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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만에 설악산 불자 예경 받은 '영산회상도’

  • 성보
  • 입력 2020.11.09 20:30
  • 수정 2020.11.13 20:38
  • 호수 1561
  • 댓글 0

설악산 신흥사, 11월9일 통일대전서
200여명 대중과 귀국 환영법회 열어
‘중창주’ 성준 스님 43주기 다례재도

 

한국전쟁 혼란기 속에 유출 돼 해외유랑을 거듭했던 신흥사 영산회상도·시왕도가 66년 만에 설악산 신흥사로 돌아와 불자들과 마주했다. 매서운 바람에도 불자들은 두 손 모아 영산회상도 귀환을 환영했다. 

설악산 신흥사(주지 지혜 스님)가 11월9일 통일대불 광장에서 환영법회를 열어 영산회상도·시왕도를 일반에 처음 공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한 이날 행사에는 신흥사 회주 우송, 주지 지혜 스님, 우병렬 강원도경제부지사,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 김철수 속초시장, 신선익 속초시의장과 신흥사 불자 등 모두 200여명이 참석해 진행됐다. 

신흥사가 위치한 설악산은 6·25전쟁 막바지 전투가 가장 치열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이에 신흥사는 환영법회에 앞서 전몰장병 천도재를 봉행하며 영산회상도·시왕도 귀환에 의미를 더했다.

의식은 조계종 어산어장 동주, 화암 스님 집전으로 시작됐다. 특히 이날 천도재는 불보살을 모시는 '시련'을 대신해 불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점안' 의식이 진행됐다. 이는 긴 시간동안 해외를 유랑하고 본래 자리를 돌아온 영산회상도·시왕도가 박물관 수장고가 아닌 사찰에서 다시 예경의 대상이 됐음을 환영하고자 특별히 마련됐다. 이후 영가에 간단히 공양을 올리고 법문을 경청하게끔 하는 대령, 영가가 다겁생래 지은 업을 씻어내는 관욕, 범패와 바라춤으로 공양을 올리는 불공이 이어졌다.

 

 

조계종 원로회의 수석부의장 대원, 원로의원 원행, 동화사 회주 의현, 신흥사 회주 우송, 주지 지혜, 백담사 기본선원장 대전 스님과 우병렬 강원도경제부지사, 이양수 의원, 김철수 속초시장, 신선익 속초시의장 등 정관계 인사는 무대로 올라와 66년의 모진 세월을 견뎌 신흥사로 돌아온 영산회상도·시왕도에 헌화하며 의미를 되새겼다.

신흥사 주지 지혜 스님은 “신흥사 사부대중은 물론 전 국민의 관심 속에 환지본처한 영산회상도와 시왕도를 두 손 모아 환영한다"며 "성보가 무사히 환수될 수 있도록 서원하고 정진한 종단, 강원도, 속초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 LA카운티박물관 마이클 고반 관장님 등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이 법회 원력으로 더 많은 성보들이 환지본처를 이루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흥사 회주 우송 스님은 “신흥사 성보가 환수되기까지 지극한 정성과 노력으로 애써준 종단, 정부기관, 지자체, 비영리 민간단체 등 많은 기관 단체들과 관계자 여러분께 심심한 격려와 감사 인사를 드린다”며 “이 성보들이 오래전에 그러했듯 신흥사 도량과 불자들 마음을 다시금 장엄하면서 신심을 고취시키고 미래를 환히 밝히겠다”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서산대사 게송인 ‘중중산여수 청백구가풍(첩첩히 쌓인 산, 흐르는 물이여. 맑고 깨끗함은 옛 가풍 그대로이네.)’을 읊어 법회 분위기를 고취시켰다.

이어 이상래 사단법인 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 이사장이 1954년 해외로 반출됐던 영산회상도·시왕도가 2020년 설악산으로 돌아오기까지 경과를 보고했다. 이 이사장은 "우리 지역 자랑인 조계종 제3교구본사 신흥사는 불교문화재 차원에서 위상을 크게 드높이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며 "불자와 수많은 문화재 관계인들이 강원도와 속초를 찾아오며 관광경제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우병렬 강원도경제부지사가 대독한 축사에서 "문화재청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 해외에 있는 한국문화재는 21개국 19만여 점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이 가운데 원래 그것이 어디에 있던 문화재인지 또는 어느 지역에 있었던 것인지 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 다수”라며 "이런 현실에서 반세기 넘는 세월동안 타국에 머물렀던 영산회상도와 시왕도가 미국 LA카운티박물관에서 속초 신흥사 것임을 알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우리 도는 불교문화유산 환지본처를 비롯한 국외소재문화재 환수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양수 의원은 "학생이 학교를 빠져서는 안되는데 우리 지역에 너무나 경사스럽고 의미 있는 행사라 국회 일정을 조금 미루고 한 걸음에 달려왔다”며 “속초 시민 한 사람으로서 매우 뜻깊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국외에 남아있는 시왕도 4점도 신흥사로 하루빨리 환수될 수 있도록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관계자분들과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철수 속초시장은 “올해는 연초에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유난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인고의 시간을 보낸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가 제자리를 찾아 왔듯이, 우리 시민들도 부처님 자비를 받아 코로나19를 물리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고 전했다.

신선익 속초시의장은 “’어둠은 밝음의 씨앗이고 절망은 희망을 위해 기꺼이 과거가 돼 준다’는 말처럼 무단 반출됐던 영산회상도와 시왕도가 환수를 위한 각고의 노력 끝에 결국 제자리로 되돌아 왔듯이 절망이 또다른 희망으로 바뀔 수 있음을 기억하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하루속히 제자리에 돌아올 수 있도록 지혜와 역량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어 신유철 조계종 문화부 문화재 팀장이 영산회상도·시왕도 환수에 기여한 노고를 인정받아 공로상을 수상했다. 공로상은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대신해 우병렬 강원도경제부지사가 수여했다. 이상래 사단법인 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 이사장은 이날 법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화재 환수 협상을 원치 않았던 미국 LA카운티박물관이 환수 결정을 하도록 마음을 돌린 데에는 조계종 역할이 매우 컸다고 생각한다"며 "종단의 지속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에 LA카운티박물관도 감동했다"고 말했다. 

스님들과 정관계 인사들의 헌화와 축사가 마무리 된 후 다시 천도 의식이 이어졌고, 전몰장병 명복을 위한 관음시식과 소대·봉송 후 마무리됐다.  

신흥사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영산회상도·시왕도 환수 협상을 이끌어왔던 인천 능인사 주지 지상 스님은 "우리 민족 역사처럼 아픔을 겪고 이국만리서 상처입은 모습으로 지내다 완전히 회복돼 원래있던 소장처로 돌아온 영산회상도·시왕도를 신앙 대상으로 삼기 위해 오늘부터 '신흥사 유물전시관'에 전시해 예경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에 앞서 신흥사는 경내 설법전에서 신흥사 중창주 성준 스님 제43주기 추모다례재를 봉행했다. 성준 스님은 1960년 11월24일 ‘정화 운동’과 관련해 대법원이 대처측 승소로 판결을 내리자, 법정에 진입해 순교 할복을 결행한 여섯 명의 비구승 가운데 한 명으로 조계종 정화불사를 이끈 대표 인물이다. 스님은 1955년 범어사에서 고암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후 만덕사와 봉은사, 자재암, 건봉사, 신흥사 주지를 역임했다. 특히 1970년대에는 신흥사를 교구본사로 일신시킨 중창주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조계종 감찰부장, 재무부장, 감찰원장, 중앙종회의원 등 종단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속초=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61호 / 2020년 11월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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