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님들이 수행과 통찰로 빚어낸 시

  • 불서
  • 입력 2020.11.16 14:23
  • 호수 1561
  • 댓글 0

‘승려 시집’ / 성우 스님 외 지음 / 한강

‘승려 시집’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더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일제강점기 굳건한 민족정신을 되새기며 온갖 핍박에도 민족 자유와 독립을 강조했던 만해 스님의 시 ‘복종’이다. 만해 스님이 수행을 바탕으로 한 깊은 통찰력으로 민족 정신의 발현을 독려했듯, 많은 스님들이 수행으로 깊어진 통찰을 압축해 시어로 표현해왔다. 이 책 ‘승려 시집’ 제7권은 지금은 만나볼 수 없는 만해 스님을 비롯해 일엽, 유엽, 종현, 이두, 오현, 원광 스님 등 7명 스님들과 성우 스님 등 현재 활동 중인 20명 스님들이 틈틈이 써온 시를 모아 엮었다. 

“아름답고 아름다운/ 아미타 부처님 비춰 주는 빛/ 사뿐히 밝고 가셨구나// 사바의 인연이사/ 빚 갚는 일/ 업 푸는 일/ 선업 쌓는 일/ 공덕 짓는 일/ 그 누구보다 스스로 당당하여/ 부처님 앞에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스스로에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이 생 접었구나// 또 오소서/ 선업 쌓으려/ 공덕 지으러/ 마음 밝히러/ 한마음으로 오소서.” ‘혜능 스님’-석성우
“꽃은 떨어지고/ 물은 흘러가고/ 거기 인생의 무엇이/ 처음 그대로 있더냐// 가더라/ 삶을 출렁이던/ 은빛 물결/ 금빛 물결/ 결국은 다 가더라// 돌아보면/ 까치놀 같은 날들/ 한번 반짝이고 가서/ 다시는 오지 않는 그 나날들// 보아라/ 꽃이 떨어지고/ 물이 흘러간 자리/ 무엇이 남아/ 눈물이 되는가를.” ‘낙화유수’-이청화

스님들의 시는 이렇듯 출가와 재가를 막론하고 각자 지난날을 돌아보고 현재를 직시하게 한다. 시 쓰는 스님들을 찾아 ‘승려시집’ 발간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면서 발간 작업을 이끌어온 진관 스님은 “만해 스님은 이 시대 최고 시인으로 자리매김했고 일제강점기 승려 시인들은 민중과 민족을 생각하는 것으로 사명을 다했으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승려 시인들이 자부심으로 심안을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들이 수행과 통찰로 빚어낸 시에서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날 수 있다. 1만1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61호 / 2020년 11월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