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건강하고 따뜻하게 겨울 보내시기 바랍니다.”

좁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사이에 두고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골목길. 현관문 옆 의자 앞에서 연신 허리를 매만지며 서 있던 할머니는 복지관 승합차를 마주하자 비로소 환한 웃음꽃을 피웠다. 차에서 성큼 내린 조계종부산연합회장 원허 스님과 국장 스님들도 마스크 안으로 환한 웃음꽃을 피우며 할머니를 향해 인사했다.

조계종부산연합회 스님들이 부산에서도 가파르기로 소문이 난 아미산 부근의 다세대 주택을 찾은 이유가 있었다. 혹한의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할머니에게 난방유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할머니는 기름을 마련할 재정적 여유가 없어 정작 방으로 기름보일러가 연결되어 있어도 겨울 난방을 제대로 해 본 적 없다고 토로했다. “올겨울은 스님들의 도움으로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겠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현하는 할머니는 스님들이 다시 봉고차를 타고 골목길을 벗어날 때까지 눈길을 떼지 못했다.

조계종부산연합회(회장 원허 스님)는 11월16일 ‘2020년 무비 스님과 함께하는 조계종부산연합회 연탄불공회’ 후원금 전달식과 세대 방문의 시간을 가졌다. 올해 연탄불공회는 부산시노인복지관협회 소속 12개 노인복지관에서 추천한 총 65세대 저소득 노인가구를 위해 1800만 원의 난방비를 지원했다. 이 기금은 부산시노인복지관협회를 통해 12개 노인복지관에 각각 전달됐으며 각 노인복지관에서 해당 지원세대에 난방유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올해 부산시노인복지관협회를 통해 난방유 지원금을 받은 기관은 기장군노인복지관, 정관노인복지관, 수영구노인복지관, 광안노인복지관, 동구자성대노인복지관, 서구노인복지관, 부민노인복지관, 중구노인복지관, 부산진구노인복지관, 강서구노인복지관, 부산시노인종합복지관, 연제구노인복지관, 동래구노인복지관 등 12곳이다.

이날 행사는 부산시노인복지관협회가 위치한 부산 카톨릭센터 301호 교육실에서 후원금 전달식이 진행됐다. 이어 연합회 스님들이 직접 지원세대 중 한 세대(서구노인복지관 추천)를 방문하며 난방유 공급 과정을 확인하고 건강한 겨울나기를 염원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전달식에서 조계종부산연합회장 원허 스님은 “무비 큰스님의 원력으로 시작된 조계종부산연합회 연탄불공회가 올해로 벌써 4회째를 맞이했다”며 “해마다 조금씩 더 지원세대를 늘려갈 수 있도록 후원해주신 큰스님과 모든 후원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난방유가 꼭 필요한 세대를 추천해주신 부산시노인복지관협회에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박시우 부산시노인복지관협회장도 “스님들께서 부산지역 곳곳에서 어렵게 생활하시는 저소득 어르신들의 따뜻한 겨울을 위해 해마다 난방유를 지원해주셔서 무척 든든하다”며 “특히 각 지역 노인복지관은 어르신들의 생활을 누구보다 잘 알고 도움이 꼭 필요한 곳을 선정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이 나눔이 앞으로도 지속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계종부산연합회 연탄불공회는 지난 2017년 대강백 무비 스님의 발원으로 시작된 부산지역 거주 저소득 가구를 위한 동절기 난방 지원 사업이다. 연탄불공회 전용 계좌를 통해 모인 후원금을 매년 11월 저소득 가구를 선정해 겨울 난방 지원을 하는 것이다.

특히 첫해 연탄 후원으로 시작된 이 나눔은 저소득 세대 가운데 기름보일러는 있어도 난방유를 마련치 못해 겨울 난방을 하지 못하는 세대가 많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듬해인 2018년부터 후원의 형태를 난방유 지원으로 전환했다. 이에 2017년에는 금정구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추천받은 33세대에 연탄 6800장을 지원하기 위해 500만 원을 후원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45세대에 난방유 지원을 위한 1300만 원, 지난해인 2019년에는 부산시노인복지관협회를 통해 추천받은 55세대의 난방유 지원을 위해 1400만 원을 후원했다. 올해 지원액까지 포함하면 조계종부산연합회 연탄불공회는 4회 만에 총 5000만 원의 후원을 전개했다.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562호 / 2020년 11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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