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 불교외호 주역 효령대군 일생 집대성
조선 초 불교외호 주역 효령대군 일생 집대성
  • 이재형 기자
  • 승인 2020.11.27 17:29
  • 호수 15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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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재 교수 ‘실록 효령대군일대기’ 출간
조선왕조실록 642건 토대로 풀어낸 역저
신심 돈독한 ‘불자’ 효령대군 일생 복원

조선 초기 숭유억불 정책으로 불교가 누란의 위기에 내몰렸을 때 왕자이자 대군으로서 온갖 불사는 물론 불교외호에 지대한 역할을 했던 효령대군(1396~1486)의 삶과 사상이 집대성됐다.

이완재 한양대 명예교수는 최근 ‘실록 효령대군일대기’(전3권, 한양대출판부)를 펴냈다. 1967년부터 2007년까지 한양대 사학과 교수를 역임한 그는 ‘조선왕조실록’을 중심으로 효령대군의 일생을 복원해냈다.

효령대군은 태조에서 성종에 이르기까지 91년의 긴 생애 동안 숱한 행적을 남겼으며, 깊은 학문과 높은 덕행으로 왕실과 백성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특히 불심이 돈독했던 효령대군은 배불과 흥불이 교차되는 조선전기에 종실의 어른으로서 불교계의 든든한 방패막이가 기꺼이 돼주었다. 왕실불교의 구심점 역할을 비롯해 사찰 창건 및 중창, 불전언해사업, 수륙재 등 불사 설행, 불상·불탑의 조성, 사찰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을 일생을 두고 펼쳤다. 조선 최고의 숭불 임금인 세조도 숙부인 효령대군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게 정설이다.

효령대군의 19대 손인 이완재 교수는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나는 642건의 효령대군 관련 기사들을 토대로 일대기를 생생하게 펼쳐냈다. 단순히 실록의 내용을 쫓아가기보다 수많은 사료들을 토대로 새롭게 재구성하고 그곳에 담긴 배경을 실증적이면서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실록에 종종 나타나는 오자들도 바로 잡았다. 이현재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 저서가 학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지만 효령대군 전기의 정통성을 지닐 수 있는 역저로서도 평가하고 싶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집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정년을 몇 년 앞둔 2003년 그동안 수집했던 자료들을 토대로 효령대군 생애 중 30세까지 엮어 1권으로 펴냈다. 오래지 않아 전체 3권으로 완간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갑작스런 위암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며 집필도 전면 중단됐다. 다행히 병이 호전됨에 따라 원고를 다시 쓸 수 있었고 꼬박 5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효령대군 일대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팔순을 바라보는 노학자의 학덕과 집념으로 효령대군이라는 인물의 숲 전체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에는 이 교수가 “길고, 높고도 깊었다” “다채롭고도 심오한 삶을 향유하신 분”이라고 극찬하는 효령대군의 삶의 궤적을 잘 보여준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90여세까지 장수했던 효령대군이 자신이 터득한 불교의 심오한 이치를 유교와 조화시키려 애썼던 것이나 고희를 훌쩍 넘기고서도 전국 사찰을 순회할 정도로 평생 불교에 대한 애정이 깊었음도 드러난다. 효령대군이 없었다면 조선불교의 운명이 더욱 혹독했을 것임은 이 책의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효령대군과 강진 백련사, 그리고 행호 큰스님’ ‘효령대군과 곡성 태안사’ 등 각권마다 부록으로 실린 논문들은 흥미롭고, 효령대군의 일대기를 꼼꼼하게 정리한 ‘정효공 이보의 연보’는 정성스럽다. 각 3만2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563호 / 2020년 1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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