서 고문과 가혹행위가 벌어졌다. 주먹이나 발은 물론 야구방망이, 소총 개머리판으로 맞는 것도 예사였다. 온몸을 동아줄로 묶은 후 코와 입에 고춧가루와 빙초산을 섞은 물을 붓거나 전기 고문도 가했다. 연행된 스님의 승복을 강제로 벗기고 군복이나 수의를 입히고는 모욕적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경전 연구와 번역에 헌신한 탄허 스님, 불국사와 법주사에서 납자들을 지도했던 월산 스님, 훗날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월주 스님 등이 계엄군에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었다.

법난이 자행된 이튿날인 10월28일 계엄사령부는 자신들의 야만적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이렇게 밝혔다.

‘(불교)자력으로는 도저히 갱생의 힘이 없는 것으로 판단, 부득이 사회정화 차원에서 철퇴를 가하게 된 것이다.’

그해 11월 계엄사가 발표한 수사결과는 아연실색케 한다. 종권장악을 위해 파벌을 지어 암투를 벌이고, 주지임명을 둘러싼 매관매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가 하면, 200억원에 달하는 공금을 유용하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했다. 조작된 수사결과는 언론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갔다. ‘낮에는 주지, 밤에는 요정경영인’이라는 내용의 기사도 있을 정도였다.

10·27법난은 국가폭력에 의해 국민 기본권이 훼손당한 사건이다. 또한 종교의 특성을 감안하면 ‘불교탄압’ 사건이다. 불교계는 지난 40년 동안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해 왔다. 1988년 국무총리는 “불교계 수사로 말미암아 불교도 및 불교의 자존에 깊은 상처를 주게 되었던 점은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몸을 낮췄다. 2007년 국방부 과거진상위원회는 정화명분으로 특정 종단에 사법적 잣대를 무리하게 적용한 국가권력 남용의 대표적 사건으로 인정했다. 사건 발생 27년만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 사건을 계획한 정확한 배후와 책임자 처벌 등을 포함한 진상규명은 속 시원히 풀리지 않고 있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10·27법난 추념사에서 “10·27법난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시효가 없다. 보다 명확한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며 “불교계와 법난 피해 생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진실 규명에 대한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이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역대 정부 대통령 가운데 현직 대통령이 10·27법난에 대해 사과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이다. 2018년 4월 문 대통령은 “한국불교는 군부독재 시절 국가권력에 의해 종교의 성역을 침탈당하는 가슴 아픈 일을 겪었다”며 “불교계에 여전히 남아 있는 깊은 상처에 대해 심심한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그리고 “불교계 명예가 온전히 회복되어 한국불교가 더욱 화합하고 융성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교계는 현재 10·27 법난 기념관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법난의 역사를 기록하고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을 되새겨야하기에 반드시 필요한 불사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진실규명을 향한 서릿발어린 희원일 것이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10·27법난’임을 40주년을 맞이하며 다시 한 번 뼈에 새겨야 한다.

 

[1559호 / 2020년 11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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