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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 스님 기고 “낙태법보다 생명권이 우선이다”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20.11.20 10:01
  • 호수 1562
  • 댓글 3

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장 진원 스님 기고 전문

생명의 존엄성과 낙태의 충돌
낙태여부 14주 선택하기 앞서
미혼모라도 아이 기를 수 있는
사회·경제적 인프라가 더 중요

며칠 있으면 14주를 기점으로 선택적 낙태법의 입법예고 기간이 끝난다.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불교계 내 낙태에 대한 전문가”에 대한 것이었다. 어느 순간 내가 전문가로 둔갑해 있었다. 그 만큼 태어나지 못하는 생명에 대해서 불교계가 고민이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현재 정부에서 ‘14주 이내의 생명에 대해서는 낙태를 허용하고, 15주 1주차부터 24주차까지는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로 보고 상담 및 24시간의 숙려 기간을 의무로 한다.

정부는 어떠한 기준으로 14주 이내의 생명에 대한 낙태를 허용한단 말인가? 14주 이내의 생명은 무생물인가? 낙태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6~8주 사이에 심장 박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심장 박동을 중심으로 심장박동 이전의 태아를 낙태할 수 있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주자는 것이다.

불교의 12인연법을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무명(無明)·행(行)은 과거세의 인(因)이며, 식(識)은 모태에 몸을 붙이는 탁태(托胎) 순간이 곧 원초적인 태아의식이라고 말한다. 경전에 따르면 명색(名色)의 단계에서 우리가 말하는 팔다리가 형성되는 지수화풍 4대와 수상행식의 정신과 육체가 형성된다. 육입단계에서는 색성향미촉법을 받아들이는 안이비설신의의 6개 기관이 객관을 취할 수 있는 기관이 형성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적어도 불교의 가르침은 생명체로 인지하는 것을 최초의 식(識)단계인가? 물질이 형성되는 명색(名色)의 단계인가? 그렇다면 명색의 단계는 산부인과에서 말하는 몇 주쯤에 해당되는 것일까? 좀 더 의학적으로 생각해서 심장박동을 근거로 육근(六根)과 육식(六識), 즉 주관과 객관을 인지할 수 있는 단계는 몇 주 정도일까?

이러한 점들이 구명된다면 불교 내에 완고하고 단호한 생명관에서 진보적인 생명관을 정립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낙태법은 생명을 죽이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행 낙태법이나 개정되는 낙태법도 형법상에 범죄가 성립되는 것이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일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래서 낙태를 규정함에 있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 그리고 행복추구권이 태아의 생명권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영가천도재 때 불자들과 상담하다보면 낙태에 대해서 상당한 죄의식과 부담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 생명에 대해 사후에 천도하는 의식으로 위로를 받으려고 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이웃종교인들도 낙태에 대해서 80~90%가 찬성하고 있다. 종교계의 생명관과 일반인들이 인지하는 생명관과의 차이가 크다. 우선은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보다는 현실적으로 여성이 출산을 선택했을 경우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겪어야 하는 삶의 무게가 더 크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이 자기 몸에 일어나는 사적인 부분을 그 누구도 간섭하거나 개입할 여지가 없고 오로지 여성 자신이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낙태 여부의 기점으로 14주를 선택하기에 앞서 사회·경제적으로 인프라가 형성이 되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양육이행원도 있다. ‘나쁜 아빠’를 공개하기도 하고 책임을 양자 모두가 지어야 하는 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제 개인을 넘어 국가의 문제가 되었다. 무엇보다 생명을 지킨 미혼모가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경제적 지원 등 인프라가 낙태법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누구라도 생명을 지켜낼 수 있어야 하고 원치 않는 임신을 줄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출산과 낙태에 대해서 유연해질 수 있다. 자기결정권보다 생명권이 존중받는 사회 풍토가 되었으면 한다.

[1562호 / 2020년 11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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