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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진영 가치 제고할 학술조사 기대된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0.11.30 13:09
  • 호수 1563
  • 댓글 0

(재)불교문화재연구소가 2021년부터 2년에 걸쳐 전국 사찰을 대상으로 한 고승진영 정밀 학술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국 사찰 문화재 일제조사’ 등의 목록집을 기초로 선정된 학술조사 대상 작품은 815점이다. 화기·화제·찬문을 세심하게 살피고, 균열이나 박리·부식 등으로 인한 훼손은 물론 상태가 심각한 작품은 응급처리할 것이라고 한다. 진영에 대한 학술조사와 보존처리를 동시에 진행하는 셈이다.

진영은 ‘고승의 초상화’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한 시대의 역사적 기록물이자 당 시대의 불교미술 경향과 수준을 가름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또한 고승의 생애도 엿볼 수 있기에 존경 받는 예배의 대상 즉 성보로서의 가치도 갖는다. 진영에 나타난 ‘찬문’만 보아도 왜 진영이 회화 가치 외의 역사·성보의 진가를 갖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구산선문 중 하나인 사굴산문을 연 신라의 범일국사 진영찬문이 대변한다.

‘최상의 법/ 깊고 아득하다./ 밝은 달의 순백/ 장강의 맑음./ 이미 상(相)은 있었으나/ 무형의 형을/ 지금 내개 그 상은 없다./무형의 형을/ 그려 보리라’ 고승 내면의 세계를 외형의 그림으로나마 남긴다는 뜻이다. 진영을 남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법하다. 

통도사에 소장된 청허휴정의 진영 속 찬문은 임진왜란으로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인 조선을 구해낸 고승의 삶을 전하며 한 시대의 역사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 등불의 밝음 아래/ 강의 받은 제자가/ 군신의 대의만 못하겠는가?/ … 나라가 위급할 때/ 분란을 풀고 해결함이 / (누가) 그와 같이 할 수 있었겠는가?’

진영의 찬문에는 은유적이면서도 중유적인 표현들이 많아 해석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더욱이 흐릿한 글씨를 읽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회화적 조명과 달리 인문학적 조명이 그동안 이뤄지지 않은 요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불교문화재연구소의 학술조사를 통해 회화연구 결과에 역사·성보연구 성과가 더해진다면 고승진영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기에 귀추가 주목된다.

 

[1563호 / 2020년 1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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