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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문제 관심 없는 불국토 염원은 공염불

우리나라가 ‘2050년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하였다.(문재인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탄소 중립’이란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주범인 온실가스의 배출량과 제거량이 상쇄되어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것을 말한다. 문 대통령의 이번 선언은 우리 한국이 기후위기라는 전지구적인 문제에 책임감을 느끼고 그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문제가 인류가 당면한 최대의 문제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으로 보아 당연한 일이고 환영해야 할 일이다. 물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에너지 전환정책을 수립해서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며,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신중히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많고, 포기해야 할 것도 많기에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해 이념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하다면 우리 불교는 이러한 일들에 대하여 과연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며, 또 어떠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가? 인류 전체, 나아가 모든 생명들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이념적 측면과 실천적 측면에서 올바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이 시대의 종교로 올바르게 설 수 없을 것이다.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기후문제는 환경문제가 가장 범지구적으로 일어나는 양상이다. 그것은 국가 차원을 넘어 이 지구에 몸담고 있는 모든 생명의 문제이다. 그것이 인간이라는, 지구의 생명 가운데 하나일 뿐인 존재들에 의해 초래되고 있다. 인간에 의한 광범위하고 무차별한 살생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아마 기후문제가 인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었다면, 우리 인간들은 다른 생명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다른 생명을 살상하는 삶의 모습을 이어나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문제이다.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을 잊고, 인간을 위해 다른 생명들을 정복하고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고방식,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에 반해 모든 생명의 존엄성을 외치며, 모든 생명들의 상호 의존적 생존을 말하는 것이 불교이다. 그러하기에 불교는 이 문제를 치유하는데 가장 적합한 가르침이며, 또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앞장서야만 한다. 

단순히 석탄 연료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기후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자기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의 수십 배를 소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무분별한 소비의 양상이 계속되는 한 인류는 지구의 암세포가 될 수밖에 없다. 말단적인 치유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것이 환경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경제구조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한 무조건적으로 소비를 줄이라는 주문은 한낱 이상론에 지나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경제 체제가 붕괴할 것이며, 그런 이념을 택하는 개인과 국가는 도태되어 버릴 것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지금의 현실에서 채택할 수 있는 가능한 현실적 이상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실현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일을 불교적인 입장에서 실천하는 것이 바로 불국토 건설의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툰베리라는 한 운동가가 문 대통령에게 “기후 위기에 대해 행동해 달라”는 간절한 호소를 했을 때 참으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 불교는 우리 정부에 대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촉구를 한 적이 있었던가? 종교가 세속적인 것에 관여하면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변명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막연히 불국토 건설을 외치는 것은 한낱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비추어 우리 현실을 조금이라도 나은 쪽으로 바꾸어 나가는 구체적인 제시가 있어야 한다. 그 가운데 인류를 비롯한 수많은 생명들을 고통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 환경파괴와 기후이상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올바른 이념과 관점을 제시하고, 범불교적으로 올바른 실천 운동을 일으키며, 불자 개개인들이 이 문제와 연관된 올바른 생활규범을 가지는 것이 지금 오늘의 불국토 건설 과제이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559호 / 2020년 11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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