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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수행을 하는 이유를 묻는 바라문에게 답하다

선입견과 편견 벗어나야 청정한 지혜

부처님 당시 많은 수행자들
천상에 나는 것 목표로 수행 
기대나 기쁨도 결국은 집착
참 수행은 집착과 갈망 제거

부처님 당시 인도인들 중에는 극심한 고행을 통해 어떤 수행의 목적을 이루고자 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것은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이다. 비단 수행만이 아니라 우리는 다양한 목적을 이루고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어떤 목적을 갖고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 목적하는 바가 성취되었을 때 우리는 만족감을 경험하며 흡족해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슬픔에 빠지거나 분노하거나, 때로는 누군가를 원망하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비하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우리 삶에서 목적이 이루어지는 경우보다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그러면 우리는 그때마다 좌절을 경험하고 깊은 슬픔에 잠기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목적 없이 산다는 것은 왠지 맹목적인 삶이 되는 것 같기도 해서 마땅치 않다. 

이러한 내용과 관련된 경전이 있다.

‘상윳따 니까야’1권에 ‘땔나무를 모으는 자의 경(kaṭṭhahārasutta)’이라는 작은 경이다. 이 경은 바라드와자 가문의 한 바라문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바라문에게는 많은 젊은 바라문들이 제자로 있었는데, 그들이 땔나무를 구하러 우거진 숲으로 들어갔다가 가부좌를 하고 선정에 든 부처님을 보게 된다. 그들은 돌아가서 이 일을 스승에게 전하였고, 스승인 바라문이 부처님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바라문] 깊숙해서 많은 위험이 도사린 텅 빈 숲속에 홀로 들어 
동요하지 않고 확고하고 아름답고 단정하게 수행자여, 선정에 들었네.(중략)
생각건대 나는 위없는 세 하느님[梵天]의 색계의 그 주재자와 하나가 되길 원하는데,
그대는 무슨 이유로 홀로 숲속에서 지내길 원하는가? 하느님이 되려고 여기에서 고행하는가?
[붓다] 사람에게 기대나 기쁨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여러 대상에 항상 집착되어 있네.
무지의 뿌리에서 생겨난 갈망들, 그 모든 것들은 나에게 뿌리째 제거되었네.
나는 의심, 갈망, 집착이 없는 자이며, 모든 존재들에게 청정한 견해를 갖는 자이네.
위없는 깨달음의 지복을 얻으니, 바라문이여, 나는 두려움 없이 홀로 선정에 드네.

바라문의 말을 통해 당시 많은 수행자들이 색계의 주재자인 신과 하나가 되길 원했던 것 같다. 색계의 주재자와 하나가 된다는 것은 그 하늘나라[天國]에 태어나길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바로 그 하느님[梵天, 神]이란 존재가 되기 위해 홀로 숲속에서 고행하는 수행자들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미 이 당시 수행을 통해 범천이란 신이 될 수 있다는 관념이 널리 퍼져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이들은 천국에 태어나거나 신이 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수행을 한 것이다. 그러니 바라문의 입장에서는 부처님 역시 어떤 목적을 갖고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이에 부처님은 ‘기대나 기쁨이 되는 것’은 모두 대상에 대한 집착이라고 하면서, 그러한 집착은 무지에서 생겨난 갈망일 뿐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의심도 갈망도, 집착도 없이 그저 모든 존재들을 있는 그대로 볼 뿐임을 선언하고 계신다. 그것은 곧 어떠한 선입견이나 편견 등으로부터도 완전히 자유로운 청정한 견해[見淸淨]의 내용이다. 기대나 기쁨이란 것은 내적인 욕망을 근원으로 하고, ‘대상에 대한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그렇기에 우리들에게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욕망으로 채색되어서 알려지게 된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할 때, 그것을 욕망으로 감싸고 자신이 기대하는 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일을 도모한다. 그리고는 그것은 고귀한 가치를 지닌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부처님은 그 근원에는 갈망과 집착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려줌으로써 바라문의 눈을 뜨게 하신 것이다. 부처님의 전법 행위는 욕망을 여의고 기대함이 없이 이루어지기에 의상 스님의 법성게에 나오는 ‘무연선교착여의(無緣善巧捉如意)’, 바로 그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62호 / 2020년 11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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