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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해탈을 알려주는 것은 탐욕과 다르다

탐욕을 혼동한 바라문을 교화하다

해탈의 길을 알려주는 것을
속박으로 착각하는 바라문
이익 혼자 독차지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설명으로 교화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이 말은 고도의 상호협력관계가 가능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그 협력관계를 도덕적 수준으로까지 확장시킨 것이 바로 인간이다. 이 점이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서 탁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일을 함에 있어 협력하는 것은 다른 동물들도 한다. 간혹 인간보다 더 탁월한 방식으로 협력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도덕적 관계는 인간만이 갖는다. 부처님은 이런 도덕적 협력관계를 ‘자자와 포살’이란 방식으로 시스템화하였고, 이것은 불교승단이 안정적으로 발전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 부처님은 승단이란 구조 속에서 이상적인 도덕적 협력관계를 실현하고자 했으며, 실제 그것을 실현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4부대중으로 확장되어 갔다. ‘악한 벗을 멀리하고 선한 벗을 가까이 하라’는 말씀에는 바로 이러한 도덕적 공동체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디가니까야(Dīgha Nikāya)’에 ‘로힛짜의 경(Lohiccasutta)’이 있다. 로힛짜는 바라문의 이름으로, 이 경에서 부처님과 대화하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어느 날 로힛짜 바라문에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로힛짜] 세상에서 사문이나 바라문들이 착하고 건전한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얻은 뒤에 타자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 타자가 타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예전의 속박을 끊고 다른 새로운 속박을 만드는 것과 같아서, 그것은 악한 탐욕의 원리라고 나는 말한다.

여기서 착하고 건전한 것이란 단순히 도덕적 원리만을 의미하는 것보다는 해탈/열반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속박을 끊는다’는 것을 통해 ‘해탈’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처님이 실현하고자 한 도덕적 협력관계는 단순한 도덕적 원리가 아니라, 해탈을 지향하는 토대로서의 도덕적 원리이다. 그래서 계(戒, 도덕적 원리)의 준수는 해탈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작용한다. 

‘착하고 건전한 것을 얻었다’는 것은 ‘해탈의 성취’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해탈을 성취한 자가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로힛짜 바라문이 한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타인에게 해탈의 길을 알려주는 것은 새로운 속박을 만드는 것이며, 이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로힛짜가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실제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다행히 로힛짜는 부처님과 대화할 기회를 가졌고, 이것에 대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게 되었다. 부처님은 비유로서 설명하신다.

[붓다] 로힛짜여, 누군가 ‘바라문 로힛짜는 마을에 살고 있으면서, 마을에서 생산되는 것을 혼자서 즐기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합시다. 이렇게 말하는 자는 당신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됩니까 안됩니까?
[로힛짜] 방해가 됩니다.
[붓다] 방해하는 자는 당신을 의지하는 사람들의 이익을 원하는 자입니까, 원하지 않는 자입니까?
[로힛짜] 원하지 않는 자입니다.
[붓다] 이익을 원하지 않는 자들에게 일어난 마음은 자애로운 마음입니까, 적대적인 마음입니까?
[로힛짜] 적대적인 마음입니다. 
[붓다] 적대적인 마음을 일으키면 잘못된 견해를 지닌 자가 됩니까, 올바른 견해를 지닌 자가 됩니까?
[로힛짜] 잘못된 견해를 지닌 자가 됩니다.

착하고 건전한 것, 즉 해탈은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인데, 이를 혼자만 알고 있고 다른 이들에게 알리지 않는 것은 마치 마을에서 생산되는 것을 혼자만 차지하고 즐기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렇게 부처님은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바라지 않는 마음은 적대적인 마음이며, 잘못된 견해임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하여, ‘탐욕’과 ‘사람들의 이익을 바라는 마음’을 혼동한 로힛짜를 대화로 교화하셨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59호 / 2020년 11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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