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 스님이 써온 ‘30년 인권역사’ 지중하다
진관 스님이 써온 ‘30년 인권역사’ 지중하다
  • 법보
  • 승인 2020.11.16 14:07
  • 호수 15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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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북동포 돕기
사형제 폐지 최대 역점 
‘노동자 인권’ 침해 여전
교계, 인권위 지원 기대

1980년대 불교계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포교당이 급속도로 건립됐다는 점이다.  주로 도심에 자리 잡은 포교당은 주중 법회를 일요법회로 전환하는 한편 불교강좌에 역점을 두었다. 법회와 강좌 프로그램이 활성 되며 계층별 불자회 결성도 탄력을 받았다. 여기에 1960년대의 재가불교운동을 주도한 삼보회, 1970년대를 이끈 대원회의 힘이 더해지며 교계 전반에 걸쳐 ‘대중불교’ 붐이 일어났다. 승가를 넘어 재가불자는 물론 일반 대중들도 불교를 쉽게 이해하고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자는 의지가 깃든 운동이었다. 불교사상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은 철학, 문학, 사회, 예술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일어났다. 

교계의 시선은 불교 밖의 세계 즉 사회로도 향했다. ‘군사독재·재벌독점·부정부패’ 등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응집되며 1985년 ‘민중불교운동연합’이 결성됐다. 불교의 대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은 1990년대로도 이어졌다. 그중 1990년 창립한 불교인권위원회는 불교계와 사회를 향해 ‘인권’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 단체는 위원장 진관 스님의 삶과 궤를 같이한다.

1980년 10·27법난이 발생하자 조계종 법란대책위원회가 구성됐는데 당시 위원장이 진관 스님이다. 전두환 체제에 저항하는 인사로 급부상된 건 이 때부터다. 이후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며 국가보안법 철폐와 민주화 정착, 남북통일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했다. 불교인권위원회 출범은 이 지점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인권유린과 탄압 현장에 늘 ‘목탁 치는 진관 스님’이 서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이 갈 곳 없어 힘겨워할 때 ‘나눔의 집’ 모금에 그 누구보다 앞장선 건 불교인권위였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을 때 나눔의 집 할머님들이 검찰에 석방탄원서를 제출한 것만 보아도 당시 진관 스님이 보여준 열정을 가늠해 볼 수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전 국민의 시선이 쏠려 있을 때, ‘효순·미선’의 사건을 세상에 적극 알린 것도 이 단체다. 이외에도 비전향장기수 고향방문운동, 북한동포 돕기, 여성인권탄압저지 운동에도 앞장섰다. 

불교인권위원회가 역점을 둔 불사 하나를 꼽는다면 단연 사형제 폐지다. ‘살인자에게 인권이 어디 있는가?’ ‘피해자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 등의 비판을 감내하면서도 그 뜻을 굽히지 않았던 건, 사형수에게도 참회할 기회는 주어야 하며, 민주화운동에 나선 사람이 억울하게 죽어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살인죄 치사죄 이외에도 국가보안법의 경우 45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경우 378개, 군형법의 경우 70개 항목에서 사형을 규정하고 있다. 

고 조봉암 선생이 간첩 누명으로 사형당한 지 52년만인 2011년 무죄판결이 나왔을 때 “정치적 재판으로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사형제도가 얼마나 무서운 악법인지 증명됐다”는 성토는 지금도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1997년 12월30일 23명의 사형수들에게 형을 집행한 후 2020년 지금까지 집행하지 않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사실상 폐지된 것이나 다름없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불교인권위의 역할은 지금도 중요하다. 전태일 열사 5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경제 수준은 세계 10위권 내외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고, 노동자들의 노동은 국가 경제 수준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했다”며 “반세기가 지난 지금의 노동현실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전했다.  

2019년 한 해 2020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고 한다. 최근에도 택배노동자들이 일하다 숨지는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침해도 목전에서 벌어지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고초 또한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차별금지법 제정 등 인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난제들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산적해 있다. 

‘도덕적 인간은 타인의 인권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인권이 침해됐을 때, 그들을 도울 의무가 있다’는 말이 있다. 사찰이나 단체의 특별한 후원 없이 30년의 역사를 써온 불교인권위에 교계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있기를 기대한다.

 

[1561호 / 2020년 11월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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