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풍경’의 주인공인 동자승 동동이는 어려서 절에 보내져 절에서 살게 됐다. 절에서 밥 짓는 일을 한다. 그렇게 밥 짓기를 3년이 되어도 시시때때로 밥을 태우는 동동이는 그때마다 큰스님에게 꾸중을 들어야 했다. 그럼에도 동동이는 밥 짓는 일은 시시해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고, 그때마다 큰스님에게 법당에서 수행만 하게 해 달라고 떼를 썼다. 하지만 큰스님은 “아직 멀었다”면서 계속 밥 짓는 일을 하게 했다.
불만이 쌓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는데, 하고 싶지 않은 다른 일만 하고 있으니 괜히 심통이 나기도 했다. 어디 동동이만 그럴까. 옛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있는 일이 달라 고민하고 방황하며 불평과 불만이 쌓여가기는 정도만 다를 뿐 마찬가지다.
그렇게 불만 가득한 동동이에게 동짓날을 더 힘든 날이었다. 일찍 일어나 팥죽을 쒀야 했는데,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게다가 아궁이에 불씨마저 꺼져 난감하게 됐다. 결국 큰스님에게 한마디 듣고는 멀리 봉수대까지 불씨를 구하러 갔을 때, 이미 다른 동자승이 불씨를 가져갔다는 말을 듣고는 아연실색했다. 큰스님이 자신을 미워해 다른 동자승을 들이고, 이제 자신을 내쫓으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곧바로 절로 내달렸다. 돌아온 절 부엌 아궁이에는 정말 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동동이는 팥죽을 끓이기 시작했다. 다행이 쫓겨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한 동동이는 다른 동자승이 보이면 쫓아낼 것을 다짐하며 팥죽을 들고 부처님께 공양 올리러 갔다.
그때 동동이는 부처님 얼굴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빙그레 웃고 있는 부처님 입술에 팥죽이 묻어 있었던 것이다. 그때서야 봉수대를 갔다 온 동자승이 부처님임을 깨달았다. 그런 동동이를 보고 큰스님이 “네가 하는 일이 보잘 것 없어 보여도 그것도 다 수행이니라”하고 일러주었다. 그렇게 벌 대신 은혜를 베푼 부처님에게 감동한 동동이는 잘못을 뉘우치고 이후 더욱 공양에 정성을 다했다.
‘동짓날 풍경’은 이처럼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이 오래된 풍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어른들에게도 현재 주어진 자신의 삶에 충실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1만2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62호 / 2020년 11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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