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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부산 비구니 ‘화엄회’

병원법당서 싹튼 자비행 ‘부산나눔’ 대명사로 성장

금련회로 전해진 병원법당 운영 도움 요청 편지가 계기 돼
1990년대 젊은 비구니스님 20여명 주축으로 봉사 모임 발족
법당 운영에서 환우·가족 지원과 국내·외 나눔실천으로 확장

2017년 부산대병원에서 진행한 봉축행사. 화엄회는 매년 봉축 기간에 환자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며 쾌유를 기원하는 봉축행사를 열었다. 

부산을 중심으로 결성된 경상권 비구니 모임으로 45년 전통의 ‘금련회’와 함께 손꼽히는 또 한 곳의 모임이 바로 ‘화엄회’다. 부산대병원 법당 운영을 맡아 한결같이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자비나눔을 실천해 온 비구니 봉사모임 ‘화엄회(회장 상화 스님)’는 경상지역 비구니 모임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금련회를 모태로 출발했다. 

금련회는 1975년 12월 부산지역 비구니스님들이 원력을 모아 출범, 경주에 금련선원을 설립해 비구니 스님들이 산철에도 계속 정진할 수 있는 수행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틀을 마련한 단체다. 화엄회는 그로부터 20여년 뒤인 1990년대 중반 즈음 금련회로 전해진 편지 한통이 출범의 계기가 됐다. 부산 토성동에 위치한 부산대병원 법당을 운영하던 비구 스님이 ‘개인의 원력으로는 더 이상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 보림사 회주 지원 스님에게 ‘금련회가 부산대병원 법당 운영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당시 지원 스님은 금련회 재무를 맡고 있던 상화 스님에게 이 편지를 건네며 “이 활동만큼은 젊은 스님들이 맡아달라. 만약 할 수 없다면 정중하게 사양해라”고 당부했다. 
 

올해 6월24일 조계종 총무원장을 예방하고 아름다운동행에 코로나19 피해 지원금 1000만원을 전달한 화엄회 스님들.

편지를 받아 든 상화 스님은 원력을 냈다. 당시 금련회 회원 중 젊은 층에 속했던 상화 스님은 금련회에 동참하고 싶어도 어른스님들 사이에서 활동하기가 조심스러워 엄두를 내지 못하던 젊은 스님들이 떠올랐다. 상화 스님의 제안으로 20여명의 젊은 비구니스님들이 모였고 ‘화엄회’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부산대병원 법당 봉사를 시작했다.

소리 없이 자비행을 실천해 온 금련회 어른 스님들의 활동을 지켜보며 성장한 화엄회 스님들은 정신적으로는 금련회를 계승하며 소리 없이 나눔을 펼치는 모임의 형태를 이어나갔다. 대신 대외 활동의 측면에서는 젊은 스님들의 열정으로 다양성과 역동성을 추구하며 병원 법당을 운영했다. 특히 자신의 일처럼 환자들을 돌보고 환자 가족들을 위로한다는  화엄회의 활동이 주위에 전해지면서 부산 외 경상권 비구니스님들도 동참을 희망했고 모임은 성장을 거듭했다.

스님들은 순번을 정해 병원 법당을 찾아 환자들을 위문하고 쾌유를 축원하는 봉사를 지속하는 한편 2000년부터는 매월 음력 19일 정기모임을 열어 최근까지 250여회에 모임을 이어왔다. 이를 통해 꾸준히 기금을 모았고 어려움을 겪는 환자 소식이 들릴 때마다 후원을 펼쳤다. 또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환자의 쾌유를 기원하는 선물을 마련해 병실마다 방문하는 봉축 행사를 정기적으로 봉행했다. 
 

지난해 봉축 기간 병실을 방문해 선물을 전달했다.

특히 병원법당 운영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이어가고 있다. 화엄회 회원 가운데 자원하는 스님이 지도법사를 맡아 법당 운영을 지속한 덕분이다. 코로나로 인해 봉사자들의 병원 출입은 어렵게 됐지만 화엄회 회원이며 부산대병원 법당 지도법사인 성봉 스님은 요즘도 매일 병원 법당을 찾아 환자들을 위해 축원을 올리고 불서와 교계신문 등을 나누고 있다. 성봉 스님은 “비대면의 상황에서도 병원 포교에 열정을 다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화엄회 회원 스님들의 격려와 관심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화엄회의 나눔 불씨는 부산대병원 법당 운영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됐다. 지역 소외계층을 위한 불우이웃돕기, 신병교육대 군법당 후원, 네팔 장학금 지원 등 국내·외 현장에서 어렵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회원들이 직접 상황을 확인하고 공유하며 꼭 도움이 필요한 곳을 선정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불교계 국제구호단체 ‘더프라미스’를 통해 미얀마 학교건립 불사에 1억 원을 지원한 사실은 지금도 불교계에서 “화엄회 비구니스님들의 원력이 모여 실현된 대작불사”로 회자된다. 화엄회 총무 효광 스님 역시 “화엄회 스님들은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쾌유 기원과 함께 항상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웃들을 위해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모색한다”며 “혼자서는 힘들더라도 스님들의 뜻과 원력이 모이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2015년 미얀마 학교건립에 1억원을 지원한 화엄회 스님들이 미얀마를 방문해 신축교실 준공식에 참석했다.

현재 4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비구니 화엄회는 조계종 공익기부법인 ‘아름다운동행’을 통해서도 정기적인 후원을 진행해왔다. 지난 6월24일에는 아름다운동행에 1000만원을 코로나19로 피해 가정 지원기금으로 보시했다. 태풍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를 겪는 지역과 사찰에도 후원도 아끼지 않았다. 조계종부산연합회 ‘승보공양’에도 동참, 스님들을 위한 공양품을 준비하며 승가 외호에도 앞장섰다. 

화엄회 창립을 이끌었던 현 회장 상화(부산 천태암 주지) 스님은 “금련회를 창립한 어른 스님들께서는 항상 상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셨고 그 가르침을 화엄회도 그대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 스님들이 결집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며 “주위의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한 마음이 모여 화엄회가 발전된 만큼 앞으로도 병원법당을 잘 운영하고 소외 계층을 돌보며 변함없이 봉사와 나눔을 이어가는 모임이 될 것”이라고 발원했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공동기획 : 전국비구니회·법보신문

 

[1561호 / 2020년 11월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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