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부처님의 삶은 흔히 생애를 여덟 기간으로 나누어서 보는 전통적 방식인 팔상성도(八相成道)로 축약된다. 여기서 팔상은 부처님의 생애에 있어서 특기할 만한 8가지 사건을 말하는 것으로, 도솔천에서 내려와 마야부인의 태로 들어가는 도솔래의상을 시작으로 룸비니동산에서 출생하는 비람강생상, 네 성문으로 나가 세상을 관찰하는 사문유관상, 성곽을 뛰어넘어 출가하는 유성출가상, 설산에서 수도하는 설산수도상, 보리수 밑에서 마군의 항복을 받고 깨달음을 얻는 수하항마상, 녹야원에서 최초로 설법하는 녹원전법상, 사라쌍수 아래에서 열반에 드는 쌍림열반상 등 8가지를 말한다.

그래서 부처님의 삶을 이야기 하는 다양한 형태의 부처님 일대기들은 이 팔상성도를 근간으로 대부분 신앙적 관점과 역사적 관점으로 풀어내고 있다. 신앙적 관점은 주로 대승경전을 기반으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가피를 내려주는 부처님의 모습이 강조된다. 또 역사적 관점은 주로 초기경전을 근거로 ‘고(苦)’의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했던 흔적과 제자들과의 인간적인 대화, 깨달음 이후 전법을 역사에 기반해서 설명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처님은 글쓴이들의 의도에 따라 신이한 힘을 갖춘 지도자, 기존 체제를 거부하는 반항자, 또는 당시의 폐해를 바로잡아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혁명가로서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부처님이 명상에서 깨달음을 얻고, 그 과정을 펼쳐보였다는데 주목한 이는 많지 않았다. 이 책 ‘명상가 붓다의 삶’은 초기불교 니까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부처님의 일대기를 그려내 명상가로서의 삶에 초점을 맞춰 엮었다. 따라서 책은 부처님의 삶을 지극히 인간다운 측면에서 묘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장 끝부분에 첨부된 수행을 통해 독자들이 부처님의 깨달음을 추구하고, 나아가 스승으로서 자신의 사명을 인식하며 살다가 완전한 열반의 실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함께 접할 수 있다.

독일에서 태어나 1995년 스리랑카에서 구족계를 받고 2000년 스리랑카에 있는 페라데니야 대학에서 ‘마음챙김의 확립 경’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현재 미국 매사추세츠 바레 불교연구센터에 거주하며 수행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는 아날라요 비구가 부처님이 완전한 깨달음에 이른 그날부터 45년간 펼친 자비로운 가르침에 이르기까지 명상가로서의 부처님의 길을 추적했다.
 

그래서 책은 한 위대한 인간의 전기이자, 초기불교에 대한 통찰력 있는 연구이며, 진지한 명상가들을 위한 실제적인 안내서로 평가 받는다. 책의 각 장에서 부처님이 어떻게 실제 삶의 현상들과 마주했는지 놀라울 정도로 상세한 설명을 붙이고 있어 부처님이 어떻게 어려움에 직면하여 두려움을 극복하고, 오염원을 버리기 위해 노력하고, 할 일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중 상태들을 마스터하고, 통찰의 중요성을 인식해 마지막으로 위대한 평화를 경험했는지를 배울 수 있다.

저자는 빠알리 경전과 한역 아함 경전 등 초기불교 경전에 나타난 사실을 근거로 부처님의 일대기를 명상가로서의 삶에 맞춰 전체 24장으로 엮었다. 1장부터 12장까지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의 기간을 다루고, 이후 12개 장에서는 깨달음의 순간부터 마지막 명상까지의 기간을 다뤘다. 특히 깨달음을 얻기 전 알라라 깔라마와 웃다까 라마뿟다의 지도로 체험했던 무색계 증득을 계발하게 되는 내용, 호흡을 참거나 단식을 하는 등 강압적인 마음제어 수행을 했던 과정과 체험의 경지, 그리고 결국 이런 수행들을 왜 포기하게 되었는지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 그동안 비교적 소홀히 취급되었던 깨달음 이후 부처님의 명상 수행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뤘다. 

통찰력 깊은 저자가 텍스트와 이야기, 연습과 수행을 통해 명상가 부처님을 추적한 책에서 부처님의 삶이 어떻게 우리의 명상과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2만2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60호 / 2020년 11월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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