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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고승 진영 첫 정밀 학술조사 추진

  • 성보
  • 입력 2020.11.27 23:59
  • 수정 2020.11.29 22:06
  • 호수 1563
  • 댓글 3

불교문화재硏, 향후 2년간 전국사찰 진영 815점 대상
회화라는 획일적 '틀' 벗어나 역사적 의미와 가치 조명
보존과학 병행해 훼손 심각한 진영은 응급 보존처리

 

성담의전 스님 진영. 왼쪽 상단에는 조선 후기 영의정을 역임한 문신·서화가 권돈인 글과 낙관이 있다. 통도사성보박물관 소장.

전국 사찰에 산재돼 있는 역대 큰스님들의 진영(眞影)에 대한 첫 정밀 학술조사가 시행된다. 회화라는 획일적인 틀에 갇혀 있던 진영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마련된 이번 조사는 불교사적으로는 물론 역사, 미술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제정 스님)는 사찰에 산재돼 있는 고승 진영 상당수가 문화재로 지정되기에 충분함에도, 방치되고 있음에 주목해 ‘한국의 고승 진영 정밀 학술조사’ 사업을 계획했다. 진영이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는 점에서 문화재청에도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고승 진영 조사 사업은 내년 1월부터, 2년간 진행된다. 불교문화재연구소가 앞서 진행했던 '전국 사찰소장 불교문화재 일제조사(2002~2013)' 자료를 토대로 우선 진영 815점을 조사할 계획이다. 2021년에는 강원·광주·전남·전북·충북에 있는 292점이, 2022년에는 서울·인천·경기·부산·경남·대구·경북에 있는 523점이 예정돼 있다.

그동안 독해가 어려웠던 화기(畵記)·화제(畵題)·찬문(撰文) 등도 탈초·번역한다. 사적기·중수기·일제강점기 재산대장·스님의 행적·행장도 종합 검토해, 고승 주변으로 그려진 물품 상징성과 화법 등도 밝혀낼 계획이다. 특히 보존가치가 크다고 판단되는 진영은 국가지정문화재로 등재 신청해 이를 안정적으로 보존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룡사 성월 스님 진영. 비단에 채색. 127.1×92.9cm. 직지성보박물관 소장.

고승 진영에 대한 보존 과학조사도 병행한다. 주요 훼손부에 나타난 균열·박리·박락·박해·충해·부식·이물질 등 손상 요인을 유형별로 분석해 등급을 부여한다. 이후 보존처리를 위한 기초자료를 만든 후, 훼손 상태가 심각한 유물은 별도로 응급처리할 예정이다.

임석규 불교문화재연구소 실장은 “진영은 한국 불교를 지켜왔던 고승들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음에도 그동안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이번 정밀조사 사업으로 진영이 가진 진면목이 재조명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 실장은 "특히 조선 후기에는 진영을 그리는 화승 그룹들이 다양하게 활약을 했다"며 "이번 사업으로 지역별·문중별로 다른 화풍을 갖고 있던 화승 그룹의 특색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승 진영은 선종이 한국불교 주류로 떠올랐던 통일신라 말기부터 제작됐다는 게 통설이다. 통일신라 말기부터 원효, 의상, 도의, 진감, 도선 스님과 구산선문 개산조 및 선승 진영이 다수 제작됐고, 고려시대부터는 의천, 탄연, 지눌, 요세, 지공, 나옹, 무학 스님 진영도 활발히 봉안됐다. 조선 전기에는 숭유억불 정책으로 다소 침체 됐으나 건국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거나 삼화상(三和尙)으로 추앙됐던 지공, 나옹, 무학 스님 진영은 꾸준히 제작됐다.

전란을 거치며 이들 진영 대부분은 소실됐고 현재 전해져오는 진영은 주로 조선 후기에 제작됐다.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었던 서산, 부휴 스님의 문손들은 각 지방으로 퍼져나가 전란으로 피폐됐던 사찰을 중흥했고, 이들 진영을 제작해 사찰 전각에 봉안했다. 이후 문중 승려 진영이 꾸준히 제작됐고, 진영은 법의 정통성을 대변하는 상징이 됐다.

'순천 선암사 대각국사 의천 진영'이 1990년 9월20일 보물 제1044호로 지정됐다.  비단에 채색. 110.2×144cm. 문화재청 제공.

특히 진영 주인공이 지녔던 승직, 승계, 법호, 법명을 살필 수 있는 화제(畵題)와 주인공 인상, 행적, 사상, 업적을 짧은 산문으로 표현한 찬문(撰文), 고승 주변으로 배열한 사물들은 당대 불교문화와 역사를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현재 보물 지정된 진영은 5건에 불과하다. 순천 송광사 십육조진영(보물 제1043호), 순천 선암사 대각국사의천 진영(보물 제1044호), 대구 동화사 사명당 유정 진영(보물 제1505호), 순천 선암사 선각국사 도선 진영(보물 제1506호), 대구 동화사 보조국사지눌 진영(보물 제1639호)이다.

때문에 묻혀있던 진영의 가치를 재발견할 이번 고승 진영 정밀 조사사업은 불교, 문화, 역사, 미술사적 측면에서 획기적인 의미를 가진다. 불교문화재연구소장 제정 스님은 “한국 선종과 선사상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던 고승들 진영은 대부분 사찰에 모셔져 있으나 그동안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이번 정밀조사로 앞선 스님들 삶과 가르침이 새롭게 조명되고 그 가치가 제대로 드러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앞서 ‘전국 사찰문화재 일제조사(2002~2013)’ ‘전국 폐사지 조사(2010~2018)’ ‘전국 사찰 목판 일제조사(2014~2019)’ 등을 진행해왔다. 올해부터는 전국 74곳 사찰을 대상으로 ‘전국 사찰불단 일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63호 / 2020년 1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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