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법당에 들어가면 불상을 볼 수 있으며,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은 법당에 봉안된 상을 통칭해 불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불상은 부처님의 존상에 한정되는 명칭이며, 보살이나 제천상 등은 불교상으로 부르는 게 맞다. 그리고 그 불교상 가운데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것은 제천상이며 범천, 제석천, 길상천 등은 불상이 만들어지기 전에 고대 인도조각 가운데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초의 불상은 석가상으로, ‘아함경’을 비롯한 여러 경전에서 코삼비국의 우다야나왕이 향나무로 석가모니부처님의 모습을 조각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러나 실제 불상이 출현한 것은 학자들에 의해 석가모니부처님 입멸 후 500년이 지난 기원전후 무렵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이후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까지 여러 형태의 불상이 전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문헌이나 불상에 나타난 명문을 통해 ‘연가7년명금동불입상’이 가장 오래된 불상으로 알려져 있다. 539년 고구려 수도 낙양에 모인 동사(東寺)의 주지 승연을 비롯해 40여명의 스님과 불자들이 전국 곳곳에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알려 국가가 번영하고 백성을 평안하게 할 것을 발원했고, 그 발원을 실현하기 위해 천불(千佛)을 만들어 전국에 배포하기로 하고는 함께 힘을 모아 불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때 자리에 참여했던 비구 법영 스님은 그 가운데 스물아홉 번 째 불상인 ‘인현의불(因現義佛)’을 모시고 공양하게 됐다. 그러나 이 불상은 세월이 지나면서 어느 때인가 모르게 자취를 감추었고, 무려 1400여년이 지난 1963년 도로공사장에서 발견돼 세상 빛을 보게 됐다.

이처럼 불상을 포함한 불교조각은 현실의 고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개인적인 바람에서부터 왕권강화, 호국, 불국정토 확립 등 다양한 염원을 담아 조성된 불교 상징물이다. 그리고 세간에서도 문화와 예술의 한 형태로 불교조각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 가치는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 고유의 미적 감각과 불교적 신앙을 담은 불교조각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김리나 홍익대 명예교수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불교조각을 전체적으로 조망해 표현양식 면에서의 변천 과정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옛 한국인의 생활과 사상을 살펴 ‘한국의 불교조각’에 옮겼다. 저자는 여기서 중국과 일본 불교조각과의 같고 다른 점까지 비교해 한국만의 고유한 자연스러움과 인간적인 친근함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전체적으로 조망해봄으로써 한국 불교조각의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한 개론서라 할 수 있는 책은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 이어지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불교조각을 도판 300여점과 함께 전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각 시대 배경 속에서 불상을 해석하고 파악했다. 특히 불상의 자세, 수인, 옷 주름, 불상을 올려놓는 대좌, 광배, 장신구 등 세부적인 표현양식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불교조각의 시대별 변화상을 짚어낸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또 과거 한국인들의 신앙적 염원이 불상에 어떠한 형식으로 담겼는지를 고찰하면서 각각의 시대 배경 속에서 불상들을 해석하고 파악하는 한편. 각 시대의 대표적인 불교조각을 그 시대의 역사와 불교신앙과의 상호 연관성 아래 분석했다. 그리고 조선시대 내내 은둔적인 신앙으로 여겨지던 불교가 임진왜란을 거치며 변곡점을 맞으면서 유명 조각승들의 협업으로 조성된 불교조각의 특성을 밝히기도 했다.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대표적인 시대별 불상들의 변화상과 특징을 알아내려 노력하고, 동시에 불교조각의 표현양식을 당시 불교사회의 배경과 연관 지어 설명한 책에서 불교조각의 탄생 배경은 물론, 우리의 불교조각에 담긴 염원의 세계까지 살펴볼 수 있다. 2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60호 / 2020년 11월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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