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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불교 연구 필독서 다카하시 도루의 ‘이조불교’ 첫 완역

  • 교학
  • 입력 2020.11.06 14:16
  • 수정 2020.11.06 20:06
  • 호수 1560
  • 댓글 1

1929년 발간된 '이조불교' 국내서 첫 완역
이윤석 연세대 전 교수, 다지마 박사 공역

임진왜란 때 활약한 서산·사명대사도 '사(師)'로 존칭해
유생들이 '요승'으로 폄하했던 보우 스님은 '호걸승'으로
조선불교 견인했던 인물부터 법맥·문파·승계상황 기술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범패 원류·승무 소개도 흥미로워

일제강점기 경성제국대학 교수 다카하시 도루(1878~1967)가 1929년 간행한 ‘이조불교’가 완역돼 출간됐다.

일제강점기 경성제국대학 교수 다카하시 도루(高橋亨, 1878~1967)가 1929년 조선 불교사를 집대성한 ‘이조불교’가 처음으로 완역됐다. 이에 숭유억불시대 온갖 탄압을 견디면서도 역동성을 잃지 않았던 조선 불교 실상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다카하시 도루의 ‘이조불교’는 1918년 이능화가 한문으로 펴낸 ‘조선불교통사’와 더불어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한국불교사 명저로 꼽힌다. 특히 조선시대 불교 연구에 취약한 국내 학계에서는 다카하시 저술이 조선 불교 연구를 위한 필독서로 알려져 있다.

다카하시는 “조선 사상사는 새로이 우리 일본 학도에게 주어진 일대 연구대상이며 그 완성은 앞으로 영민하고 학식있는 신인의 진지한 연구를 기다려야 한다”며 “이 책은 그를 위해 약간 황무지를 개간하고 우거진 풀숲을 베며 앞서 가는 사람의 역할을 맡을 뿐”이라며 발간 이유를 밝혔다.

그는 1903년 대한제국 초청을 받아 중학교 교사로 한국에 왔다. 이후 경성제국대 교수, 혜화전문학교 교장을 역임하여 40여년간 한국에 머물렀다. 1911년 총독부 촉탁으로 규장각 도서 업무를 맡았고, 그 다음해에 오대산 영감암(靈鑑庵)에 머물며 사고(史庫)를 조사했다. 당시 오대산 사고는 강화, 적상산, 태백산과 함께 조선 4대 사고로 국가 대란·화재·유린·약탈에 대비해 조선실록 및 왕가 계보, 의궤 등을 소장했던 곳이다.

다카하시는 반달 간 암자에 머무르며 월정사와 선방 상원사 스님들의 수행 면면을 보게 됐다. 깊은 산속에서 느껴지는 청정한 승가 분위기와 여법한 수행 모습에 스스로 정경(靜境)에 이른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조선 불교에 새로운 인식을 갖고 불교사 정립 발원을 세웠다.

다카하시는 ‘조선왕조실록’과 사찰이 소장하고 있는 여러 고문서, 문집 등에서 불교 정책과 승려 개개인 행적 자료를 수집했다. 민간에서 이어지는 불교 모습도 놓치지 않고 담아냈다.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불교사를 3기로 나눴고, 시대에 따라 교법이 점차 쇠퇴한 흔적을 따라 서술했다. 제1기는 고려 말·국초부터 성종까지, 제2기는 연산군서 인조까지, 제3기는 효종 이후로, 마지막엔 못다한 여설(餘設)을 덧붙였다.

다카하시는 조선 불교 견인에 앞장 섰던 스님들과 법맥, 문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승계 상황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대휘 스님의 ‘범음종보’, 범해 스님의 ‘동사열전’을 소개하며 범패 원류와 선풍무(旋風舞)를 탐색한 부분도 흥미롭다. 이외에도 사찰 토전(土田)과 승직(僧職)이 변천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임진왜란 당시 크게 활약했던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에 대해 의승으로서의 서술은 비록 소략하지만 이들 스님을 ‘사(師)’라고 존칭하며, 각각의 사상과 생애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는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문정왕후를 도와 승과를 부활하고 서산과 사명 같은 뛰어난 인재를 발굴하며 제주에서 순교했던 허응당 보우 스님에 대해 ‘요승’으로 폄하했던 조선의 유생들과 달리, 다카하시는 그를 ‘호걸승(豪僧)’으로 새롭게 평가했다.

이곳저곳 수소문해 어렵게 구해 읽은 보우 스님의 ‘나암잡저’를 조선시대 가장 귀한 자료의 하나로 극찬한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또 ‘구운몽’의 한 대목을 길게 인용해 “유교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도 소설은 불교가 삼교(三敎) 가운데 제일”이라고 소개했다.

이능화는 ‘조선불교통사’ 간행에 즈음해 쓴 ‘조선불교통사에 취하여’에서 “조선불교가 1500년 이래로 계통적 역사가 전혀 없었음은 저들이 자신의 계보를 몰라서 상놈이 되는 것과 같아서 한심하지 않은가”라고 밝히며 왜 ‘조선불교통사’라는 엄청난 양의 서술을 시도했는지를 밝히고 있다. 이능화 ‘조선불교통사’ 발행 후 10여년 뒤에 다카하시 ‘이조불교’가 나왔다.

다카하시가 이 책을 집필한지도 100여년이 가까워진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썼다는 시대적 한계야 있을 수 있겠지만, 조선시대 불교를 이렇게까지 체계적이고 상세히 기록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현대인 눈높이에 맞춰 책을 풀어낸 이는 이윤석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다. 그는 2015년부터 3년간 ‘경성제국대학 조선문학 강좌와 조선민요 계보학’ 연구 사업으로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았다. 이 사업에 ‘이조불교’를 추가해, 다지마 데쓰오 연세대 국문학 박사와 번역했다. 이 교수는 한문을, 다지마 박사는 일본어를 맡았고 이 교수가 다시 글을 다듬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60호 / 2020년 11월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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