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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배우는 ‘세계일화’

기자명 희유 스님

모친이 불교와 인연 있다는 직원
스님에게 유난히 친절하게 설명
세상은 인드라망임을 새삼 느껴

아침저녁 출근길 단풍이 시간차를 두고 아름답게 변화해 가는 것을 보며 세월이 흐름을 느낍니다. 업무의 바다를 헤매고 있는 동안 계절은 이리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비록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많이 바꿔놓았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오고가고 있었습니다. 

최근 시설팀들과 함께 일산에서 열리고 잇는 K-방역 관람회를 다녀왔습니다. 관공서나 기업들이 입구부터 방역을 철저히 할 수 있도록 소독, 발열체크, 방문기록 등을 모두 전산화 해주는 장비들을 보며 사회전반에 걸친 변화에 놀랐습니다. 여기저기 안전과 방역에 관한 전시를 둘러보던 중, 공기청정기가 살균까지 해 준다는 업체를 구경했습니다. 안내를 해주시는 분이 “모친도 조계종에서 운영하는 모 시설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임 하셨는데 스님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며 더욱 친절히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분의 모습을 보며 우리 사회가 혈연, 학연, 지연 등 인연의 끈으로 끈끈히 연결돼있음을 새삼 생각합니다. 어머니께서 조계종 시설에서 근무하지 않았다면, 그분이 불교를 믿지 않았다면, 이처럼 반갑고 자세한 설명을 하셨을까요. “이 세계는 인드라망으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으니 너와 내가 둘이 아니다”고 하신 부처님의 말씀을 되새깁니다. 이러니 자타불이를 생각하며 서로 존중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하나 봅니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변화하고 있고 세계가 정말 인드라망으로 연결돼 있음을 실감하니 갓 출가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는 ‘스님’이라는 날이 한창 바짝 서 있을 때였는데 일타 큰스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출가 사찰에 선방이 있어 초하루 보름으로 큰스님들이 오셔서 법문을 해주셨는데, 당시 일타 큰스님이 법문 차 오셨습니다. 그 때 시자를 살았는데 스님께서 “수일 동안 내 시자를 살았으니 이런저런 수행에 관한 법문을 해주시겠다”며 당신이 평소 수행생활하시던 일을 이야기해주시고 ‘세계일화(世界一花)’라는 글귀를 적어주셨습니다. 그때는 큰스님이 주신 글이니 그저 감탄만하고 의미를 가슴에 새겨두지 못했는데 요즘 같은 시대가 되고 보니 ‘세계일화’가 더욱 가슴에 남습니다. 

‘세계일화(世界一花),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는 뜻입니다. 천지가 모두 한 뿌리고 이것은 바로 부처님 자비사상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꽃으로 피어나되 내 꽃, 네 꽃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하나가 되는 그런 큰 한송이 꽃을 피워내라는 뜻일테지요. 코로나로 인하여 세계가 고통을 겪으면서 환경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고 인류가 함께 공생공사하는 것임을 깨달아가는 요즘입니다. 불교의 ‘동업중생’이라는 말이 실감나고 세상 이치는 모두 인연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는 시절입니다.

희유 스님

‘대반열반경’에 “세상의 모든 현상은 인연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단 한순간도 똑같은 상태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 태어난 것은 다시 사라지고, 사라진 것은 이윽고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이 생성과 소멸의 두 세계를 넘어서면 거기가 영원한 법열의 세계인 열반이 있다”라고 하신 말씀을 되새기며 비록 세상의 인연법에 의해 관계가 생성되고 소멸되지만 이 두 세계를 넘어서 열반락을 얻을 때까지 정진 또 정진하는 그런 수행자가 되길 발원해봅니다.

희유 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 시설장 mudra99@hanmail.net

 

[1560호 / 2020년 11월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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