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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공‧경봉 스님 인연 작가가 녹여낸 선의 미학

  • 불서
  • 입력 2020.11.16 14:25
  • 호수 1561
  • 댓글 0

‘장욱진-그림으로 보는 선의 미학’ / 서규리 지음 / 우리출판사

‘장욱진-그림으로 보는 선의 미학’

일제강점기를 거쳐 1945년 해방과 1950년 한국전쟁, 이어진 남북분단과 1980년대 민주화의 역정은 한국인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같은 시기 서구 문화의 전래와 도입은 문화계에도 충격이었고, 미술계 역시 다르지 않았다. 

장욱진(1917∼1990)도 그 시대를 살아간 화가다. ‘자동차 있는 풍경’ ‘모기장’ ‘두 아이’ 등의 작품을 비롯해 1000여 점을 남겼고, 서울대에서 후학들을 지도했던 그는 새로운 사조가 범람하는 속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작품을 구현했고, 그 작품에는 한국적 정서가 짙게 배었다. 특히 한국문화의 큰 근원중 하나인 불교의 선(禪)적 향취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욱진-그림으로 보는 선의 미학’은 ‘선 미술’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저자가 그 화가 장욱진의 작품에 녹아 있는 선의 미학을 드러낸 책이다.

수행자는 조석으로 예불하고 수행하면서 제자들을 제접하는 일상사를 통해 자신의 불교사상을 실천하고 보여준다. 또 법문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갈무리해 드러낸다. 예술가 역시 일상의 모습과 작품을 통해 자신의 미적 관점과 삶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 인물의 사상이나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삶의 궤적을 추적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감성 표현이 두드러지는 예술세계에 있어서 삶의 체험은 예술 활동에 필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기에, 한 예술가의 작품을 이해하거나 그 속의 내밀한 사상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그의 삶을 되짚어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저자는 우선 ‘장욱진과 불교의 만남’에서 만공 스님과 만나고 경봉 스님에게 가르침을 받은 장욱진의 불교입문 과정을 살폈다. 이어 1950년대에 근대적 화풍을 형성하고, 1960년대 근대적 자아를 모색한 화가의 성장기를 추적했다. 이어 화가의 작품에 나타난 선적 특징과 목판화집에 나타난 선의 미학 등을 통해 장욱진이라는 화가가 작품에 녹여낸 선의 미학을 드러냈다.

화가 장욱진의 작품세계에 나타난 선사상을 살펴본 저자는 “장욱진이 선천적으로 선적 근기를 타고난 작가였는지는 모르지만 1950∼60년대 작가적 자아를 찾기 위해 고뇌했던 그의 행적을 보면 마치 은산철벽을 마주한 선승의 수행을 보는 듯하며, 그 시기를 지나면서 자연주의적 화풍으로 변모하기 시작한다”면서 이러한 변화들이 마치 ‘십우도’에서 깨달음을 완성한 선수행자가 다시 입전수수하여 저잣거리로 나오는 듯한 양상으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이어 “‘선이란 무엇인가’의 목판화 작품은 그의 세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오랜 갈등 끝에 도달한 장욱진의 자아는 마침내 선으로 귀결되었고, 그럴수록 그의 화면은 더욱 단순하고 간결해지고 있었다”고 화가 장욱진의 작품에 담긴 선적 미학을 밝혀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만공 스님과 경봉 스님 등 시대의 선지식들에게 가르침을 받은 한 작가의 작품 세계에 녹아든 선적 미학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작품을 바라보는 안목을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음은 덤이다. 1만8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61호 / 2020년 11월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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