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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이옥용의 ‘해님이 상 받는대요’

기자명 신현득

해님의 셀 수 없이 많은 고마운 일에
‘착한마음 상’을 주겠다는 동심 표현

겨울을 달래 따뜻한 기운 주고
새싹을 돋아나게 해 꽃 피우며
열매 맺게 하여 과일 키워내고
가뭄도 조절하는 해님에 감사

자연은 요리조리 재주꾼이다. 그 은혜가 크다. 그중에서도 해님은 놀라운 재주꾼이요, 요리조리 고마운 해님이다. 해님은 세상을 밝혀준다. 해님 아니면 우리는 캄캄한 세상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해님이 세상을 따뜻하게 해준다. 해님 아니면 우리는 꽁꽁 언 얼음이 될 것이다.

그뿐인가? 해님은 초록 식물을 햇빛으로 고루 쓰다듬어서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가 열면 열매를 쓰다듬어 키운다. 해님이 그 열매를 우리의 먹거리로 준다. 들판 가득 익는 곡식이 그거다. 과일 밭에서 열리는 과일이 그거다. 고마운 해님 아니면 우리는 먹거리를 얻을 수 없다. 세상에 있는 생명 모두를 먹여 살리는 고마운 해님이다. 그뿐 아니다. 해님은 초록 식물과 손잡고 산소를 만들어 우리를 숨 쉬게 한다. 고마운 해님 아니면 우리는 숨조차 쉴 수 없을 것이다. 참으로 요리조리 고마운 해님이다.

해님은 또 정확하게 하루 스물 네 시간을 지키고, 1년 열두 달, 365일을 지켜서 시간을 회전시키고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이 돌아가게 한다. 해님이 없다면 시간을 어떻게 맞추지? 해님의 고마움을 셀 수가 없다. 이렇게 요리조리 고마운 해님에게 상을 주겠다고 노래한 동시 한 편이 있다. 
 
해님이 상 받는 대요 / 이옥용

해님은 개근상 못 받는대요.
흐린 날 결석했고요. 
비 온 날 혼자 소풍 갔고요.
장마 땐 멀리 휴가 갔대요

하지만 해님은 ‘착한마음 상’ 받는대요.
결석해도, 혼자 놀러 가도,
다시 나타났고요.
멀리 휴가 가도 잠깐씩 나타났고요.
그리고 또!
꽁꽁 어는 겨울에 따스한 빛 비춰줬다고요.

해님은 특별상도 받는대요. 
겨울을 살살 달래 보내고 
씨앗과 재밌게 놀아줘서 
새싹 돋아나고 
꽃 피고 열매 맺게 해줬다고요. 

재주꾼 해님, 축하해요!
오늘 맛있는 수박 먹었어요.
수박도 해님이 요리조리 도와준 거죠?
요리조리 고마워요!
이옥용 동시집 ‘나는 “나”표 멋쟁이!’ (2020)

 
시에서 해님은 개근상을 못 받는다고 했다. 흐린 날에는 얼굴을 구름 속에 묻고 일 하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에도 얼굴을 감춘다. 비구름 속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마 때는 여러 날 해님을 볼 수 없다. 시의 화자는 해님이 휴가를 갔나보다 했지만 이때도 구름 속에 숨은 해님은 일을 쉬지 않는다. 해님은 개근을 안 하기 때문에 착한 해님이요, 고마운 해님이다. 해님이 1년쯤 개근을 하면 어떻게 될까? 세상은 가뭄이 들어서 아우성을 칠 것이다. “1년 내내 볕만 쨍쨍, 아이 뜨거 뜨거!” 할 것이다. “사막이 되려나, 비 한방을 안 오네?”하며 사람들은 비를 기다릴 것이다. 1주일은 몰라도 한 달 쯤 개근을 해도 날이 가문다며 야단이 날 거다. 그래서 해님에게는 개근상장을 줄 수 없다. 

그러나 해님에게 ‘착한마음 상’을 주겠단다. 해님은 결석하다가 돌아오고, 휴가 갔다가 돌아온다. 겨울을 살살 달래서 “추운 겨울아 잘 가아!”하고 보내버린다. 착한 마음 해님이다. 그리고 새싹 돋아나게 하고, 꽃을 피운다. 열매를 맺게 한다. 수박도 키워준다. 여기에는 특별상이다. “고마운 해님, 재주꾼 해님. 요리조리 고마워요!” 하고 해님에게 상장을 줄 거란다. 

시의 작자 이옥용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새벗문학상에 동시(2001), 아동문학평론 신인상에 동화(2002)가 당선되었으며, 동시집으로 ‘고래와 래고’, 동화집으로 ‘내 사랑 치킨치킨’등이 있다. 2007년 동시로 푸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59호 / 2020년 11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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