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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송명숙의 ‘뒤집기 선수’

기자명 신현득

뒤집기 선수된 아기 백일은 기쁨잔치
울음‧웃음‧옹아리까지 다 시로 형상화

웃고‧울고‧걷는 것도 시로 표현
‘아기는 시다’라는 정의가 가능
아이가 태어나 뒤집기 하듯이
성장과정 자체가 가족의 자랑

아기는 많은 시를 지니고 있다. 울음소리, 웃음소리, 옹아리, 기는 모습, 걷는 모습 모두 예술이요 시라고 한다. 그래서 ‘유아동시(幼兒童詩)’, 줄여서 ‘유아시’라는 시의 갈래가 생겼다. 아가의 움직임, 귀여운 모습, 엉뚱한 행동, 엉뚱한 생각과 성장 과정을 시로 형상화하는 시 작업이 독립을 한 것이다. 

아기의 웃음이 시다. 아기가 걷는 동작이 시다. 아기의 지껄임이 시다.  울음소리까지 시다. 이렇게 따져가면 ‘아기는 시다’라는 정의(定義)가 생긴다. 아기는 정말로 시다. 아기가 나서 3개월이면, 욕구가 생긴다. 두렵다·기쁘다·싫다는 감정이 생긴다는 것이다.  3세나 4세가 되면 경쟁과 협동과 다툼을 인식하고 행동을 여기에 맞춘다. 인성 발달 과정이 그렇다. 친구와 어울리게 되고 장난감 놀이를 즐기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기는 성장 한다.  

그것이 뒤집기, 일어나 앉기, 기어 다니기, 따로 서기, 걷기의 차례로 이루어진다. 건강한 아기면 돌날에 걷는다. 그 성장 과정이 모두 시요 예술이라는 것이다. 아기의 어머니가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이를 테마로 좋은 시를 쓸 수가 있다. 그래서 동시가 세계적으로 발달한 한국에서 유아시라는 부문이 어머니들 힘으로 생긴 것이다. 

뒤집기를 시작해 뒤집기 선수가 된 아기의 행동을 담은 유아시 한 편을 살펴보기로 한다. 

 

뒤집기 선수 / 송명숙

백일 지난 동생
눕혀 놓으면 뒤집어 고개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고개 숙이고
다시 고개 들고
몇 번 하다가

야옹 하고 고양이 소리 내면 엄마가
“힘들구나!”
똑바로 눕히면
바로 뒤집기 해서
야옹 소리 내고 울어요. 

내 동생은 울면서
뒤집기를 왜 자꾸 할까요?
뒤집기 선수라도 되고 싶은 걸까요?

송명숙 ‘옹알옹알 꼬물꼬물’(2020)

 

100일에 아기가 뒤집기를 하면, 100일 잔치에 온 손님들이 온통 야단이다. “아기가 뒤집기를 하네!” “아기가 뒤집었다!”하고 야단들이다. 박수를 치기도 한다. 100일 잔치가 기쁨과 칭찬의 잔치가 된다. 아기의 뒤집기는 아기가 태어나서 자라온 힘을 시험해 본 것이다. 그래서 아기의 뒤집기는 인생의 첫 시험이기도 하다. 

아기를 동생으로 둔 형이나 누나들은 친구들에게 자랑거리가 생겼다.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모두 자랑이 생겼다. “우리 손자가 뒤집기를 하네”하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늘어놓는다.    

시를 읽어보자. 시의 화자는 아기의 누나인 것 같다. 백일 지난 아기 동생을 눕혀 놓았더니, 뒤집기를 했다. 고개를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가 한다. 그러다가 고양이 소리 같은 소리를 낸다. 힘들다는 말이다. 엄마가 고양이 소리 같은 아기 목소리를 듣고 달려와서 “힘들었구나”하고 뒤집은 아기를 바로 눕힌다. 그러면 아기는 다시 뒤집는다. 그리고 또 고양이 소리 같은 울음소리를 낸다. 이제 뒤집기 선수가 된 것이다.

뒤집기 선수 아기는 일어나 앉게 될 것이다. 따로 서기를 할 것이다. 그러다가 걷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한 가지씩 칭찬이 늘어나고 자랑이 늘어날 것이다. 그 때마다 한 편씩 시가 될 것이다. 그래서 아기는 시다. 생후 4년이면 출생 때의 신장 2배가 되고, 생후 2년의 체중이 출생 때 체중의 4배, 4년이면 5배에 이른다. 

걷는 아기는 달릴 것이다. 이제는 고양이 소리를 내지 않고, 어린이로 학생으로 자라서 자기의 큰 목소리로 외칠 것이다. 씩씩한 세계의 일꾼으로 자랄 것이다. 뒤집기는 인생의 작은 시작이었고. 시 한 편이었다. 

시의 작자 송명숙(宋明淑) 시인은 ‘문학과 어린이’에 동시로 등단(2003), ‘버스 탄 꽃 게’ 등 동시집과 ‘낮에 떨어진 별’ 등 시집을 내었다. 광명 예술대상 등을 수상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61호 / 2020년 11월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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