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진흥왕대에 창건되고 고려 고종대에 소실될 때까지 800여년 지속됐던 황룡사지에서 '통일신라 금동봉황장식 자물쇠'가 나왔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종훈)가 11월25일 유튜브 채널로 황룡사 서회랑 서편지역 발굴조사 성과를 공개하고, 금동봉황장식 자물쇠를 포함해 통일신라·고려시대 자물쇠 3점이 출토됐다고 밝혔다.
금동봉황장식 자물쇠 전면에는 봉황 날개깃털, 비늘 문양이 세밀히 표현돼 있으며, 뒷면에는 잠금쇠 홈이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 이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봉황 장식이 있는 자물쇠는 통일신라 유물로는 첫 사례로 평가된다"며 "장식과 문양 표현을 봤을 때 매우 정성스럽게 만든 귀중품”이라고 소개했다.
함께 발굴된 통일신라시대 청동제 자물쇠와 고려시대 철제 자물쇠는 ‘ㄷ’자 모양으로 길이는 각 8cm, 10cm이다. 넓지 않은 조사 구역 내에서 자물쇠 3점이 출토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해당 구역에 중요 물건을 보관하는 장치나 시설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앞서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 경주고적발굴조사단(현재 국립문화재연구소)은 1976년부터 1983년까지 경주황룡사지 금당지·목탑지 등 중심구역과 강당 북편지역에 대한 발굴을 진행했었다. 당시 서회랑 서쪽 지역은 조사단 사무실이 위치했던 장소로, 발굴을 하지 못하고 남겨뒀던 구역이었다. 회랑 바깥 구역에 속했던 이곳은 금당·목탑 등이 위치한 예불공간과는 달리, 승려 생활영역이나 사찰운영과 관련된 시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돼왔다.
이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8년부터 서회랑 서쪽(약 8,700㎡)의 미조사 구역 가운데 북쪽을 우선 발굴했다. 그 결과 통일신라부터 고려에 이르는 건물터, 배수로, 담장터, 기와가 묻힌 구덩이 등 유구 다수가 확인됐다. 특히 이 구역은 상층에 고려, 하층에 통일신라 시대 건물터가 중복돼 있어 황룡사 외곽의 공간구성이나 건물 배치 추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서회랑에서 서쪽으로 약 9m 떨어진 곳에서는 남북방향으로 조성된 35.5m 길이의 고려 시대 담장도 확인됐다. 담은 길이 30~50㎝의 사각형(방형) 석재를 기초로 하고 그 위에 대형 암키와 조각을 여러 단으로 쌓아, 수평을 맞춘 후 다시 상부에 석재나 벽돌을 올리는 방식으로 축조됐다. 담장을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이 구획돼 있는데, 이는 회랑 안쪽의 예불 장소와 바깥 쪽의 생활 공간을 구분하고자 설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일신라 시대 건물터 아래서는 5~10cm 크기 잔자갈과 황색 점토가 섞인 층이 노출됐다. 이 흔적은 도로 기층부로 추정되는데, 남북방향의 도로 유구로 이어질 경우 황룡사 서편 사찰 확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앞으로도 황룡사를 비롯한 신라 왕경 사찰에 대한 꾸준한 조사·연구를 추진하고 신라 왕경의 공간과 기능, 나아가 경관을 밝히는데 노력할 것"이라며 "아울러 이번 현장설명회와 같이 발굴 성과를 국민과 공유할 기회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룡사 서회랑 서편지역 발굴조사 성과에 대한 설명은 유튜브 채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63호 / 2020년 1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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