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더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일제강점기 굳건한 민족정신을 되새기며 온갖 핍박에도 민족 자유와 독립을 강조했던 만해 스님의 시 ‘복종’이다. 만해 스님이 수행을 바탕으로 한 깊은 통찰력으로 민족 정신의 발현을 독려했듯, 많은 스님들이 수행으로 깊어진 통찰을 압축해 시어로 표현해왔다. 이 책 ‘승려 시집’ 제7권은 지금은 만나볼 수 없는 만해 스님을 비롯해 일엽, 유엽, 종현, 이두, 오현, 원광 스님 등 7명 스님들과 성우 스님 등 현재 활동 중인 20명 스님들이 틈틈이 써온 시를 모아 엮었다.
“아름답고 아름다운/ 아미타 부처님 비춰 주는 빛/ 사뿐히 밝고 가셨구나// 사바의 인연이사/ 빚 갚는 일/ 업 푸는 일/ 선업 쌓는 일/ 공덕 짓는 일/ 그 누구보다 스스로 당당하여/ 부처님 앞에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스스로에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이 생 접었구나// 또 오소서/ 선업 쌓으려/ 공덕 지으러/ 마음 밝히러/ 한마음으로 오소서.” ‘혜능 스님’-석성우
“꽃은 떨어지고/ 물은 흘러가고/ 거기 인생의 무엇이/ 처음 그대로 있더냐// 가더라/ 삶을 출렁이던/ 은빛 물결/ 금빛 물결/ 결국은 다 가더라// 돌아보면/ 까치놀 같은 날들/ 한번 반짝이고 가서/ 다시는 오지 않는 그 나날들// 보아라/ 꽃이 떨어지고/ 물이 흘러간 자리/ 무엇이 남아/ 눈물이 되는가를.” ‘낙화유수’-이청화
스님들의 시는 이렇듯 출가와 재가를 막론하고 각자 지난날을 돌아보고 현재를 직시하게 한다. 시 쓰는 스님들을 찾아 ‘승려시집’ 발간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면서 발간 작업을 이끌어온 진관 스님은 “만해 스님은 이 시대 최고 시인으로 자리매김했고 일제강점기 승려 시인들은 민중과 민족을 생각하는 것으로 사명을 다했으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승려 시인들이 자부심으로 심안을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들이 수행과 통찰로 빚어낸 시에서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날 수 있다. 1만1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61호 / 2020년 11월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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