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수행은 분노와 혐오 등 파괴적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설령 감정적일 때라도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행동하고 말하는 게 가능해진다.”
대한불교진흥원은 11월17일 서울 마포 다보빌딩 3층 다보원에서 허우성 경희대 명예교수 초청 화요열린강좌를 개최했다. 이날 강의에서 허 명예교수는 감정과 얼굴표정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폴 에크먼의 ‘표정의 심리학’을 중심으로 표정으로 마음을 읽는 법과 그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표정의 심리학’은 폴 에크먼의 40여년 연구성과를 정리한 책으로 자신의 감정과 타인이 느끼는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 부드럽고 따뜻한 인간관계를 위한 필수적 기술임을 강조한다. 특히 에크먼은 달라이라마와의 만남과 대화 과정에서 그의 40년 연구결과에 대해 확신하게 됐다고 허 명예교수는 전했다.
“에크먼은 달라이라마의 얼굴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 이유는 어린아이를 제외하고 달라이라마가 가장 가식 없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달라이라마는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슬픈 일이 있을 때 모든 것을 잃은 듯 상심하다가 불과 몇분만에 비통의 흔적이 사라지고, 재미있을 때도 유쾌하게 웃다가도 단 몇 초만에 진지하게 집중했다. 그 어떤 것에도 자신의 감정을 집착하지 않았다.”
달라이라마가 감정에 집착하지 않는 것은 오랜 수행의 결과임을 강조했다. 허 명예교수는 “모든 것을 초월해 찰나의 순간에도 변화가 없는 것은 부처님만이 가능하다”며 “다만 느껴지는 감정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훈련을 거듭하면 스스로가 감정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채 자신의 반응이 올바른 것인지 생각할 수 있다. 주의집중은 어렵지만 성취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파괴적 감성은 보통 그 자체로 소멸되지 않고 폭력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며 “폴 에크먼의 반성적 자각, 불교의 수행은 파괴적인 감정이 폭력의 형태에 이르지 않도록 우리를 이끌어 줄 것”이라고 수행의 필요성을 거듭해 강조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62호 / 2020년 11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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